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석희
ㆍ작성일	2017-08-27 00:32

ㆍIP: 124.xxx.224

우리네 인생살이

우리네 인생살이

우스개로 하는 이야기이겠지만 우리네 인생을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나님이 소를 만들고 소한테 말하기를 "너는 60년만 살아라."했답니다. 단 사람들을 위하여 일만 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입니다. 그러자 소는 30년은 버리고 30년만 살겠다고 하였습니다. 그 다음에 개를 만들고 말하기를 “30년만 살아라.” 했습니다. 단 사람들을 위하여 평생 집만 지키라는 조건으로요. 그러자 개는 15년은 버리고 15년만 살겠다고 하였답니다. 세 번째로 원숭이를 만들고 말하기를 “너는 30년만 살아라.”고 했습니다. 단 사람들을 위하여 재롱을 떨라는 조건으로... 그러자 원숭이도 15년은 버리고 15년만 살겠다고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람을 만들고 말하기를 “너는 25년만 살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단 너한테는 생각할 수 있는 머리를 주겠다고 선처를 베풀었답니다. 그러자 사람이 하나님께 말하기를 “그럼 소가 버린 30년, 개가 버린 15년, 원숭이가 버린 15년을 다 주세요.” 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하라고 선처를 베풀었답니다.

그래서 사람은 25살까지는 주어진 시간 그냥저냥 살고, 소가 버린 30년 즉 26-55살까지는 소처럼 죽도록 일만 하며 살고, 개가 버린 15년은 퇴직하고 집안에서 개처럼 집 보기 하면서 살고, 원숭이가 버린 15년은 손자 손녀 앞에서 원숭이처럼 재롱을 떤다고 합니다. 어떻습니까? 그럴듯하지요.

하지만 우리네 인생은 이렇듯 덤으로 주어진 삶은 아닐 것입니다. 나의 삶은 우리 후손들에게는 거울이 됩니다. 거울은 속이려야 속일 수 없고 바꾸려야 바꿀 수도 없는 진실 그 자체인 것은 우리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부정할 수도 없습니다. 결과를 거절할 수도 없습니다. 거울의 모습은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수밖에 별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만세 중생이 거울하고 본 뜰만한 아름다운 인생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내가 젊어서 직장 관계로 부산에서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일이 힘이 들기도 하였겠지만 다리가 견디기 힘들 만큼 아팠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으니 별다른 관심도 없는 듯 한의원을 찾아가 보라고 심드렁하게 말들을 합니다. 사실 남의 일이기는 하지만 말처럼 남의 이야기 하듯 말합니다. 쉬는 날을 이용하여 나는 한의원을 찾았습니다. 한의사는 진찰도 하지 않고 나이를 묻습니다. 서른 다섯 살이라고 하니 마치 신기한 보물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손바닥을 딱! 하고 치면서 너털웃음을 웃었습니다. 거 보라 하는 듯이 거만을 떨던 한의사는 “중년병 이구만! 중년병!” 하면서 거드름을 피웁니다. 그 의사의 말인즉슨 지금까지 올라왔으니 이제는 내려가야 한다는 겁니다. 기능이 그렇다는 말입니다. 인생의 반은 이미 살았다는 겁니다. 80, 90도 살지만 그건 덤이라는 말이었습니다. 딱히 부인할 말을 찾기도 어려워 보였습니다.

나는 응당 진단만 내리지 말고 이 병을 어찌하면 치료할까가 가장 궁금한 대목일 수밖에는 없으니 채근을 하였습니다. “보링을 해야지, 보링을...” 보링이란 보약을 말합니다. 당시 나는 돈이 없기도 하였지만 그 한의사의 말에 약간 믿음이 덜 가기도 하여 그가 말한 양의 반만 먹기로 하였습니다. 말을 하고 그의 눈빛을 보니 마치 개똥을 밟기라도 한 것처럼 재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하였습니다. 하여튼 그 약을 오지 약탕기에 담아 아내의 정성으로 다려서 먹었는데 먹기 시작하자 아픈 다리의 통증이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술자리에 앉기만 하면 입담이 술맛보다도 더 찬란한 편입니다. 내가 주워들었던 이야기가 마치 병 주둥이에서 술이 흘러내리듯 술술 풀려 나오면 술자리는 왁자지껄 거나하게 무르익어 갑니다. 항상 주워섬기는 레퍼토리가 있습니다. 인생은 10대에는 시속 10Km로, 30대에는 시속 30Km로, 50대에는 50Km의 속도로, 70대에는 시속 70Km의 속도로 내달린다는 이른 바 속도론 입니다. 어렸을 적에는 어서 나이 먹어서 형님 소리 듣는 게 일구월심 소원입니다. 그러다가 70이 넘으면 말씀이야 어서 죽어야지 하지만 방구석에 산더미처럼 쌓인 약봉지는 태산을 방불케 합니다. 고속버스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이 어찌 그리도 야속한지 모릅니다. 속도가 좀 느긋할 때 즐기지 못하였던 지난날들이 그토록 얄미울 수가 없습니다. 젊은 시절 사진들이 마치 영화 필름 같습니다.

하지만 이 속도론도 팔자 좋은 늙은이들의 전유물이라는 게 나의 생각입니다. 만날 사람 많고 갈 곳 많고 즐길 일 많고 할 일 많고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 늙은이야 하루가 눈 깜짝할 찰나에 불과합니다. 언필칭 삼추가 여일각[三秋가 如一刻]이고요 일각이 여삼추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만날 사람도 없고 갈 곳도 없고 즐길 일도 없고 할 일이라곤 눈 씻고 찾아도 없고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늙은이들은 세월이 좀 먹느냐 하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습니다. 속도라는 게 전자의 예하고는 정 반대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잖아요? 시간이 원수입니다. 이 분들은 대체로 정자나무 밑이나 다리 밑 아니면 공원 벤치에서 벌어지는 장기판 훈수나 두다가 운이 좋으면 새우깡에 깡 소주 한잔 걸치고 할매 혼자 지키는 집으로 가는데 무슨 70Km니 80Km를 찾을 겨를이 있을 턱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재수 없는 사람이 똥 밟는다고 아차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바카스 할매 만나 인생 종 치는 노인 이야기도 심심찮게 지상을 장식하기도 합니다. 길 가다가 흘린 안경은 아무리 많아도 주워가는 사람이 없습니다. 제 눈에 안 맞는 안경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맞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남의 삶을 내 삶처럼 흉내 내면 안 됩니다. 자칫하면 신세 망칩니다. 잘 살다가 인생 말년에 신세 망칠 일 있나요?

정찬열

2017-08-27 22:52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우리네 인생살이" 감명깊게 공감으로 받아들입니다.
의미 깊게 써주신 글이 그렇게 수월하게 읽어집니다.
우리네 인생살이가 모두가 다즐겁고 행복할수야 없다지만
대체로 세월이 유수 같다는 사람은 세상살이가 편하다는 뜻이지요
삶이 편치 못하면 어찌 세월이 빠를수 있겠습니까.
세상살이가 인생살이가 모두가 다같을수는 없는 것이니 말입니다.
사람에따라 하루가 십년 같은 사람이 있고 한달이 하루 같은 사람이
있는 것이 우리네 인생 살이겠지요
8월도 끝마무리 잘하시고 행복한 9월이 되시길 빕니다.


이석희	정찬열 작가님~~~ 반갑습니다. 오셔서 격려하여 주시고 공감하여 주시니 감사합니다. 이젠 가을이 목전입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8/28 10:03

김종덕

2017-08-28 13:29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정말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것은 작가님께 배웁니다. 사람, 소, 개 원숭이 이야기는 처음 듣는 이야기 이기도 하지만 너무도 이치에 맞고 재미있어 한참을 정신없이 빙그래 웃고 있읍니다. 그대로 이야기 보따리이십니다. 한자리에 막걸리 한잔 놓고 많은 이야기 보따리를 열어 주십시오라고 부탁드릴 수 잇으면 좋겠읍니다. 어떻게 이야기가 찰지고 재미잇는지 꼭 어릴때 항아버지가 들려주는 그 이야기 같습니다. 또한 배웁니다. 길가에 떨어진 안경은 누구도 주워가지 않는다는 이야깁니다. 누가 내인생을 다른사람이 주워가겠읍니까? 새기며 듣습니다. 정말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요.


이석희	김종덕 작가님~~~ 언제나 찾아오셔서 감격적인 말씀을 주시니 어리둥절합니다. 채찍으로 알고 더 노력하겠습니다. 사랑 받는 글이 되도록 더 많이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8/28 16:02

김나현

2017-09-01 00:16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요즘 시인 서재
최신글란이 잘 안뜨는데 수필 소설 서재는
까딱없네요 ㅎ
우리네 인생살이 흥미 진지하기도 하지만
읽어도 또 읽어도 보약같은 좋은 말씀이
들어 있어서 긴글을 두번 읽었답니다ㅎ
선생님 저도 조금이라도 젊을때 즐겨야겠습니다
비록 50키로로 달리는 중이지만 체감 나이는
저도 칠팔십 키로로 달리는 느낌입니다 ㅎ
훈계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무더운 여름 나시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
구월엔 감사와 기쁨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이석희	엑! 김나현 시인님께서 이 동네까지 납시셨어요? 이 동네 단골 고객들께서도 뜸하신데 새로운 별님이 뜨셨습니다그려. 일단 환영부터 합니다. 이 글에서처럼 보링을 하여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제 시서재까지 일별하셨군요. 감사합니다. 열심히 힘을 다하겠습니다.	9/1 07:47

백낙은

2017-09-04 20:18

이석희 작가님 안녕하신지요?
제가 몸 컨디션이 않 좋았고, 체4 수필집을 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좀 추스려 가지고 다시 들어와 살피겠습니다.
늘 건안하시고 승필하소서.


이석희	위원장님! 그러셨군요. 행복과 불행은 동행 하기를 좋아하나 봅니다. 날이 시원해져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어서 건강 회복하시기를 빌겠습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9/5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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