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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11-27 16:24
ㆍIP: 223.xxx.89
그 때 그 시절 그렇게...
그 때 그 시절에 그렇게...( 18 )

       권영심 ( 2020 , 11 , 27 )

마트에 한 번 다녀오거나 시장에 다녀
오면 수북하게 쌓이는 것들이 있다
바로 비닐들인데 어떤 형태로든지 비닐
봉투들이 나와서 그냥 버리게 되는데
그 때 마다 마음이 무겁다
내가 유별난 환경주의자여서가 아니라
썩지도, 없어지지도 않는 이 요물을 써야만 하는 현실이 때로 너무나 답답해
서 그 때 그 시절을 생각하게 된다
동무들의 엄마들 중엔 부업으로 종이 붙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때 똥종이라고 부르던 누런 종이를 잘라 서 봉투를 만들던 부업이었다
잘못 만지면 손가락을 베어 피가 나기도 하던 거친 종이를 재단해서 밀가루 풀을 발라 몇 가지 사이즈의 봉투를 만든다는 이 간단한 일은 그러나, 그렇게 간단한 작업이 아니었다
종이가 항상 수 백 장씩 집에 쌓여 있었 고 만들어진 봉투의 부피도 상당했다
우리 가게도 그런 봉투에 옷이며 내복을
담아 줬는데 양말등 소소한 작은 물건들
은 담는 봉투가 따로 있었다
오래된 책이나 아이들 책을 오려 내서
그것으로 봉투를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
있었고 종이란 종이는 그 어떤 것도 허투로 버려지는 것이 없었다

시장에서 장을 볼 때 지금 처럼 물건 한
가지마다 포장해서 주는 일은 전혀 없었다
콩나물을 사면 종이 봉투에 넣어 주거나
했지만 양파며 오이며 그대로 장바구니 에 넣었다
육곳간에서 고기를 살 때 싸 주는 종이 는 신문지나 누런 종이였고 잉크 냄새가 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알았다
그 종이를 작게 잘라서 변솟간의 종이로
사용하기도 했다
반드르한 잡지는 최고의 봉투감이었고
그런 봉투는 몇 번이나 사용되었다
그 시절은 봉지쌀을 사서 구식을 이어가
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한 됫박의 쌀을 사서 보리쌀을 삶아 밥 을 지어 식구들의 하루 식량을 연명하는
많은 사람들이 해거름에 봉지쌀을 사서
그 다음에 김치 가게로 갔다
그 때 우리 동네의 시장에 김치 가게가
있었다

여러 김치를 만들어 놓고 팔았는데 그 중에 월남 김치가 있었다
배추를 다듬어 나온 꼭다리만 모아서
휘뚜루 마뚜루 담은 김치를 월남 김치 라고 했는데 아주 가난한 사람들이 비지 찌개를 만들어 먹기 위해 사가지고 갔다
그런데 월남김치를 비롯한 김치를 무엇
에 담아 주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나는 한 번도 김치를 사러 간 적이 없었
고 비지는 두부와 함께 많이 샀었다
부모님은 돼지고기를 많이 넣은 비지 찌개를 참 좋아했고 그 때의 비지는 지금의 비지와는 확연히 달랐다
두부와 비지는 봉투에 담아 주었고 웬만
하면 담을 그릇을 가지고 갔다
비닐봉투가 언제부터 사용 되었는지 전
혀 기억에 없으니 참 나도 문제스럽다
언제부턴가 모든 것들이 비닐에 담겨져
있고 포장지만 뜯어도 한 가득이다
그 때 그 시절에 제과점에서 빵을 사면
똥종이와는 좀 다른, 누렇고 매끄러운
봉투에 넣어 주었다
크고 딱딱한 빵을 밑으로, 얇고 부드 러운 빵을 위로 하거나 빵을 많이 살 때
는 두 봉투에 갈라서 넣어 주었다

지금 처럼 빵 하나 하나마다, 종류별로
비닐에 싼 것을 또 비닐에 넣어 주는 이런 포장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일까?
나는 배달 음식을 기피하는데 맛과 상태
를 떠나서 그 많은 포장 용기에 지레 질려서 배달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새벽에 길을 걸어 갈 때가 있는데 아무 렇게나 버려져 있는 그런 용기들을 보면
미래의 절망의 도시에 들어선 기분이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 현대화가 되었어도
그 때 그 시절에 살았던 사람들이 아직
그대로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그 때와 다르게 왜 이렇게 많
은 , 전혀 의도치 않은 쓰레기를 배출하
는 것을 조금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자식들을 위해 재산을 남겨 줄려고 죽을
고생을 하면서 정작 그 자식들이 살아야
하는 터전인 이 땅은 쓰레기 통으로 만드는 현실을 이대로 묵과해서는 안된
다고 나는 진정으로 말하고 싶다

그 때 그 시절에는 아이들의 다 쓴 공책
한 권도 버리지 않았다
머스매들이 딱지를 만들어 갖고 논 더러 운 종이를 펴서 성한 쪽은 변솟간에 놓고 너덜너덜한 것은 모아서 물에 풀어 서 밥풀을 섞어 잘 치댄 것을 집 안의 곳 곳 허무러진 틈에 붙이면 훌륭한 땜빵이 되었다
책을 버릴 곳이 없어 골머리를 썩이는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아무리 헌 책이라도 돈이 되었고 사전 이나 옥편은 헌 것을 사도 되는 줄 알았
던 그 때 그 시절...
지금 주변의 너무나 많은 책이나 종이들 이 결국 버릴 곳 없는 쓰레기가 된다는
사실이 믿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아이들의 헌 교과서 한 권도 버려지지
않았고 다 쓴 공책도 붓글씨 연습용으로
쓰다가 그냥 버리지 않고 잘라서 쓴 그
때 그 시절의 거리는 깨끗했었다
낙엽이나 자연에서 나오는 것들이 바람
에 날릴 뿐 인간이 버리는 쓰레기는
거의 없었다
그것마저도 넝마주의들이 줏어서 고물 상에 가져 가면 재활용이 되었다
미국은 얼마나 부자인지 냉장고나 티비
도 길에 버려져 있다고 감탄하던 그 시절의 이야기가 지금 이 땅의 거리에
그대로 펼쳐지고 있으니 우리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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