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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07-19 22:46
ㆍIP: 223.xxx.197
요지경 속에 각자 살아간다
#권영심의글
요지경 속에 각자 살아간다
       권영심 (2020 ,7 ,18 )
평생 부자로 산 적이 한 번도 없으나 그렇다고 가난을 실감하며 산 적도 없다 부모님 슬하에서 살았을 때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이 없었으니 아이들이 그 이상의 부자일 수는 없다
이 나이가 될 때 까지 여러 곡절을 겪고 힘든 때도 많았으나 한번도 내가 가난 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나는 옷이나 자질구레한 소품에 욕심을
내는 편이지만 내 능력으로 못 살 것을
원하지 않았으니 갈등으로 힘들지도
않았다
내 나이 때의 어떤 여자들 보다 갖고, 누리고 살진 않았으나 평균치 이상의 것을 삶의 길에서 가지며 살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부러움이나 샘을 내어 본 적이 거의 없는 듯 하다
자신이 가진 것 모든 것을 자랑질 하는 하는 지인도 있는데 그냥 들어주며 소나기가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무슨 자랑을 해도 나는 그것이 부럽지
않으니 누구 말 처럼 어딘가 잘못된
듯도 하다
갖고 싶어하지 않으니 부러워 할 것도 없고 부러워 하지 않으니 남 보기엔 늘
의연해 보인다
그 모습이 때로 누군가는 보기 싫은가
보았다
오늘 모처럼의 모임에서 티비에서 보던 일 같은 작은 사건이 일어났다
나도 백을 좋아하지만 몇 백 짜리 백을
사본 적도 없고 원해 본 적도 없다
백을 모시고 사는 사람들을 여럿 봤기
때문에 지나치게 비싼 백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인이다
그런데 여자들의 모임에 꼭 등장하는
것이 있는데 신상백 자랑질이다
오늘 모임은 꽃꽂이 모임이어서 대단히
세련되고 화려한 여인들이 많은데
남달리 감각이 뛰어난 소품들을 몸에
많이 지니고 다니는 편이다
나는 아름다운 차림새를 좋아해서 저마다 예쁜 회원들을 보며 즐거워 한다
그런데 점심을 먹을 때 갑자기 다른 테이블에서 소동이 일어났다
하이톤의 높은 목소리가 자못 거세게 울렸는데 내용이 좀 황당했다
어느 여인이 백을 의자 위에 놔 두고 음식을 가지러 갔는데 같은 테이블에 앉은 다른 여자가 발로 의자를 밀다가 백을 바닥에 떨어 트린 것이었다
그 백이 그 유명한 명품 신상 악어백 인데 천 만원 짜리라고 몇 번이나 소리를 질러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
오늘 식사를 한 호텔 식당 바닥은 전체 카펫이 깔려서 백을 집어 던져도
아무런 흠집이 나지 않게 생겼다
그런데 백이 의자에서 떨어진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란 말인가?
더구나 튼튼하기가 악어백을 당할 것이
없다
나도 악어백이 있는데 24년 째 사용 하지만 흠집 하나 없다
버스 안에서 떨어 트리기도 하고 땅 바닥에 그냥 놓기도 하지만 아무런 흠
하나 생기지 않았다
그냥 의자에서 떨어진 것 뿐인데 그녀는
마치 아기를 놓친 엄마 처럼 그렇게 난리치면서 사람들의 혼을 빼놓았다
백을 떨어트린 주인공은 한 마디도 못 하고 그 추한 독설을 그대로 듣고 있고 말리는 사람들은 어쩔줄 몰라 할 뿐 이었다
그녀는 굉장한 부자로 알려져 있는 회원
이었고 평소의 자랑질은 메가톤 급이다
회장을 두 번 연임했다는데 나는 그녀와 전혀 접점이 없었고 대화도 거의 나눈 적이 없다
그런데도 백을 가슴에 안고 , 이 아이는,
이 아이는 하면서 백을 사람 대하듯 하는 모습이 하도 기막혀서 나도 모르게 한 마디가 불쑥 튀어 나왔다
- 119에 전화할까요?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할 모양인데 엠블란스를 타고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나는 대체 왜 그랬을까?
순간, 여기저기서 웃음들이 터졌고 난감해 하던 현회장이 박수를 치며 119  119를 불러요 하고 노래 부르듯이 말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나는 정말 속이 꼬여서 비튼 말인데 그게 다행스럽게도 분위기를 일신시켜
백 부상 ( ? ) 사건은 그것으로 종결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후 악어백 주인이 내 옆으로 와서 식사 후 커피 한 잔 하자고 했다
말하는 입은 웃는데 검게 테두리를 친
짙은 아이라인과 인조 속눈썹에 쌓인
눈은 화살 처럼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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