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정찬열
ㆍ작성일	2021-04-29 06:49

ㆍIP: 211.xxx.27

익산 미륵사지 석탑 탐방

익산 미륵사지 석탑 탐방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신축년 2월 28일 가끔 우리 가족은 광주에 사는 딸네들 가족과 2대의 승용차에 나눠 타고 가족 여행을 떠난다.
물론 이번 같은 경우 지난해 1월 하순부터 중국 우한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를 발을 묶은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여행은 물론 세계적인 여행마저 금지되었다.
지난해 9월부터는 4인 이상 모임 금지령까지 내려진 상태로 모든 사람이 발이 묶여있는 실정이고 현실이었다.
그러던 차 차갑던 겨울도 한풀 꺾이니 문 서방이 제안하여 세 가족이 9시경 두 대의 승용차로 호남고속도로를 탄 것이다.
나 역시 서전에 협의가 없었기에 그냥 따라가는 심정으로 집사람과 함께 11시경에 도착한 곳은 난생 들어보지도 못한 “익산 백제 미륵사지 석탑”이라고 한다.
분명 절터 같은데 옛날의 화려했던 넓디넓은 잔디밭과 두 곳에 그다지 눈에 확 띄지 않은 최근에 깎은 석재를 맞춰 넣어 복원된 9층 석탑과 새롭게 단장된 당간 지주 백제 석탑이 서 있다.

그런가 하면 오랜 자취의 석재 모습과 큰 건물이 서 있다가 건물만 자취를 감춘 원형 기초 석이 웅장한 건물의 흔적을 반증한다.
예로부터 사찰 앞에 당간 주의 규모가 범상치 않게 큰 것을 보면 매우 큰 절터였음을 보여주었고 관리에 부실한 것이 영력 하게 드러나 있다.
깨어지고 부서진 잔존 석재가 앞으로 보완을 위함인지 줄을 맞춰 한쪽에 보관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야 어떻든 간에 익산에 이렇게 옛 역사에 커다란 불교 역사 지기가 있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곳을 떠나기 전 지하에 있는 유물전시관을 보려고 가족이 한꺼번에 입구에 도착하니 4명 이상의 단체 관람은 허용이 안 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그곳에서 되돌아왔어야 했다.
그러던 차 2021년 4월 13일 동아일보 견해(見解) 기사를 보니 21세기 최고의 발굴로 추정된 유물이 봉안 당시의 모습을 간직한 채 발견된 것이라는 내용의 가사를 보았다.
압권은 사리 봉영기(舍利奉迎記) 라는 이름 이 붙은 금판이란다.
앞뒷면 빼곡히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백제 무왕의 왕비 사택 왕후가 발원하여 절을 세우고 불사리를 모셨다는 내용이다.

“시멘트 뒤범벅이 된 국보 해체”라는 부제로 이곳 미륵사지 석탑은 오랫동안 또 다른 백제 석탑인 부여 정림사지 오층탑보다 규모가 큰 현존 최고의 백제 건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까지 이 석탑의 아름다움을 살피려 현지를 찾은 시민들은 한결같이 안타까운 탄식을 쏟아냈다. 석탑의 절반 이상이 콘크리트로 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보 11호’의 위상에 전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1915년 조선총독부가 석탑의 붕괴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콘크리트로 복원한 것이 80년 이상 그대로 방치된 곳이다. 문화재 위원회는 1999년 이 석탑의 해체 복원을 결정했다.
콘크리트를 제거하고 석재의 원래 위치를 찾아내 복원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애당초의 석제가 약해 원위치에 맞춰 넣으면 석재가 부서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런가 하면 복원이 늦어지고 있는 와중에 알 수 없는 모함과 투서로 수사당국이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했다고 한다.

석탑 복원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 만인 2009년 1월 14일, 수많은 논란을 일거에 잠재우는 중요한 발견이 조사단에게 나왔다.
며칠 전 석탑 바닥 면 중앙에 세워진 네모난 돌기둥(심층 탑 중심에 세운 기둥)에 레이저 물리 탐사를 하다가 동공(洞空)의 흔적을 확인했다.
조사원들 사이에는 이 동공이 혹시 사리공일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겨났다.
1월 14일 오후 3시경 조사단은 두 조각으로 구분되어있는 돌기둥 윗부분을 크레인으로 조심히 들어 올렸다.
고고학(考古學), 미술사, 보존 전문가들이 함께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조사 유물관들의 회고에 따르면 돌을 들어 올리는 순간 번쩍 빛났다고 한다.
사리공 속에 순금으로 만든 유물이 가득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환호했지만 곧이어 어떻게 유물을 수습해야 할지 걱정이 생겼다.
무령왕릉 발굴 실패 사례를 복기하면서 발굴 사실이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며 유물 수습에 나섰다.

“발굴 과정에 대한 사진 영상 촬영”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자료를 3차원(3D) 자료로 남겼었단다.
어느 것 하나 놀랍지 않은 것은 없었으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사리 봉기였다.
봉영(封塋)된 내용을 차례로 읽어 내려가던 한 조사원은 빼곡히 새겨진 글귀 가운데 “우리 백제 왕후께서는 좌평 사택 적덕의 따님” “제물을 희사하여 승가람마를 세우고”라는 표현에 숨이 멎을 것 같은 흥분이 밀려들었다고 한다.
금판을 수습해 뒷면 판을 보니 ‘대왕 폐하’라는 네 글자가 선명했다. 대왕은 실제로 백제 무왕(武王)이었다. 기해년(639년) 정월 29일에 사리를 받들어 모셨다는 내용이다. 발굴은 쉽지 않았다.
네모난 사리공의 한 변의 길이가 25cm, 깊이가 26.5cm에 불과한데 그 속에 크고 작은 유물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게다가 각종 직물이 들어 있어 여간 까다롭지 않아 모든 유물을 수습하고 나서 시간을 확인하니 이튿날 오후 9시경 수습에 꼬박 30시간이 걸린 끝에 사리공에서 나온 유물은 무려 9,947점에 달했다.
이렇게 찾아진 일괄 품은 2018년에 보물 제1991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감쪽같이 사라진’ 선화공주 석탑 사리공 속 유물은 639년 1월 29일에 마치 타임캡슐을 묻듯 밀봉되었다가 1370년 만에 세상에 개봉되어 불빛을 보게 된 것이다.
석가탑이나 분황사 탑 등 신라 석탑에서 발굴된 사리장엄구 가운데는 후대에 공양품을 추가로 매납한 사례가 있었지만 미륵사지 석탑은 최초의 모습 그대로 전격 공개된 것이다.
고고학자나 미술학자들은 7세기 백제 때 유물의 기준이 될 자료가 출현했다며 흥분했다.
7세기 유물이 많이 출토되긴 해도 그것을 언제, 누가 만든 것인지 알 수 있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마치 1971년 무령왕릉 속에서 6세기 초 유물이 무더기로 쏟아진 것에 비견되는 일이다.
백제사를 전공한 학자들은 깊은 잠에 깨어난 확실한 자료에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간 ‘삼국유사’의 기록을 신뢰하면서 무왕의 왕비가 신라 진평왕의 딸인 ‘선화공주’ 일 것으로 여겨 왔는데, 미륵사지 석탑 출토 사리 봉영기에 무왕의 왕비가 백제 유력 가문 출신인 사택 왕후로 기록되었다고 한다.

이 발굴로 선화공주가 가공의 인물이라는 주장이 많아졌다.
그 시절 왕에게는 여러 명의 부인이 있었을 것이라는 반론도 많아졌다. 하지만 만만치 않았다.
그동안 선화공주의 흔적을 찾기 위해 익산 쌍룡 가운데 묘를 발굴했지만, 결정적 단서를 확인하지 못했다.
미륵사지 석탑에서 사리 봉영기가 처음 발굴되었을 때만 해도 머지않아 7세기 백제사와 백제 문화가 다 드러날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1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연구의 진전은 더디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선화공주’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집착 때문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좀 더 구체적인 연구가 쌓여 지금도 여전히 사리공 속에 봉안된 백제사의 실타래가 풀리면 역사도 좀 더 선명해질 것이다.
( 2021년 2월 28일 일요일 현지답사 記)

눈을 뜬 백제 미륵사지 [기행 시]
글/정 찬 열

2월의 봄바람에 구름 낀
하늘 아래 찾아 나선 익산 미륵사지에
넓고 넓은 잔디밭에 우뚝 선 구층 석탑
새롭게 단장된 당간 지주와 백제 석탑
그 옛날 모습으로 복원된 흔적 뚜렷하다

오십여 년 전
발굴하여 복원되었다는
기둥 받침대며 부족한 기단석 옥개석 등
황 등의 화강암이 부족분을 메꿔 채워
2015년에 유네스코에 등재된 기록 남았다

국보 제11호는 보물 제1991호로 바뀌며
639년 정월 탑을 세울 당시 봉안된 사리공
사방 3칸 석탑 중앙에서 눈을 뜬 백제의 진실이
미륵사지 석탑에서 9,947점 유물이 발견되고
불경을 설법하는 강단 지는 기초 석만, 남았다

한쪽에 쌓인 유물 석재는
복원을 기다리는 순수한 풍경
용화산 자락 아래 백제의 화려한 시간 여행
묻혀 버린 미륵 삼존불상 세월은 진실이 그려지고

1370년 만에 세상에 백제의 역사를 밝혀주고
용화산 위 떠도는 따스한 봄볕은 흰 구름에 머문다.

20210228, 記

한영택

2021-04-30 18:26

`정찬열`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정찬열 작가님 안녕하세요?
집안 식구들과 함께 여행 할 수 있다는 건 행복입니다
‘코로나 19’ 장기화에 확진자 증가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조치가 지속되는 가운데, 사람과 만남이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서 인생 후반을 향하는 사람들에겐 너무나 아까운 시간입니다.

따님 가족과 익산 백제 미륵사지를 찾으셨군요.
사라져가는 문화제 원상 복구도 역사의 흐름에 현실적인 문제로 쉽지는 않는 안타까움도 있게 마련입니다
발굴과정에서 백제무왕의 왕비가 신라 진평왕 딸 선화공주가 아닌 백제 유력 가문출신 사택황후로 기록되었다는 사실이군요. 백제 미륵사지 유적에 관한 내용의 글 잘 보았습니다.
4월 마지막 날 5월엔 더 행복하십시오.


정찬열	오월의 첫날 새벽 문안 드립니다 존경하는 한영택 작가님~ 끝까지 배독해주심에 고맙습니다. 만약 그 존귀한 유물이 일제시대에 금관사리가 내재 되어 있는 것을 알았다면 도굴 당했을 것이 뻔한데 석탑이 오래되고 부실해 그냥 콘크리트로 덮어 유지시킨 결과과 오늘날에야 참 진실을 밝혔다는 데 으미 부여가 큰것이지요 덕분에 그때 백제史에 대해 진지한 연구 자료가 되었구요 어떻게 보면 禍가 德이 되는 결과를 가져 왔지요 그때 史料전시실을 관람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더이다 지구 온난화에 영향으로 여름이 길어져 산과 들에 아카시아꽃과 오동나무 꽃이 만발한 주말입니다. 많은 사람을 접촉해야하는 직업에 건강에 유의 하시고 가족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5/1 19:20

정대수 2021-05-01 07:23	`정찬열`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정찬열 작가님 안녕하세요. 코로나19로 답답하던 때에 익산으로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오시면서 미륵사지 석탑을 돌아보셨군요. 바람도 쐬고 역사문화 탐방도 하는 일석이조의 시간이 되셨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소중한 문화 유산이 관리가 잘 되지 않고있는 경우는 종종 보게되는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제대로 복원이 되었으면 합니다. 가정의 달 5월입니다. 무엇보다 건강하시고 계획하시는 모든일에 형통한 달이 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정찬열 2021-05-01 19:19	반갑습니다. 존경하는 정대수작가님~ 그간도 고르지 못한 날씨에 무탈하시지요 항상 잊지않고 다녀가심에 감사함 전합니다. 익산 미륵사지의 때묻지 않은 유물 백제 역시의 확실한 물증이 잘 보관되었으면 바램입니다. 5월도 때때로 기온이 난맥인모양인데 농작물에 피해가 없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항상 건강과 행을 기원드립니다.

급변해가는 시대에 祖上崇拜

빨라진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