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경렬
ㆍ작성일	2018-02-19 12:49

ㆍIP: 58.xxx.187

장미의 수갑
장미의 수갑
김경렬

한 마리 암사슴이 달마다 장미의 각혈로 죄를 지었다.
한 여인이 달 걸이 때마다 투명인간이 되었고 보이지 않는 수갑을 차곤 하였다.
여느 때는 교양과 지성미로 우아했던 그녀, 한 달에 한번 씩 영혼이 집을 나갔다.
열린 문을 보면 무엇에 빨려들듯 들어가 남의 집 장롱 문을 마구 열었다.
그런 날은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 범으로 큰집으로 들어갔다.
대학교수 남편은 그때마다 법정에 출두해 불쌍한 환자라며 선처를 빌었다.
세 번째 수갑, 아내가 가엾다며 마지막까지 평생을 지켜주며 돌보겠다. 용서해 달라 눈물로 호소해 법정을 울렸다. 아이 셋의 출생지는 큰집 이었다. (이상은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했던 형부를 찾아온 수심에 찬 신사의 이야기였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법정을 드나들며 아내를 지켰던 교수남편은 장미의 각혈이 마르도록 식구들 번을 세우고 동반외출로 재범을 방지하며 평생을 함께하였다.
60년대엔 아파트가 없어서 모두 일반주택에서 살았다.
신혼 때 이사 간 집은 일반 주택으로 우리까지 모두 세 가구였다.
문간방에 세든 불혹의 부부는 연탄이 없어지고 쌀도 퍼간다며 집주인 여자를 의심했다. 그러고 보니 새댁인 우리 집 연탄도 쑥쑥 줄고 시골서 보내온, 손도않댄고구마 가마니가 반으로 줄어있었다.
안주인은 이집 저집 생쥐처럼 드나들며 잔손질을 습관처럼 했던 것일까...
퇴근길 어느 날, 문간방과 주인집의 두 여자가 싸우고 있었다. 죽어도 남의 것에 손대지 않는다는 안주인에게 문간방 아줌마는, 나를 가리키며 새 댁네 고구마를 꺼내는 걸 봤다고 큰소리로 말했다. 조롱박에 남겨둔 쌀알 숫자가 매일 달랐다는 증거를 제시했고 무엇보다 한 달 먹을 양식이 20일이면 떨어진다고 열변을 토했다.
생사람 잡는다고 반격하는 안주인에게 문간방 아줌마는 경찰에 신고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마침내 안주인의 친정모친이 나섰다.
한 달에 한번 씩 못된 버릇이 도져서 늘 상 노심초사한다고 눈물로 고백하며 늙은이를 보아서 용서해 달라고 했다.
이병 저병 다 고쳐도 그 병만은 못 고친다고 했다 그 시절엔 약이 없었나보다
모친의 눈물겨운 사죄에 우리는 묻기로 했다.
이듬해봄 우리 부부는 태어날 아기를 위해 독채를 얻어 이사를 했다.
새로 이사간 집은 한 울안에 안채와 뒤채 두 집 이었다.
우리가 사는 뒤채는 약간 높은 곳에 위치해서 안채를 내려다보는 형국이다.
옆집 구멍가게 아저씨는 점쟁이처럼 아는 소리를 잘 지껄였다. 나를 보더니 ‘애기 엄마는 복이 많아 잘 살거야’ 하면서 내가 살고 있는 안채는 뒤채에 눌려 ‘되는 일이 없는 집’ 이라고 했다. 이사 간지 얼마 않되어, 그래서 그런가 안집은 부도가 날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구멍가게 아저씨의 정보였다. 아저씨는 늦기전에 얼른 다른 데로 이사를 가라고 했다.
그 안채엔 정신박약 30대 노총각 아들이 있었다.
아기를 출산하고 집을 비운 적도 없는데 어느 틈에 들어와 결혼반지를 가져갔다 안채 주인이 가져다주어 그제서 없어진걸 알았다.
안채 아들은 좋다고 무작정 따라다니던 아가씨가 있었다. 그 아가씨는 안채 총각을 보면 골목으로 달아나기 일쑤였다. 집어간 반지를 그 아가씨에게 갖다 주었다. 질겁한 그 아가씨가 찾아와 안채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안주인이 아들을 닦달해서 애기엄마 반지라는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살아오면서 천태만상의 수많은 일을 겪었으나 도둑맞은 결혼반지가 되돌아 온일과 전세금이 은행 채권단에 넘어가기 직전, 007작전이나 다름없던 47년 전의 탈출사건, 결코 잊을 수 없는 삶의 일화였다.
도둑이 들려면 견공도 짖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도벽은 습관성인지도 모르겠다. 눈뜨고 도둑맞는다는 말이 있듯이 열이 지켜도 한 도둑을 잡지 못한다고도 했다. 살다보면 벼라 별 사람을 다 만나지만 도벽이 있는 사람과 사기 치는 사람은 가까이 할 수 없는 것 같다. 더욱이 안채 집주인 때문에 우리 집 전 재산 이었던 전세금이 날아갈 번 하지 않았는가.
서둘러 용케 빠져 나왔지만 그 집을 소개해준 복덕방 할아버지는 많이 미안해하며 이사를 적극 도와주었다.
지난일들을 생각해 보면 우리 주위에는 드러나지 않는 은인들이 종종 있었던 건 사실이다. 구멍가게 아저씨 말 데로 복인 이어서일까.
혼인한지 오십년이 되도록 부부싸움은 몇번 했어도 주위사람과는 말다툼 한번 하지 않았다. 양보하고 이해하면 다툴 일이 없는 것을, 부부간의 사이만큼은 양보와 이해보다 해결해야하는 사태가 있기에 생기는 불협화음 이었다.
특히 달걸이 벼슬하는 기간에는 신경이 예민해지고 몸살처럼 누워앓았다. 병닭처럼 늘어져 짜증을 내면, 무심한 남편은 맞불로 화를내기에 말다툼이 되곤 하였다.
어른들은 여인들의 달걸이를 벼슬이라고했다.
지금은 월차라는 휴가를 쓰도록 법적보장까지 받으니 틀림없는 벼슬이다.
좋은 시절은 어디로 흘러 갔을까. 강가에 서성이는 노구의 몸은 점점 무거워만 가는데 가벼운 것은 단 하나, 단순해지는생각이요 좁아지는 시야다.
흔들어도 붙어있는 은근한 고집은 내 딛는 걸음, 발끝에 체이는 걸림돌은 아닐지.
찌꺼기 같은 한 조각 부스러기의 욕심이, 나도 모르게 추태로 남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백낙은

2018-02-19 20:41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경렬 작가님. 장미의 수갑 잘 보았습니다.
"한 마리 암사슴이 달마다 장미의 각혈로 죄를 지었다"는 말씀을 읽으면서
남자들이 모르는 여자만의 비밀영역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달 걸이를 할 때마다 도벽이 생긴다는 말씀 말입니다.
그리고 작가님이 복인이라는 것은 저도 오래 전에 알았답니다.
지금도 많은 문인들의 성원을 받는 것을 보면 샘이 날 지경입니다.
앞으로 더 감사의 조건이 더하리라 믿습니다.
늘 은혜중 승리하소서.


김경렬	안녕 하세요 위원장님. 늘 이쁘게 봐주시고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서재를 비운것 같아 미숙한 글을 올렸으나 시답잖아 면목이 없습니다. 오늘 조금 손질해서 보완했으나 역시 아닙니다. 진척이 않되 긁적이던 글이 쌓였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춘삼월이 가까워 오는데 날씨는 더 냉냉합니다. 감기 조심 하시고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23 14:13

김상화

2018-02-20 10:36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경렬 작가님 반갑습니다
잘 빚어 내린 글 읽고 또 읽어봅니다
여자들의 마음은 한 달에 한번은 그날이 올 때는 마술사가 되나 봅니다
도벽도 생기고 짜증도 난다는 말을 어느 책에서 본 것 같습니다
작가님 입춘이 지나고 어제로 우수까지 지났습니다
이렇게 봄은 왔는데 아직 날씨는 매우 춥네요
환절기 건강 잘 지키시고 늘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좋은 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김경렬 작가님!


김경렬	훌륭하신 산행으로 늘 기쁨을 안겨주시는 김상화 작가님!안녕 하시지요. 늘 감사합니다. 냉기 가득한 추운날이 연속입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건안건필 하시기 바랍니다.	2/23 14:17

정찬열

2018-02-20 21:29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경렬 작가님 ~~ 안녕하세요
가족과 함께하신 즐거운 명절 잘 보내셨지요
"장미의 수갑" 주제가 넘 멋지십니다.

못멋고 못살던 6~70년대는 주위에
도벽도 도난도 많았지만 하필 그시절
고생이 많으셨군요
새해에는 행운이 충만 하시고 뜻하시는
소망 이루시고 건안 하시길 기원 합니다.


김경렬	정작가님! 안녕하세요. 이번 명절엔 식구들만 큰댁에 보내고 혼자 집을 지켰습니다. 낙상을 면하려고 무던히 조심했건만 엉뚱하게 실내에서 다치는 변고를 당했습니다. 한달여 잠도 편히 못자고 많이 힘들었지만 요즘은 좀 좋아졌습니다. 날씨도 찬데 건강 하신지 궁금 합니다. 사모님께도 안부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2/23 14:27

박목철

2018-02-27 09:21

남자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예상외로 그런 도벽을 앓는 분이
많다고 하더군요, 누가 우스게 소리로 그러더군요,
도둑이 없어지면 직업의 30% 정도가 줄어들 것이라고
정말 그럴것 같습니다. 우선 방범을 위한 경비들이 필요 없게 되고
경비 시스템을 만드는 업체들을 비롯, 도둑 때문에 생기는 직업이
한둘이 아니더군요, 그런 식구를 돌봐야 하는 가족의 고충도 안타깝습니다.
도둑없는 세상, 지구상에 그런 곳은 없으니,
작가님 좋은 봄 날 행복 만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김경렬	늘 찾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봄날 처럼 포근한 요즘 기류는 냉하여 감기가 성합니다. 감기 조심 하시고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훌륭하신 글! 잘 배독하고 도움을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2/28 08:27

김종덕

2018-04-14 16:42

김경렬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이런저런일로 찾아빕지 못한 시기에 많은 글들이 올라와았음에 송구하가도하고 건강의 징표라 반갑기도합니다.
어랄 때는 벼슬한다는 으미를 몰랐는데 참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옵나다. 작가님께서는 알짝 덕을 쌓으 셔서 어려운 일들이 모두 비켜간것 같습니다. 항상 건강히시고 행복하십시오


김경렬	시집 출간하시기에 바쁘시지요. 기대하겠습니다. 비온뒤라 기류가 찹니다.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4/15 05:04

꿀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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