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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2-27 12:35
ㆍIP: 223.xxx.176
지나간 추억의 잔혹일기
지나간 추억의 잔혹 일기

         권영심 ( 2021 ,2 , 27 )

요즘 체육계와 연예계가 폭력 사건으로 얼룩져서 매일 뉴스에서 난리도 아니다
진실인지 아닌지 확인도 되지 않고 쌍방
간의 진실 확인 절차도 없이 그저 내가 누구 에게 당했소 하고 소리치면 바로 이슈가 되어 방송에 몇 번이나 나온다
후일 여러가지 과정을 거쳐 아니면 아니 었더라 하고 외면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이미 이름이 오르내린 주인공은
그 명예를 다시 회복하지 못 한다
이른바 학폭이라고 하는데 심지어 초등
학교에서 성폭행 당했다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진실이라면 얼마나 그 고통이 컸을까,
죽을 때 까지 잊지 못할 잔혹한 추억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지목 당한 사람은 모른다
고, 그런 일이 없다고 말한다
어쩌면 모른다는 말이 진실일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릴 적의 기억
때문이다
국민학교 때 머스매들이 함께 놀면서
여럿이 한 아이에게 달려 들어 바지를
벗기고 고추를 잡아 당기며 울고 웃고
소리치며 노는 모습들을 기억한다

바지를 벗긴 채로 벽에 두 손을 대고
서게 해서 엉덩이에 물감칠을 하며 놀려
먹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와 유사한 장난들을 머스매들은 참 많
이도 하고 놀았고 당하는 아이는 늘 있었는데 잘 어울려 지내기도 했다
여자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모습을 즐긴듯 하다
짖궂은 머스매들의 장난이었을 뿐, 그것 이 성폭력이라고 지금도 생각 안 한다
사내 아이들의 있을 수 있는 장난이었다 면 당사자는 당연히 잊어 먹었을 것이다
현재에 적용되는 엄정한 매너와 룰이
불과 몇 십 년 전에는 없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더 했다
나는 운동을 너무나 싫어하고 못 하는데
키가 남달리 컸다
중학교에 입학해서 문예반과 도서반에
지원했는데 입학 다음 날, 운동복을 입은 몇 명의 선배들이 반에 들어와 내
이름을 호명했다
뭐라고 말할 틈도 없이 나를 소강당으로
데리고 갔는데 배구인지 농구인지를
하라는 것이었다

코치 선생님이 나를 훈련 시켰는데
공으로 정말 엄청 맞았다
내가 받아내지 못 하니까 훈련의 강도는
더해지고 싫다고 소리치는 내 말은, 어림 없는 군소리였다
무조건 하면 된다고 하면서 방과 후 마 다 교실을 지키는 선배가 나를 끌고 갔다
나는 나를 향해 돌진해 오는 공이 너무 나 무서운데 그들은 몇 명이서 내게 공
을 사정없이 던졌다
코치 선생님은 내가 받을 때 까지 하겠 다고 소리치고 나는 주저앉아 그 공들을
온 몸으로 맞았다
일주일 째 되던 날 나는 학교에 안 가겠
다고 울면서 아버지에게 다 말했다
내가 푸릇푸릇하게 멍든 팔이며 다리를
보여 주자 아버지는 대노했다
공으로 맞았어도 하도 많이 맞으니까
멍이 들고 시간이 흐르자 여기 저기 얼룩 덜룩, 마치 매 맞은듯이 보였다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곧 바로 교장실로
직행했고 선배들과 코치까지 다 불려 왔다

아버지는 화를 내지 않고 조리정연하게
따져 물었는데 선생님들이 쩔쩔 매었다
마치 써 놓은 글을 읽듯이, 조목 조목 왜
아이를 이 지경까지 만들었나를 분명하
고 군더더기 없는 어투로 따지는 아버지
가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내가 못 하고 안 한다고 했는데 키가 크 다는 이유만으로, 강제로 폭력이나 다름 없는 훈련을 시켜 아이의 온 몸을 멍들
게 한 책임을 누가 질거냐고 따지자 코치가 내게 사과했다
키 크고 덩치가 좋으면 다 운동을 해야
하는 거냐고 , 공을 무서워 해서 어릴 때
부터 공놀이도 한 번도 안한 아이가 얼마나 괴로웠겠느냐고 하면서 아버지
가 내 팔을 만지면서 언듯 눈물을 보여
서 교장 선생님까지 사과를 했다
그 시절에 어지간한 일로 선생님이 학생 이나 학부형에게 사과하는 법이 없었다
선생님이 학생들을 때려도 아무런 문제
없는 시절이었고 억울한 일은 다반사
였다
그 후 코치는 물론 선배들도 나에게 어 떤 권유도 하지 않았고 나는 운동 근처 에도 가지 않아도 되었다

수 십 년이 흐른 지금 나는 그 때의 추억
이 아련하고, 괴로운 느낌이 전혀 없다
그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코치
를 비롯한 선배들이 나를 괴롭히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음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누군가의 도가 지
나친 장난에 어른이 되도록 그 고통스런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너무나
불행한 일이다
그러니 지금에 와서 변호사까지 동원해
서 고소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일들이 서로의 화해와
용서로 잘 해결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말 고통을 주었다면 아무리 오랜 시간
이 흘렀어도 진심의 사과를 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그러나 청소년기의 생각 없는 한 때의 잘못으로 그대로 이 세상의 모든 것에서 아웃되어 버린다면 대체 공정의 저울은 무엇으로 재는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른다
그런데 유명인이기에 솜털까지 파헤쳐
서 잘못을 드러내어 파멸시켜 버리는
지금 이 사회의 정의의 잣대는 과연
올바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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