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석희
ㆍ작성일	2017-05-27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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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

마중물

마중물 : 펌프에서 물이 잘 안 나올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위에서 붓는 물.

3,40년 전까지만 하여도 동네 공동 우물이 있어서 아낙네들이 밥 지을 때가 되면 이 우물에 나와서 물을 길어다 쓰곤 하였습니다. 이렇게 많은 여인들이 모이는 탓에 할 말 안 할 말들이 뒤섞여 끝내 서로 삿대질을 해대면서 고래고래 싸움질하는 볼썽사나운 꼴도 더러 구경하며 살았었지요.

하지만 그 당시에도 조금 형편이 나은 집에서는 개인 우물을 파서 두레박질을 해서 물을 사용하는 집도 있었고 그보다도 더 형편이 좋은 집에서는 우물에 펌프를 설치하여 마실 물을 비롯하여 허드렛일을 하는 물까지도 사용하는 풍경을 보면서 살았습니다. 물론 조금 세월이 지나자 시골에도 전기가 들어와서 펌프의 시대도 가고 전동기 모터를 설치하여 처음에는 수동으로 나중에는 자동으로 전환되기도 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지금은 시골에도 수돗물이 공급되는 사실을 연전에 보았습니다.

펌프는 빨대와 원리가 같습니다. 음료수에 빨대를 꽂고 입으로 빨면, 음료수가 올라옵니다. 이는 내가 빨아올리기 때문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빨대의 옆구리에 구멍을 뚫어놓으면 절대로 음료수는 빨리지 않습니다. 빨대를 빨면, 빨대안의 공기압이 낮아지는 데, 이때 빨대 밖에서 공기가 음료수를 누르는 힘(대기압)에 의해서 음료수가 빨대 안으로 올라오는 것입니다.
즉, 빨대 안의 기압을 크게 낮춰줄수록 음료수는 빠르게 올라오게 됩니다. 펌프도 이와 같이 내부 압력을 낮춰 줘야하는 데, 펌프 내부에 물을 끌어올리는 부분을 보면, 구멍이 뚫려있고, 고무막이 막아져 있습니다.

펌프를 올릴 때 고무막이 구멍을 막아 아래쪽의 기압을 낮춰 물이 올라오게 하고, 펌프를 내릴 때는 고무막이 열려서 끌려 올라온 물이 다시 내려가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만약 이런 고무막이 없다면, 입으로 빨대를 대고 조금씩 빨았다 불었다 하는 것과 같게 됩니다. 음료수가 올라오다가 말다가를 반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펌프를 올릴 때 고무막이 구멍을 완벽하게 막지 않으면 즉, 공기가 새버리면, 아래쪽의 기압을 낮추기가 어려워 물이 쉽게 끌려올라오지 못합니다. 따라서 고무막이 구멍을 완벽하게 막아줘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마중물입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펌프 안을 보면 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마중물을 부어 펌프 안에 물이 조금 고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펌프 안에 어느 정도 물이 있으면, 이 물이 고무막과 구멍 사이로 공기가 새는 것을 막아주어 펌프질이 되는 것을 도와주고, 일단 물이 끌려 올라오면 더 이상 마중물은 필요 없게 됩니다. 처음에만 필요한 것입니다.

마중물의 원리는 밑에 있는 물을 길어 올리려면 펌프 안쪽이 진공 상태가 돼야 하는데, 펌프
안쪽에 있는 피스톤 역할을 하는 가죽에 물을 적셔 줘야 밀착이 돼 진공 상태가 됨으로써 깊은 물을 끌어 올릴 수가 있습니다. 마중물은 큰 성과를 올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첫 걸음의 상징으로 비유되곤 합니다.

마중물 같은 사람이 그리운 시대입니다. ‘초인종 의인’이 있다 하여 좀 세밀히 알아보았습니다. 취업준비를 하는 청년이 사는 21가구가 사는 원룸 촌에 큰 불이 났답니다. 새벽시간이라서 모두 곤히 잠이 들었지만 무시무시한 불길은 곧장 번져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119에 심고를 하고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면서 잠을 깨웠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점검을 해보니 한 집에서 나오지 않은 것을 알고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마지막 대피를 시킨 후 그는 복도에 쓰러졌습니다. 소방대원이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 청년처럼 바라는 바가 없이 오직 순일한 마음 하나로 목숨까지 바친 의인을 찾기가 참으로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초인종 의인은 이 시대에 모두가 바라는 인간의 참 모습을 보여주는 진정한 마중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땅속 깊은 곳에 있는 물을 끌어 올려놓고 자신은 사라져 버리는 물“
마중물이란 이름조차 잊어버린 이 시대이기에 그럴수록 마중물과 같은 사람이 그리워집니다.
“크지는 않지만 그가 있는 곳에 맑은 샘 하나가 터지는 마중물과 같은 사람”
“자신을 희생하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 길을 열어 주고 격려하는 사람”
“어렵고 힘들 때 당신을 위해 기쁨의 마중물이 되어 줄 사람”

마중물의 사전적 의미는 “펌프에 먼저 붓는 한 바가지 정도의 물”을 뜻합니다. 예전에 펌프로 물을 품어내어 식수로 사용하던 때에 펌프질을 하기 전 한 바가지 정도의 물을 펌프에 붓고 펌프질을 하는데 이 물을 마중물이라 불렀다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부르게 된 그 연유는 손님이 오면 주인이 마중을 나가 맞이하듯이 펌프질을 할 때 물을 부어 끌어 올리는 새물을 맞이하는 물이라는 뜻으로 마중물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특히 펌프의 고무 바킹이 새 것일 적에는 공기가 새지 않기 때문에 물이 내려가지를 않아서 금방 새물이 올라왔으나 바킹이 낡으면 공기와 함께 부어놓은 물이 밑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많은 물을 부어야하며 펌프질도 빠른 속도와 함께 더 많이 해야 물이 올라왔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도 종종 새 사람으로 바꾸어 주어야 하고 그것보다는 늘 새로운 방향으로 생각하고 실행하는 힘을 기르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는 일은 어려울 수 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선악의 경우를 생각해 봅니다. 선은 선으로 세상을 깨우치고 악은 악으로 세상을 가르쳐서 둘 다 세상을 위하는 일은 같지만 선은 자신이 복을 지으면서 일을 하게 되고 악은 자신이 죄를 지으면서 일을 하게 되니 결과까지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입니다. 진정한 마중물을 기대해 봅니다.

김상훈

2017-05-27 16:55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마중물이란 시어를 놓고 요즘 고민중이었던 터라 너무나 기쁜 마음으로 단숨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무척 반갑고 놀랍습니다. 이것을 시로 옮기자하니 대책이 없는데 글 전체 맥락을 보면서 힌트까지 얻었으니 작가님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시작노트에 메모를 좀 해놨다가 나중에 본격적으로 덤벼 보겠습니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을 굳이 들먹거릴 필요도 없이 시장경제의 원리는 지극히 간단한데 시장경제 역시 정치에 민감한 생물이라 정말 중요한 이들은 위정자와 정치하는 사람들이라고 봅니다. 또 대한민국의 오너들도 이젠 세습체제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된다고 보고요. 3세대의 경영철학은 당연히 1~2세대와 달라야 하는데 대한민국 정치와 경제는 언제나 답습을 면치 못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이석희	김상훈 작가님~~~ 휴일인데도 용케 찾아 오셨군요. 이 졸작에서도 힌트를 얻으셨다 하니 참 별 일도 다 있습니다. 격려를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5/27 17:13

김상화

2017-05-27 23:10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5월도 여울목에 도달했습니다
꽃 중의 꽃 장미를 활짝 피워놓고 숨을 헐떡이며
6월을 향해 달음질합니다
마중물이란 참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네요
익히 알고 있는 단어지만 작가님께서 일일이
예를 들어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시는 바람에
더욱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님 늘 감사합니다


이석희	김상화 작가님~~~ 아름다운 장미향을 따라 오셨군요. 고운 발걸음을 해 주시고 정성어린 댓글까지 ... 격려해주시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이 되시기를 빕니다.	5/27 23:16

김종덕

2017-05-29 15:09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마중물 역할을 하는 사람이 많으수록 사회는 더욱 사람다워 지겠지요. 우리는 마중물을 허드랫물 취급을 하니깐 발전이 안될 수 밖에요. 모든 생명은 원에 물에 그 기반을 두고 있읍니다. 물은 잘 사용해야하고 잘 보살펴야합니다. 우리 처럼 물의 소중함, 그 중 마중물의 의미는 한 사회를 크게 가르치고도 남음이 있을 것입니다. 결국, 마중물이 사람을 살릴 것입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이석희	김종덕 작가님~~~ 반갑습니다. 물의 소중함이야 익히 다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소중한 물을 다스리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재앙입니다. 물에게서 배우고 마중물이 되어 사회에 시범이 되어야 할 사람이 많지 못하니 후배들에게 부끄럽습니다. 고운 글 주시니 감사합니다.	5/29 16:28

정찬열

2017-05-30 21:15

이석희 작가님, 철이른 무더위 속에 안녕하십니까?
"마중물"에대한 의미깊은 설명 감사히 배독했습니다.
우리사회역시 마중물 역할을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건전하고 올바른 사회가 된다는것 심도 있게 느끼는 대목입니다.
문인 으로써 글을 쓰는데도 꼭 필요한 열할론이 겠지요
오월의 끝자락에 마무리 멋지게 하시고 행운이 넘처나는
새달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 합니다.


이석희	정찬열 작가님~~~ 반갑습니다. 진정한 마중물 같은 사람이 배출될 좋은 기운이 느껴 지기에 썩 기분 좋은 요즘입니다. 아직은 큰 변화는 없지만 차차 좋아지고 있는 듯하여 기대가 큽니다. 상쾌한 6월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5/31 05:12

김종근

2017-06-02 20:51

이석희 작가님 반갑습니다.
마중물 감사히 배독하였습니다.
요즘은 머리가 복잡하여 좀 늦었습니다.
요즘의 한국사회는 빨리빨리의 시대이다 보니
우물에서 숭늉을 찾습니다. 그만끔 조급하고
여유없는 삶들을 살고있는 듯합니다. 얼마전
즐겨보던 티비프로그램중 윤식당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외국인들이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여유있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았습니다. 마중물은 여유 아니겠습니까.


이석희	김종근 작가님~~~ 무척 바쁘게 살아가십니다. 눈 코 뜰 사이 없다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바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젊은이들에게는 참으로 소중한 교훈이 되는 그야말로 마중물의 표상이지요. 존경합니다.. 고운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6/2 22:07

박목철

2017-06-03 16:18

글 잘 읽었습니다.
옛 분들은 마중물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펌푸 옆에는 물통에 바가지를 비치해 두었지요,
제 시골집이 비어있어 간만에 가니 모타가 작동하지 않아서
사람을 불렀습니다. 페트 병에 물을 담아서 펌푸에 붓더군요,
전기 펌푸도 마중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가님,


이석희	지금도 펌프가 있군요. 하긴 있는 것을 없앨 것까지야 있겠어요. 그게 있다면 보물스럽기도 하겠어요.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는 훌륭한 역사교육 자료도 될 것 같고요. 신기한 체험으로도 훌륭한 가치가 있겠어요. 마중물에 대한 교육 자료로도 좋겠지요. 고운 글로 응원하여 주시니 감사합니다.	6/3 16:50

가시고기의 사랑

속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