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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김경렬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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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김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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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17-09-06 2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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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의자(기적 종편)
아들의 의자
김경렬
조석으로 선선한 기온이 바람마저 선들거려 옷깃을 여미게 한다. 때 이른 나뭇잎 몇 점이 누렇게 얼굴색을 바꾸며 가을맞이를 하고 있다. 파란 하늘이 청량하다. 올해는 구월 하늘이 이렇게 푸르고, 맑고 시원한지 새삼스럽다. 늦은 봄, 청천벽력의 사고로 장시간의 뇌수술을 받았던 아들. 온 식구의 걱정과 지인들의 염려 속에서 기적으로 살아난 아들이 드디어 출근을 시작했다. 백일을 비웠던 자리로 돌아간 것이다. 동료 선생님들의 환대 받으면서 컴 앞에 앉아 동료들을 감동 시켰다. 죽었다가 새로 태어났으니 내년에 돌잔치를 하자면서 축하의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그렇다!
아들은 의식을 잃고 넘어가 분초를 다투는 긴급 수술을 받고 잠시 식물인간이 되었다. 전신 마비가 왔다가 풀렸다 거듭하며 제 아비 정신을 휘젓고, 아내마저 혼절하기 직전이었다. 어미는 정신 줄을 웅켜 쥐고 두 눈을 부릅떴다. 그래야 아들이 살아 날 것 같았다. 아들과 어미는 하나의 혼줄이다. 정신 놓친 아들을 붙들 수 있는 건 오직 어미의 강건한 혼줄 뿐, 동서남북에서 은혜가 쏟아지고 아들은 그 기운을 받아 기적을 이뤄냈다. 기도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큰절을 올리고 또 올린다.
아들은 어릴 때부터 또래 아이들과 다른 면이 있었다. 과묵하고 속이 깊었다. 동네 어린 동생들을 돌보며 챙겨주어 어미도 모르게 인기가 많았다. 입학을 한 후 교실에서 한 친구가 장난을 치다가 거울이 깨졌다. 담임 선생님이 그 친구에게 거울을 사오라 했다. 그 친구는 울면서 ‘집에는 할머니뿐인데 돈이 없어요’ 하였단다. 엄마도 없는 친구가 불쌍하다고 대신 거울을 사주고 싶다면서 돼지저금통을 들고 나와 엄마를 감동시키기도 했다.
고3 때 엄마가 애지중지하던 액자를 달라고 했다. 작은 의자가 수백 개 그려진 바탕에 큰 의자 한 개가 놓여있는 그림 이었다. 아들은 그 액자를 교실에 걸어두면 입시준비에 힘든 친구들에게 힘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아들의 뜻이 기특하고 고마워 포장을 했다. 이튿날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애들이 수업 중에도 그 액자의 의자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는 감사의 전화였다. 아이들에게 위안이 되고 힘이 되어주는 의자라고 하셨다.
특수학과를 지망하고 졸업한 뒤 정신지체 중복장애아들을 가르치는 특수학교로 발령이 났다. 힘없이 늘어지는 장애 아동의 몸에 맞춤형 의자를 만들어 앉히며 사랑으로 지도하는 아들이 자랑스러웠다. 좋은 마음과 실천이 천직인 아들은 복을 받아 살아난 기적이었다. 감사하고 감사한 마음, 고맙고 또 고맙다.
* 그동안 관심과 사랑으로 기도해주신 문우님들 은덕으로 아들이 출근을 시작하였습니다.
근황을 알려 드리고자 몇자 올렸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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