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정찬열
ㆍ작성일	2021-03-15 06:22

ㆍIP: 211.xxx.27

매화(梅花)꽃이 필 때면

매화(梅花)꽃이 필 때면

2월의 봄바람이 불고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내리니 새봄을 자랑하는 1월에서 3월까지 눈을 맞고 핀다고 하여 설중매(雪中梅)라고도 한다. 전국에서 유일한 순천에 금둔사 피어나는 납월 홍매(臘月紅梅)를 보겠다고 2년 전 추운 봄날 필자가 찾아갔던 날이 생각난다. 5년 전에는 전국에 다섯 그루였는데 금둔사 스님이 번식하여 20여 그루가 되었다고 전해온다.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한국의 4대 매화는 강릉 오죽헌의 ‘율곡 매’ 장성 백양사의‘고 불매’ 순천 선암사의‘선암 매’ 구례 화엄사의‘화엄 매’ 등이다. 4매 중 3곳이 호남에 있다.
어느 시인은 2개소를 추가하는 데 그곳은 전남대학교의 ‘대명매’ 담양 지실마을의 ‘계당매’를 더해 호남에 오매라 하는 데 필자는 한 곳을 더해 금둔사에 전국에 다섯 그루뿐이라는 눈을 맞으며 섣달에도 핀다는 ‘납월 홍매(臘月紅梅)’를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화는 모두 아름답지만, 그중에서도 ‘백양사의 고불 매’는 더욱 아름답다. 백학봉의 하얀 암벽과 고색창연한 기와지붕을 배경으로 핀 홍매의 자태는 그 이름처럼 신비의 멋을 더한다.

호남에 육 매가 있다면 영남에는 산청 삼매(三梅)가 있다. 그곳은 경상남도 산청군 단성면 운리, 지리산 줄기를 지리산 줄기 따라 내려오다 멈춘 옥녀봉 아래 남향으로 자리한 단속사 절터에는 동, 서의 삼층석탑과 주춧돌이 어지러이 놓인 가운데 한그루 고목 된 매화가 절터를 지키고 있는데 이것이 정당매(政堂梅)이다.

이곳 정당매(政堂梅)는 통정공(通亭公) 회백(淮伯) 선생과 통계공(通溪公) 회중(淮仲) 형제분께서 사월이(沙月里) 오룡(五龍) 골에서 출생하시어 유년 시절 지리산(智異山)자락 신라(新羅) 고찰(古刹) 단속사(斷俗寺)에서 수학(修學)하실 때 수식(手植)한 매화(梅花)나무다.
그 후 통정공(通亭公) 선생께서 벼슬이 정당문학(政堂文學) 겸 대사헌(大司憲)에 이르렀다. 하여 후대인들과 승려들로부터 정당매(政堂梅)라 불리면서 63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보존되어 오던 중 1982년 11월 10일부터 경상남도 보호수 12-41 제260호로 지정되었다.
원정공 하즙(河湒) 선생님께서 수식(手植)한 ‘원정매’ ‘통정공께서 수식(手植)한 정당매(政堂梅), 남명 조식(曺植) 선생께서 수식(手植)한 남명매와 같이 산청삼매(山淸三梅)로 불린다.

정당매(政堂梅) 옆에는 정당매각(政堂梅閣)이 세워져 비각 안에는 두 개의 비석(碑石)이 있다. 1915년에 건립된 비각 안의 시비(詩碑)에는 비각을 세운 이유를 적은 정당매각 기와 통정공 강회백 선생의 시, 강회백 후손들이 지은 시 등 여러 편의 시가 적혀 있다.

그 한 수를 옮겨보면
聞香千里古山來(문향천리고산래): 향기 찾아 천릿길 예 고향에 찾아오니
萬疊頭流一樹梅(만첩두류일수매): 첩첩한 두류산에 한 그루 매화가 서 있네.
如答雲乃追慕意(여답운내춘모의): 구름도 추모의 뜻을 표하듯 두둥실 흐르네
滿天風雪爛然開(만천풍설난연개): 하늘 가득한 눈바람 속에서도 아름답게 피었구나

조선의 선비 중 매화를 가장 사랑했던 이는 퇴계 이황 선생이다.
선생이 지은 매화에 대한 詩가 107수에 달하니 가히 ‘매화시선(梅花詩仙)이라 부르게 되었다. 선생의 나이 84세에 단양군수를 제수받아 그 무렵 만난 여인이 18세의 관기(官妓) 두향 이었다. 기생 두향의 영향이 매화를 더욱 사랑하게 된 영향을 받은 분이다.
관기 두향은 군수인 선생의 인품에 반해 일생의 스승으로 삼고 정성으로 모셨다.
그리고 9개월 후 선비 풍기군수로 자리를 옮기자 두향은 이별을 서러워하며 선생을 위해 수석과 매화 화분을 하나를 행장 속에 넣어 보내며 시(詩) 한 수를 읊었다고 한다.
그 내용은
『이별이 하도 서러워 잔 들고 슬피 우니
어느덧 술 다하고 임마져 가는구나
꽃 지고 새우는 봄날을 어이할까 하노라.』
애절함이 묻어나는 한 여인의 독백 시(詩)였다.
퇴계는 두향이 보낸 매화분을 평생 곁에 두고 두향처럼 아끼며 보살피었다.
그리고 죽음을 앞두고 매화 몇 그루와 함께 도산 서원에 심었다.
그 매화의 후계목이 ’도산매‘화다.

선생이 단양에 두향을 남겨두고 떠나 도산 서원에서 말년을 보낼 때 어느 날 두향이 인편으로 난초를 보냈다. 단양에서 함께 기르던 것임을 알아버린 선생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튿날 새벽에 일어나 자신이 평소에 마시던 우물을 손수 길어 두향에게 보냅니다.
이 우물물을 받은 두향은 차마 마시지 못하고 새벽마다 일어나서 퇴계 선생의 건강을 비는 정화수로 소중히 다루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화수가 핏빛으로 변함을 보고 선생이 돌아가셨다고 느낀 두향은 소복 차림으로 단양에서 도산 서원까지 걸어서 갔습니다.
한사람이 죽어서야 두 사람은 만날 수 있었는데요.
단양으로 돌아온 두향은 결국 남한강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그때 두향이가 퇴계 선생에게 주었던 매화는 그대를 잊고 있어 지금도 도산 서원에는 그대로 피고 있다고 합니다.
그 후 퇴계의 종가에서는 매년 두향이의 묘소 벌초를 하고 그녀의 넋을 기린다고 전해옵니다.
아날로그 시대야 명 매화 핀다면 그곳을 답사해보곤 하지만 오늘날에는 누군가가 일찍 핀 명 매화가 피면 곧바로 블로그나, youtube, 등에 빨리도 올리기에 실감이 더하는 시대에 살고 있어 흥미가 떨어짐을 자각합니다.
20210215, 기(記)

정대수

2021-03-15 16:25

`정찬열`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정찬열 작가님 안녕하세요.
매화는 꽃도 참 아름답고 그 열매 또한 복스러워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듯 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매화를 좋아합니다.
퇴계선생님과 기생 두향에 대한 애절한 이야기는 저도 단양에 갔을때 들은 적이 있는데
작가님께서 집필하신 작품을 배독하면서 더울 설레게 되었습니다.
봄은 왔으나 코로나19에 미세먼지까지 위협하여 일상이 편치만은 않습니다.
모쪼록 내내 건강하시고
하시는 모든 일에 형통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정찬열	그간도 안녕하시온지요 존경하는 정대수 작가님항상 잊지 않고 달려와주시고 주신응원에 고마움 전합니다. 이곳 남녁에는 진달래, 개나리, 벚꽃 등 찐한 봄의 속내를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록 조석으로는 기온차가 심하지만 2~3일후면 춘분이니 그럴만도 하겠지요 하루속히 코비드가 끝이나고 일상이 정상화 되기를 바라며 늘건강에 행운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3/17 06:02

장선희

2021-03-16 16:31

`정찬열`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한 사람이 죽어야 만날 수 있는 사랑이 슬픕니다
벌써 홍매화가 피었다는 사진을 받아보며
세월이 참 빠르다고 실감합니다
조선의 선비 퇴계 이황의 시조가 유명하지요
매화에 대한 전설의 이야기 흥미있게 보았습니다
봄의 활기찬 기운 받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정찬열	반갑습니다. 존경하는 장선희 작가님 작가님의 실감 넘치는 소설이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코비드에 힘든일상 이지만 세월은 흐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뜻하시는 소망 이루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3/17 06:06

한영택 2021-03-19 19:46	`정찬열`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정찬열 작가님 안녕하세요?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일찍 핀다고 ‘조매(早梅)’, 추운 날씨에 핀다고 ‘동매(冬梅)’, 눈 속에 핀다고 ‘설중매(雪中梅)’, 색에 따라 희면 ‘백매(白梅)’, 붉으면 ‘홍매(紅梅)’. 옛 선비들이 매화를 좋아한 이유는 추운 날씨에도 굳은 기개로 피는 하얀 꽃과 은은하게 배어나는 향기 때문이었을까요? 매화꽃 명소와 그곳에 얽힌 이야기 흥미롭습니다. 조선 선비 중 유난히 매화를 사랑했던 퇴계 이황 선생님의 이야기까지 매화에 관한 작가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밤과 낮 기온차가 심하네요. 건강유의 하시고 평안하십시오 행복한 봄날이 되십시오.

정찬열 2021-03-22 21:08	언제 만나도 끈끈한 정이 깃든 존경하는 한영택 작가님~ 그간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에 맘조리며 하시는 업무에 고생이 많으시지요 누구에게나 그렇지만 하루빨리 끝나애하는 팬더믹 춘삼월의 갖가지 꽃은 피는 데 홰방꾼 찬 비바람이 3월의 꽃비를 날리네요 조석으로 고르지 못한 날씨에 건강에 유의 하시고 한주도 보람된 나날 되시기를 기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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