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석희
ㆍ작성일	2017-09-27 05:20

ㆍIP: 124.xxx.224

시댁과 친정집

시댁과 친정집

여성은 결혼을 하게 되면 집 이름이 바뀌게 됩니다. 결혼 전에 살던 집은 친정집이 되고 남편의 집은 시집이 아니고 시댁이 됩니다. 댁은 어쩐지 조금 지체가 높이 들리고 집은 조금 낮은 듯하게 들리는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실지로 국어사전을 보면 댁[宅]이란 ‘남의 집이나 가정을 높여 가리키는 말’이라고 풀이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여성은 결혼을 하여 신분이 아내로 바뀌는 순간에 낮은 집에서 높은 집으로 옮겨가서 사는 신세로 바뀌는가 봅니다. 실로 운명적이라 아니할 수가 없습니다. 남녀가 평등하고 이 평등한 권리 아래 짝을 이루었을 뿐인데 똑같은 부모를 모시고 귀하게 자라고 커서 결혼을 하였을 뿐인데 친정은 집이라 부르고 시집은 시댁이라 부르니 불평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가 막힌 현상은 이것 뿐이 아닙니다. 명절이 되면 불거지는 작지만 큰 이야기들을 해봅니다.

결혼 20년차 워킹 맘인 A씨는 최근 남편에게 “설 연휴 동안 시가에 안 가고 친정에서 푹 쉬고 오겠다.”고 통보하였습니다. 그는 명절 전날이면 만사 제쳐 놓고 시가로 달려가 차례상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하루 종일 밑반찬을 하고 전을 부칩니다. 그런데도 차례를 지내고 나서 시가와 그리 멀지 않은 친정에 가려면 눈치를 봐야 했습니다. 시어머니는 A씨의 두 아들에게 외할머니 집에 갈 건지, 저녁 먹으러 다시 올 건지 등을 꼬치꼬치 캐묻기 일쑤였습니다. 평소 처갓집을 나 몰라라 하는 남편은 지난 추석 때 몸이 안 좋다며 친정에 함께 가지도 않았었습니다. 그간 꾹꾹 참았던 설움이 결국 폭발하고 만 것입니다.

최근 A씨처럼 명절에 더 이상 시가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습니다. 명절에는 으레 시가에 가야 한다는 사회적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살겠다는 의지의 발로인 셈입니다. 그리고 이는 전국적인 현상일 것입니다만 명절날 차례를 지내고 식사 후 설거지까지 다하고 나면 며느리들은 으레 친정 부모님을 만나러 가고자 합니다. 대놓고 말은 못하고 이 눈치 저 눈치를 보고 있어도 “이제 너의 친정집에 가 보아라,” 라고 마음을 열지 못하는 시어머니가 대부분입니다. 시계를 쳐다보고 신랑에게 눈짓을 하여도 그저 못 들은 척, 못 본 척 하기 일쑤입니다. 용기를 내어 말을 꺼내기라도 하는 날이면 “이제 곧 자기네 딸과 사위가 온다.”고 어깃장을 놓기가 일쑤입니다. 참으로 속 뒤집어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혼 10년차인 또 다른 워킹맘 B씨도 이번 설에 시가에 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명절 때마다 친정에 가는 문제로 남편과 입씨름을 해야 했던 그는 “가뜩이나 친정에 1년에 한두 번 갈까 말까 하는데, 남편이 명절에도 친정에 가기 싫어한다.”고 섭섭함을 토로했습니다. 82쿡, 맘스홀릭 등 여성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추석이나 설에 시가에 가지 않겠다고 밝히거나 갈지 말지를 고민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일부 여성들은 흔히 쓰이는 ‘시댁’과 ‘친정’이란 말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결혼 2년차 직장인 이모(30·여)씨는 “시댁은 시부모가 사는 집인 ‘시집’의 높임말이고, ‘시가’는 시집과 같은 말”이라며 “시댁을 시가나 시집으로 낮춰 부르거나 친정을 ‘친정댁’으로 높여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아내의 본가를 의미하는 ‘처가’도 ‘처가댁’이란 높임말이 있지만 거의 쓰이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이처럼 여전히 가부장적인 사회구조에서 며느리가 명절에 시가에 안 가겠다거나 친정에 가겠다고 선언하는 데는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부부 싸움이나 가정 폭력, 심하게는 이혼이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 사례들은 인터넷에서 인용

이처럼 어찌 보면 사소하다 할 만큼 작은 일들이 부풀리고 커져서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된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서로가 좋아서 혼인을 하였겠지마는 장가를 든 쪽이 시집온 사람을 더 배려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서로 양보하여야 한다.’는 양비론은 하나마나한 말입니다. 이 말은 답이 될 수가 없습니다. 부부 사이의 문제 가운데에 잘못한 사람이 확실히 가려지지 않는 문제는 남자의 이해와 아량과 사랑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여기에 시댁의 양친이 끼어 있는 문제는 아들이 현명하게 대처하고 풀어나가야 합니다. 아내에게 미루는 용기 없는 남편이나 어머니 편을 드는 졸렬한 신랑은 아내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가 없습니다. 두고두고 분란을 간직한 채 살게 될 것입니다. 물론 친정집에서 일어난 어려운 일들은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굳이 논할 가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당연히 아내가 현명한 재판관이 되어야 합니다.

나는 내 집 일이나 처가의 일이나 사회의 일까지도 경사나 애사를 막론하고 품앗이 개념을 없이 대처하였습니다. 그 때 그 때 나의 처지와 형편 그리고 사회 통념에 맞추어서 일을 풀어 나갔습니다. 내가 장남이고 아내도 장녀이기 때문에 지금도 애경사에 가야 할 일이 더러 있습니다. 전에 내가 이렇게 하였으니 나도 그렇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에 내가 이렇게 받았으니 이렇게 갚아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습니다. 수준은 지금의 내 형편대로 주고 저쪽 형편대로 받습니다. 그리고 아내와 상의를 하였고 그의 의견에 따랐습니다. 존중해 주니까 현명한 판단을 내려 주었습니다.

내가 며느리를 본지는 벌써 15년이나 되었습니다. 우리 며느리도 명절날이면 어김없이 집에 옵니다. 나는 오늘을 위하여 제사 방식을 오래 전에 바꾸었습니다. 음식은 먹을 것만 장만 합니다. 향촉을 밝히고 독경을 합니다. 제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면 오전 중에 아들과 며느리네 가족들을 제 집으로 보냅니다. 그 후 어디에 가는지는 나도 모릅니다. 친정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안계시기 때문입니다. 제사 음식을 장만하지 않으니 전날에도 일찍 올 필요가 없습니다. 명절이 지나가도 일찍 떠나보내니 오후가 조용합니다. 시댁이라 하면 친정댁이라 해야 맞습니다. 친가이면 시가가 맞습니다. 친정집이면 시집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그런데 유독 친가는 시댁이라 우기면서도 처가는 친정집이라 부릅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옳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백낙은

2017-09-27 10:29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시댁과 친정집을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그냥 불렀는데 "시댁이라 하면 친정댁이라 해야 맞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친가이면 시가" "친정집이면 시집"이라고 부르는게 맞을 듯싶습니다.
"남녀 평등"을 이루려면 용어부터 많이 고쳐야겠네요.
한마디 용어도 깊이 생각하고 사용해야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중추절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석희	위원장님~~~ 항상 찾아주시고 격려해 주시며 교훈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세계의 기운이 점차 평등으로 향하고 있고 인격이 존중받아야 마땅한 쪽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도 좋은 것은 그대로 행하고 낮은 것은 과감히 고치는 일에 힘써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9/28 17:21

서민경

2017-09-28 15:49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시인님 안녕하세요
요즘은 날씨가 많이 차갑습니다
늘 건강유의 하시구요 항상 행복하세요
고운 시향에 머물다 배독하구 갑니다 고맙습니다
오훗길두 멋지게 보내세요^^


이석희	서민경 시인님! 어찌 아시고 여기까지 와주셨을까요? 아무튼 참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한 모습으로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9/28 17:24

정찬열

2017-09-28 20:02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어제 나린비는 분명 가을을 제촉했나 봅니다.
확연해진 조석의 찬기운이 창문을 닫게 합니다.
현실론을 분명하게 집어주신 작가님 글을 보며 박수를 칩니다.
지금이 유교사상을 지켜야 하는 때도 아니고 자기네 딸사위는
귀하고 시집온 며느리는 반대란말은 상식 이통하지 않기때문입니다.
몇일남지 않은 명절전에 의미깊은글 감사히 봅니다.
항상 건안 하시고 풀성한 중추절 되시길 기원 드립니다. ^^


이석희	정찬열 작가님~~~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더니 금세 서늘해 졌습니다. 벌써 독감 예방주사도 맞았는걸요. 김장 배추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고추도 조금 심었지만 7월은 가뭄에 쫄딱! 8월은 늦장마에 탄저병에 폭망! 별 재미도 없습니다. 바쁘신 시간 내어 찾아 주시고 고운 글까지... 감사합니다.	9/29 05:10

김종덕

2017-09-29 16:34

이석희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아무렇게나 써오던 말들이 오늘 작가님께 혼이 나는 것이 맞네요. 말은 비수와 같아서 한번 난 상처는 흉터를 남기기 때눔에 참으로 조심해야 할 말임에는 틀립없는데 생각하지도 않고 나ㅣ오는 말들이 흉터를 남깁니다. ㅇ; 흉터는 세월이 가도 없어지지않아 안고 사는 본인도 거의 매일 아플 것입니다. 주워 담지도 못하는 말로 참으로 많이 아프고 아파왔기에 이젠 모든 것을 열어두고 의논하여 하는 말도 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독단은 자신뿐만아니라 상대방도 핡키는 일이 될것입니다. 더욱 조심하겟읍니다. 작가님, 이 고운 가을의 고운 추석엔 고운일만 함께하시기릉 기원드립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이석희	김종덕 작가님~~~ 세상 풍경을 그려 보자니 별스런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저 걱정을 한 것이지 어려움을 드리고자 할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부부간에도 평등의 정신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다 보니 다소 과격한 표현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겠다 싶습니다. 더 신중하게 다가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운 댓글에 감사 인사 올립니다.	9/29 18:42

박목철

2017-10-06 11:41

사람의 양면성이 여기서도 들어난다는 생각입니다.
딸 가진 사람 따로, 아들 가진 사람이 따로가 아닌데
시댁의 입장과 친정의 입장을 동시에 품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얄팍한 사람의 심성이 여기서도 엿 보이지요,
며느리에게는 엄한 입장을 딸에게는 시댁의 완고함을 비난하기도 합니다.
어찌되었든 시댁이란 말 자체의 수명은 길지 않습니다. 남자가 힘을 읽고 있거든요, ㅎㅎ
제사도 간소화 하고, 차리는 음식도 돌아가신 분이 좋아하시던 음식이 올라야 합니다.
저부터 제삿상에 오르는 음식은 거의 먹지 않는, 먹고 싶지 않은 음식들 이지요,
작가님의 좋은 글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남은 연휴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작가님,


이석희	소운님! 반갑습니다. 명절은 즐거워야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이들도 있기에 써 보았습니다. 세상의 인심이 평등한 방향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고칠 것 불합리한 점은 바꾸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정성으로 남기신 글에 감사의 마음을 덧붙여 드립니다.	10/6 12:57

김경렬

2017-10-11 06:38

생각없이 사용했던 말들을
지적해주신 내용에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보내 드립니다.
어른인 우리세대가 바르게 사용하면 본이 될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석희	김경렬 작가님!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양쪽 서재에 다니시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덕분에 풍성한 식탁이 이루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아드님의 건강이 회복된 게 큰 원인일거라 생각합니다. 제 일처럼 흥겹습니다. 엄마의 마음이야 어찌 감히 비유할 수가 있겠습니까? 행복한 가정이 계속되도록 기원하겠습니다.	10/1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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