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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7-09 18:32
ㆍIP: 223.xxx.233
아버지와 고량주
#권영심의글
27  아버지와 고량주   (3)

       
고량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싶다는 사람들이 예상외로 많다.  여러 뜻이 있 으나 여기서는 고량주의 고량을 말하기 에, 한 마디로 말하자면 수수다.
중국은 붉은 수수의 나라이고,그 수수로 술을 빚은 것이 고량주다.  그런데 어찌 해서 나는 고량주를 대만술이라고 우기 는가?  나는 우길만한 이유가 있으니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이제부터 펼쳐지는 고량주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 으면 좋겠다.  내 아버지가 평생을 즐겨 마시면서 내게 들려 주었던 이야기이기 도 하고, 그 후 배우고 겪었던 이야기이 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 유명한 마오타 이주도 수수로 만들었고, 고량주도 재료 는 수수이니 같은 술이라고 할수있다.
그러나 전혀 다른 술이다.

고량주는 백주의 하나인데, 백주란 수수 를 증류해서 만드는 술의 총칭이다.
마오타이주도 백주에 속하는 술이지만
고량주와는 다르다.  틀린 것이 아니라 종류가 다르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중국은 나라가 넓은 만큼 ,같은 술을 만들어도 지방에 따라서 엄청 달라지는 데 그래서 이름도,도수도,맛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크게 단원을 나눈다면 중국 술은 백주와 황주로 나눌수 있다.
우리의 소주를 만드는 방식처럼 가열해 서 증류한,술의 빛깔이 투명하고 무색이 기에 백주라고 부른다.  알콜 도수가 최 저 40도에서 최고 80도까지 나올 수 있 기에 잘못 마셨다가는 끝까지 가버리고 만다.  그 끝이 뭔지는 알아서 짐작하도 록.   고량주는 중국 곳곳에서 만들어져 서 그 종류가 무척 많지만, 그래도 몇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향을 통해, 분류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알다시피 고량주는 매우 톡특한 방향을 가지고 있어, 문외한이라도 향을 익히면 분류하기가 쉽다.   크게 세 가지로 나
누는데 청향형,장향형, 농향형의 세 가 지다.   술 맛이 그 어느 고량주보다 진 하면서 깔끔하고, 침전물이 전혀 없는 청향형 고량주의 향은 이름 그대로 청아 하면서 우아하고 부드럽다.  엷은 황색 을 띠면서 향이 깊고 묵직하며 그 맛이 독하지만, 끝맛이 부드럽게 감기는 술이 장향형 고량주다.  농향형 고량주는 맛 이 상쾌하면서 단 맛이 있고, 향기는 은 은히 감기는 듯한 친밀감이 드는 매우 좋은 느낌의 술이다.  선명한 과일향이 입 안에 감도는 것이 일품이라고 할수있 다.  아버지는 고량주를 마시는 방법이 독특했는데, 작은 잔에 담긴 고량주를 고개를 젖히면서 단숨에 마셨다.
그리고 눈을 지그시 감으면서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 때 풍기는 그 냄새...

고량주를 잔에 따르면서 느껴지는 냄새 가 나는 싫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버지가 고량주를 마시고 난 후 의식처럼 행하던 그 숨쉬기에서, 맡아지 던 냄새는 뭔가 울컥하는 느낌이 아직도 남아 있다.  나는 아버지를 너무나 사랑 하는 딸이어서 그랬던 것일까?
코를 바짝 들이대고 아버지의 숨 냄새를 맡으면서,

"아부지,고량주 냄새는 싫은데 아부지 가 마시고 나서 숨 쉬면 참 좋아. 음...
뭔가 꿈같은 향내가 나. 폭 안기고 싶은
냄새,아부지 냄새야! 아부지 냄새..."

어린 딸은 손뼉을 치면서 뭔가 큰 발견
이라도 한듯 좋아했다.  그것은 아부지
의 냄새라고 나는 단정지었고 그 향기는
내 기억의 정원에 샘물이 되었다.
내 말에 아버지는 크게 웃으면서,고량주 는 순수한 향을 즐기는 술이라고 했다.

" 이 술은 말이디,독하고 쓰다고 사람들 은 말하지만 말할 수 없이 순수한 향을 품고 있는 술이디.  입 안에 가득 넣고 천천히 목구멍으로 넘기면,그 향으로 온 몸이 가득 차는 느낌이 드는 기야...
좋은 술이디, 아주 좋은 술이야!"

향으로 온 몸이 가득 차는 느낌이 드는 고량주를, 나는 딱 한 번 마셔 보았다.
아버지 산소에 갔을 때 고량주를 올리면 서 마셨는데, 나는 향을 음미할 것도 없 이 넘겨 버리고 입을 벌리고 숨을 크게 쉬었다.  그렇게 해야할 만큼 맛도 없고 독했다.  나는 보드카를 비롯해서 도수 가 높은 양주나 안동소주를 즐기는 독주 파여서 웬만한 술은 가볍게 마시곤 했 다.   그러나 고량주의 독특한 향과 맛은 정말 내게 다가오지 않았다.  어쩌면 아버지의 말 때문인지도 모른다.

"고량주는 여자가 마실 술은 아니야.
남자의 술이디.  세상엔 여자가 마실만 한 술이 많지 않니?  향기롭고 따스한 술을 마시라우.  마음도 몸도 따스하게 만들어주는 술을 마시면서 행복하면, 그거이 조은 거이야.  고량주 마시고 냄새 풍기는 여자는 못 쓰는 거이야 ."

아버지 말씀대로 고량주 마시고 취해서 냄새를 마구 풍기는 여자는 아름답지 못했다.  어느 술이라도, 명품 와이너리
의 와인이라 할지라도 그 술에 취해서
추태를 부리는 여자는 추한 주정꾼에
불과했다. 술은 신의 눈물이며,인간의
노래이며,자연의 찬미이다. 그것을 욕되
게 하는 술꾼은 술을 끊어야 한다.
술은 죄 없다. 항상 유쾌하게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음주하고,고통과 망향의 한을 혼술로 대신하며 눈물로 안주를 삼던 아버지의 말이다.  술은 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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