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석희
ㆍ작성일	2017-11-29 15:10

ㆍIP: 124.xxx.224

보람

보람

교직에 있을 때에 나는 주로 6학년 담임을 많이 하였었습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초등학교를 마치는 마지막 해이니 그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다는 게 가장 가까운 이유 중의 하나였습니다. 어느 나이 어느 학년을 맡아도 꿈을 심어 줄 수는 있겠지만 말귀를 조금이라도 더 알아들을 수 있을 나이가 더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점도 작용하였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해엔가는 2학년을 가르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2학년은 6학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더 재미가 있었습니다. 아기자기 하고 곰살궂은 게 마치 팬더곰 무리와 함께 어울려 노는 것 같은 정말 꿈같은 세월이었습니다.

많은 동료 교사들이 왜 그리도 힘든 6학년만 고집하는가 하는 충고도 들었지만 내 고집을 꺾지는 못하였고 정년퇴임을 하는 해마저도 6학년을 맡았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해마다 학년 초가 되면 아이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답을 도출해 내는 심각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중 하나는 “여러분! 좋은 친구를 사귀고 싶지요?” “예!” “혹시 나쁜 친구 즉 이기주의자를 친구로 사귀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들어보세요.” 하고 교실을 휘 둘러봅니다. 손을 든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렇겠지요. 자기만 위하는 이기주의자를 싫어하는 것은 어른들이나 아이들이나 매 한 가지입니다.

다시 묻습니다. “그러면 어찌 하여야 좋은 친구를 사귀게 될까요?” 한참 동안 말이 없습니다. 한 번 더 채근을 합니다. 그제야 모기소리만 한 목소리로 대답을 슬슬 하기 시작합니다. 영 자신이 없다는 말투입니다. 어른들의 논리대로라면 그야말로 말도 되지 않는 말을 여러 번 듣고 나서야 대답다운 대답이 나옵니다.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어야...” 그렇지만 자신은 없는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 깔면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합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문제의 답은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나 혼자 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나와 대화가 통할 수 있는 사람 그게 바로 내가 사귀고 싶은 사람일터이니 그 친구에게로 다가가 좋은 친구 노릇을 먼저 잘 하면 곧 머지않아 좋은 사이가 될 것입니다.

이것이 어찌 아이들만의 문제이며 해법이겠습니까? 나이가 많고 머리가 무거워질수록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이렇게 하여 하나의 문제는 해결을 보았습니다. 이 문제의 답은 구하였으니 이제는 실행을 하는 문제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단순하기 때문에 실행을 하는 문제는 어른들처럼 어렵지가 않았습니다.

며칠 후 두 번째의 문제를 가지고 토론을 하였습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예화를 들려주었습니다. “무대는 천당이라 하여도 좋고 극락이라 하여도 좋습니다. 식사 도구는 1미터짜리 숟가락 하나뿐입니다.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수십 명이 둥글게 앉아서 식사를 합니다. 밥그릇은 방 한 가운데에 덩그러니 큰 솥 하나에 비빔밥이 한 가득입니다. 여기 모인 가족들은 밥을 퍼서 내 입에 넣지 않고 맞은편에 앉은 동료의 입에 넣어 줍니다. 질서가 정연합니다. 조용합니다. 순식간에 식사가 끝이 납니다. 흘린 밥풀도 없습니다. 남긴 밥 알갱이가 하나도 없습니다. 불평이나 불만도 없습니다.”

“이제 다른 방을 찾아갑니다. 이곳은 지옥입니다. 식당의 조건은 아까 천당의 경우와 같습니다. 그러나 식사의 모습은 아주 딴판입니다. 이곳에 있는 동료들은 각자의 숟가락을 각자 자기 입으로 가져갑니다. 원인이 이렇듯 천당의 그것과 정반대이기 때문에 결과도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납니다. 여러분! 상상이 가지요?”

나만을 위하여 사는 세상과 남도 위하면서 사는 세상 가운데 어느 세상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일까요? 하는 나의 물음에 “남도 위하며 사는 세상” 이라는 대답이 즉시 튀어나옵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대답하여야 할 거라는 짐작을 미리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아요. 다들 그렇게 생각합니까?” “예!” 하고 힘차게 대답을 합니다. 이 때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전혀 상상하지 못할 뚱딴지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내가 그렇게 남을 위하여 살면 나는 어찌 사나?” 아이들은 눈알을 굴립니다. 생각하고 있다는 증표이지요. 이내 대답이 나옵니다. “나는 저 사람을 돕고 그 사람은 나를 돕고...” 일순간 긴 한숨소리가 가느다랗게 이어집니다.

지금 세상이 혼탁하다고들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 절정에 달해 있는 느낌입니다.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습니다. 한 평생을 속고만 살아온 듯합니다. 책임을 져야할 사람은 하나같이 자기는 모르는 일, 아니라는 말, 기억이 없다는 등 바보를 자처하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꼭 바보들이 모인 나라는 아닌지 의심이 갑니다. 자신이 뻔뻔한 줄도 모릅니다. 남 탓만 합니다. 모두가 다른 사람 때문이라고 합니다. 정말로 누구 말마따나 때로는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사회적 분위기가 인격자를 대우하고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소중히 알도록 가르치고 배웠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하고 쓸데없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러한 인간의 가치를 가르치고 배우며 누구나 다 좋아하는 나를 만들어나가도록 하였더라면 하고 말입니다. 모두들 세상이 병들었다고 쉽게 말하지만 혹시 내가 병 든 건 아닌지 나를 살펴야 할 일입니다. 나와 함께 토론하고 공부하였던 그 아이들이 지금쯤 어디서 어찌 사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그때 그 시절 좋은 꿈을 실현하는 길을 찾아가도록 작은 도움이라도 준 일에 보람을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김경렬

2017-11-29 19:33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선생님반 아이들은 행운입니다.
지금쯤 모두 반듯하게 자라나
사회에서는 한 몫을 크게 해 내고 있을 겁니다
스승을 잘만나야 사람이 된다는 말 ,
괜한 말은 아닙니다 ,
선생님 같은분이 많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감기 조심 하시고 행사에 뵙겠습니다.


이석희	하지만 외도를 하느라고 정작 경력이 얼마 안 됩니다. 참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고운 말씀에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12/1 16:17

백낙은

2017-11-30 20:36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우리 시대에는 유치원도 없었고
제가 제일 기억에 남는 분이 6학년 담임선생님입니다.
추경호 선생님이셨는데 그 모습이 그립습니다.
그 때 내 인생의 골격이 형성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작가님에게 배운 아이들도 선생님을 그리워 할 것이라 여겨집니다.
성인이 말씀하신 삼락 중 일락이니 얼마나 보람 되시겠습니까?
그 보람 기리기리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석희	,아이들이 어쩔 것인가는 관심 없습니다. 그저 최선을 다하였을 뿐이지요. 격려의 말씀에 감사 인사 올립니다.	12/1 16:19

정찬열

2017-11-30 22:21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작가님께 훈육을 받은 어린이는
지금쯤 자라서 모범 일꾼이 되었으리라고
미루어 생각해 봅니다. 뭐니 뭐니해도 초등학교
고학년 담임 선생님이가장 기억에 남으리라 대부분이
생각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지혜가 들어간 덕뿐이겠지요
세상에 훌륭한 인재를 배출하신 선생님들의 은혜 잊을 수가 없지요
좋은 글 감사히 보았습니다. 늘 건안 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이석희	사실은 제가 6학년 때 선생님에게서 받은 감동을 잊지 못하여 그토록 최선을 다하였답니다. 아이들이 어떠할지는 전혀 관심 없습니다. 응원하여 주시니 감사합니다.	12/1 16:21

박목철

2017-12-01 10:13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6학년 담임을 해야 진정한 스승이라고 합니다.
애들이 시간이 지나며, 다른것은 잊어도 6학년 담임은 잊지 않는답니다.
저도 4년 동안 교편을 잡은적이 있습니다. 군대 갔다와서 형편상 해야 할
입장이었지요, 처음에는 4학년 담임을 주더니 5학년, 다음에 6학년 담임을
두 번하고 원자력 연구소 쪽으로 직장을 옮겼습니다.
두고 두고 좋았던 기억이 남았습니다. 이담에 늙으면 무료봉사로
애들과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답니다.
좋은 글에 옛 시절을 회상하게 되네요, 작가님 행사 때 뵙겠습니다.


이석희	소운님께서도 그러셨군요. 경력이 참 화려하시군요. 저도 외도하느라고 몇 해 못하였습니다.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최선을 다하였으니까요. 힘차게 들려주신 응원가 감사합니다.	12/1 16:24

김태윤

2017-12-03 23:38

이석희 작가님
보람 의미깊게 잘 읽었습니다
시를 읽다 수필을 읽으니 조금 더 인내력이 필요합니다
작가님이 워낙 매력있게 쓰신 글이라 그래도 빠져들었네요
함께 하는 행복, 타인을 위한 배려 잘 봅니다
아는 내용이였으나 다시금 삶의 지침서와 같이 정리를 해주시니
의미가 새롭습니다 멋쟁이 작가님 시인님 화이팅입니다
감사히 배람하며 돌아갑니다 늘 건강하셔요 작가님 ~^^


이석희	김태윤 시인님~~~ 추운 날씨에 여기까지 오셨어요? 아쉬움이 진한 인생이었습니다만 응원하여 주시니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12/5 00:53

서민경

2017-12-04 19:45

시인님
안녕하세요
행복한 하루 멋지게 보내셨나요
수고 하셨습니다
바람이 많이 차갑습니다
늘 감기조심 하시구요 따뜻한 물두 많이 드세요
소중한 시향에 젖어 배독하구 갑니다
고맙습니다
행복밤 조은꿈 꾸세요 굿나잇요^^


이석희	서민경 시인님~~~ 오셨어요? 반갑습니다. 격려하여 두시니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12/5 00:54

김종덕

2017-12-06 15:40

이석희 작가님, 평안하시지요? 작가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가 과정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희망을 줄 수 있ㄱㅣ 때문으로 생각합니다. 저의 고등하교 시절이 수학시험을 쳤읍니다. 형편없이 못쳤지요, 주관식으로 풀어야 했으니까요. 시험이 끝나고 자신을 이기지 못해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있읍니다. 나중에 점수를 보니 저가 생각했던 것 보다 2배나 더 잘나와 있었읍니다. 수학선생님께 찾아갔읍니다. 너는 답은 틀렸을지라고 풀어가는 과정이 그렇게 정확했고 조금만 조심하면 수학자도 될 수 있겠다라고 하셨읍니다. 그 일이 저의 인생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읍니다. 과정이 너무 중요하다는 것을 직접 새겼읍니다. 과정은 어떤 과정이라하더라도 그 전체에 있어서는 뼈대를 구성할 것입니다. 우리의 교육도 과정을 중요시하는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희망을 볼 수 있읍니다. 작가님, 오늘의 교육도 참 잘 이수하고 갑니다. 작가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이석희	김종덕 작가님~~~ 참 옳은 말씀입니다. 결과는 조금 잘못 되어도 큰 상관 없습니다. 과정은 결과보다도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허나 지금은 결과 지상주의로 흐르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언제나 그런 세상이 올지 걱정스럽습니다. 좋은 말씀에 감가드립니다.	12/6 15:47

김상화

2017-12-08 23:43

이석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참 반갑습니다
스승은 제자의 거울이라 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제자들의 진리의 거울이신 것 같습니다
좋은 스승은 훌륭한 제자를 생산해 내는 것이니까요
보통 선생님들이 생각지 못하는 가르침으로 제자들을
가르치셨으니 참 훌륭하십니다.
작가님의 글을 읽고 오늘도 많은 것을 배워갑니다
작가님 날씨가 점점 추워지네요
늘 건강 유념하시고 행복과 행운이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이석희	김상화 작가님 칭찬이 너무 과하십니다. 그저 욕은 먹지 않으려 하였을 뿐입니다. 응원하여 주시니 감사합니다.	12/11 18:36

김종근

2017-12-09 09:03

이석희 작가님 안녕하셨습니까.
교직에 몸담은 작가님 참 존경합니다.
참 힘든 직업이란 걸로 알고있습니다.
저도 산업체 학교(한일여실고)에서 1년간
여고 2학년을(주 15시간)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남을 교육 시킨다는것은 참 힘든 일이더군요.
막 대학 졸업하고 26살에 여고 2학년, 지금 그 제자들이
50도 훌쩍 넘었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이석희	김종근 작가님~~~ 추억의 교직이었겠어요. 그 학교 학생들은 남 다른 감각으로 공부를 하였을 것입니다. 좋은 경험이었을 거예요. 격려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12/11 18:38

장계숙

2017-12-11 08:56

지나고 보니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제일 그립더군요.
6학년 담임 선생님은 더욱 그렇구요.
친정 부모님도 교직생활을 하셨는데
한 번은 저의 담임이 되어
제가 반을 바꾼 기억이 납니다.
생활 속에서 들려주시던 작은 말씀들이
지금까지 제 삶의 모토가 되어
늘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위상이 옛날 같지 않아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래도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들입니다.
작가님과 함께 했던 아이들은
정말 행복했을것 같습니다.
제자들이 성장해서 만나게 되면
그 기쁨과 보람은 모두 선생님의 것입니다.
늘 삶의 이유를 생각하게 해 주셔서
감사히 배독했습니다.


이석희	장계숙 시인님 옛날에는 그랬던 사제간의 정의가 오늘의 그것은 많이 변질되었어요. 세상이 변하였는지 사람이 변하였는지 모르지만 하여튼 그렇습니다. 좀 순수하여졌으면 좋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12/1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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