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석희
ㆍ작성일	2017-12-26 15:23

ㆍIP: 124.xxx.224

개구멍

개구멍

길 그것이 원래는 없었을 것입니다.
사람의 발길이 잦은 곳에 생기는 게 길입니다.
아무리 직각으로 돌아가라고 하여도 사람들은 반드시 지름길을 내고야 맙니다.
가깝기 때문입니다.
멀리 돌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이유나 먼 이유나 결과는 하나입니다.
참 묘한 것이 길입니다.
멀더라도 기꺼이 가겠다는 사람들.
기어이 가까운 길로만 가고 싶다는 사람들.
취미 따라 희망 따라 만나고 또 만나서 길을 가다 보니
돌아가는 길도 생기고 질러가는 길도 생겨납니다.
그러고 보니 지름길은 가까워서 편리하지만 바르지는 못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멀고 가까운 게 문제가 아니라 옳은 길이냐 그른 길이냐 하는 게 문제의 본질인 것 같습니다.

어렸을 적에는 개구멍이라는 게 참 많기도 하였습니다.
입구가 아예 반질반질하였습니다.
정문으로 다니는 사람보다도 개구멍으로 다니는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탱자나무 울타리보다도 측백나무 울타리의 경우가 더욱 더 인기가 높았습니다.
그런데 나는 어린 나이였지만 참 묘하다고 생각하는 게 하나가 있었습니다.
정문으로 다니는 사람은 반듯하게 앞만 쳐다보고 가는데
개구멍으로 다니는 사람은 들어갈 때에도 주위를 휘 둘러보고 기어들어가고
나가서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라고요.
겨우 초등학생이었지만 그게 참 풀리지 않는 고등 과제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담벼락을 쌓을 돈이 없어서였는지 잘 모르지만
생나무 울타리가 참 많던 시절이었기에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 졌을 거란 생각입니다.
그 후 흙으로 만든 담벼락, 돌로 만든 담벼락, 시멘트 담벼락, 쇠창살 담벼락, 꼭대기에 깨진 유리병 조각을 박은 담벼락, 전기를 통하게 만든 무시무시한 담장 시대를 지나
이제는 아예 담벼락을 헐고 열린 마당 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담장도 옛날에는 철조망 울타리였다가 생나무 울타리로 그러다가 시멘트 담으로
이제는 그 웅장한 담을 헐고 아름다운 회단으로 바꾸어진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제주도 성읍 민속 마을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옛날 우리 민족이 살았던 모습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습니다.
대문이나 사립문은 아예 없습니다.
출입문에 긴 막대 둘을 걸쳐 놓았을 뿐이었습니다.
집 안에 주인이 없다는 표시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민족은 이렇듯 대문도 울타리도 담장도 없이 활짝 열린 채로 살았던 것입니다.
오늘날보다도 훨씬 더 열린 마음으로 행복을 노래하며 살아왔던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세상은 이제 열려 가는 추세인 듯합니다.
가슴을 열고 마음의 문을 열고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말이나 행동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훈훈한 세상을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백낙은

2017-12-27 09:26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길에 대한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멀고 가까운 게 문제가 아니라 옳은 길이냐 그른 길이냐 하는 게 문제의 본질인 것 같다."는
말씀에 격렬한 박수를 보냅니다.
담장에 유리병을 꽂은 것을 보고 악해져 가는 이 사회가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관공서는 물론 담장을 허는 곳이 조금씩 보여서 좋았습니다.
저희 집도 담장이 있습니다. 헐어버리고 나즈막한 나무 울타리 하고 싶지만
경비 문제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훈훈한 열린 마당 시대가 속히 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석희	위원장님! 세상이 많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점점 열려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해 동안 많은 사랑 베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12/31 09:29

장계숙

2017-12-27 13:47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모든 갈등은
그 본질을 이해하고 원칙을 지킨다면
생각보다 자유롭고 간단해 집니다.
반듯하지 못 함은 늘 비굴하게 만들지요.

참 맛깔나게 글을 잘 쓰십니다.
마음은 풍경을 그리고
의미는 마음에 쏙쏙 꽂힙니다.
늘 감사함으로 배독합니다.


이석희	장계숙 시인님~~~ 먼 곳까지 찾아 주시고 고운 격려의 글로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마운 한해였습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12/31 09:30

김경렬

2017-12-28 22:40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관공서 담벼락을 헐어 공원을 만들어 놓은곳이 있어서 속이 후련함을 느꼈었지요.
일반 주택도 담헐기 운동으로 화단을 조성한집을 보면
주인장 인품이 엿보이고요.
모두가 터놓고 웃으며 사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합니다.
옳은 말씀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석희	김경렬 작가님~~~ 참으로 다사다난하였던 한 해였습니다. 용기를 주신 작가님! 감사한 한해였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12/31 09:32

박목철

2017-12-29 16:47

사실 사람은 몇 걸음이라도 덜 걷고 싶어하나 봅니다.
길을 잘 닦아 놓아도, 지름길이 있으면 그리로 다니게 됩니다.
교훈이 되는 글 많이 깨우치며 읽었답니다.
한해 동안 좋은 글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새해에도 작가님의 왕성한 창작열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이석희	박목철 작가님~~~ 한 해동안 참 행복하였습니다. 맛깔스런 글로 안내하여 주신 일본 여행기는 큰 감동이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12/31 09:34

정찬열

2017-12-29 21:16

이석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일전에 겨울행사때 뵐수가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작가님의 글을 읽다생가해보니 개구멍이 오늘날
높은산을 구비구비 오르던 옛날을 초과해 직선으로 터널을
뜷은 현대판 개구멍이라 생각이 드네요
"개구멍" 어릴적생각이 깊어지며 잘 배독하고 갑니다
새해 건안 하시길 빕니다. 감사 합니다.


이석희	정찬열 작가님~~~ 보잘 것 없는 글에도 항상 용기를 주신 작가님! 참으로 감사한 한해였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12/31 09:35

서민경

2017-12-30 14:53

시인님
안녕하세요
늦게 찾아 뵈어서 죄송합니다
고운 시향에 머물러 봅니다
올 한해도 이제 하루 남았습니다
끝마무리 멋지게 하시구요
내년 2018년 무술해는 건강과 행운가득 행복하세요
날이 많이 춥습니다 늘 감기조심 하셔요
고맙습니다^^♡


이석희	서민경 시인님~~~ 먼 곳까지 오셔서 격려하여 주시니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향필하시기를 빕니다.	12/3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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