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경렬
ㆍ작성일	2017-12-22 13:52

ㆍIP: 61.xxx.57

오피스텔에 살다
오피스텔에 살다

김경렬

늦가을의 정취도 누릴 새 없이 왈칵 겨울이 들이닥쳤다. 영하 10도까지 육박는 차거운 날씨다. 잔뜩 웅크리고 두터운 머플러를 두르고 엘리베터를 기다렸다. 뒤에 있는 여인도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었다. 똑같이 내려가는 중이기에 내 앞에 먼저 도착한 엘리베터에 오르며 여인에게 말했다.
“함께 타시죠”
그 여인은 힐끗 돌아보더니, 뒤 따라 문이 열리는 그곳으로 말없이 들어가 버렸다. 그녀는 B1 나는 B2로, 같은 시각에 엘리베터 두 대를 각자 타고 내려간 것이다. 가끔씩 젊은이들이 같은 방향이라도 함께 타지 않으려는 눈치를 느끼곤 했지만 그나마 정중히 ‘먼저가시라’ 며 다른 승강기를 기다렸다. 험상궂은 남자도 아닌데 말이다. 승강기 문이 한번 열렸다 닫힐 적에 전력 소비가 오백 원이라고 한다. 하물며 십여 층을 움직이는데 전력 소비는 더할 것 아닌가. 공공 기물을 아끼거나 절전정신이 아쉬운 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내가 사는 곳은 주거 형 오피스텔이다. 도로 쪽으로는 일이층이 상가다. 이 상가는 퇴근을 해도 실내에 조명을 그대로 켜둔 체 밤새도록 대낮같이 불을 밝히고 있다. 관리실에 물어 보았다. 우물쭈물 시원한 답을 하지 않는다. 자기점포 광고성 점등 이라고한다. 이무슨 낭비인가. 정 그렇게 하려면 창가에 긴 등 하나면 충분 할 것 같은데 말이다.
공동생활을 하노라면 서로 지켜야 할 예의가 따르게 마련이다. 눈에 거슬리는게 많은 건 고루한 탓인가, 아니면 그들의 이기심이 문제일까. 우리 부부는 딸내 식구와 합친지 13년 만, 딸은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로, 우리는 옆단지로 각각 옮겼다. 이사할 때, 묵은 살림들을 정리해서 두 트럭분을 실어내고 꼭 필요한 것들만 가져왔다. 작은방 세 개중 한 개는 창고 겸 옷 방을 만들고, 부부가 방 하나씩 나누어 침대와 책상, 컴퓨터 한 대씩 사용하는 게 고작이다. 좁아도 주방 겸 거실, 샤워부스와 화장실이 두 개, 있을 건 다 있다. 단지 안에는 실내 탁구장과 베드민턴장도 있어 가끔 손자 손녀들이 와서 함께 운동을 하기도 한다. 손자 녀석 말에 의하면 ‘스펙터클한 헬스장’ 도 있다. 수십 종류나 되는 운동기구들이 대형 룸에 즐비하다. 입회를 하고 하루 한 시간씩 저녁시간에, 평일 운동부족을 보충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지문 인식 설치를 한다며 지문 입력을 하라고한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무단출입 비회원이 많아졌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내린 조치라며 귀찮으셔도 협조해 달라고 했다. 근래 잦은 고장으로 출입자 조사를 은밀히 했다고 했다. 하긴 우리 부부도 처음엔 운동기구사용을 할 줄 몰라서, 젊은이들에게 배워가며 체력에 맞는 운동기구를 선별할 수 있었다. 회원가입도 않고 어떻게 무단 사용을 할 수 있는지 배짱하나는 메달 감이다. 1300세대의 대 단지이다보니 별별 사람이 다 있겠지만, 아마도 회비를 내야하는 것을 몰랐던 건 아닐까.
요즈음은 애견을 가족이라며 너 나 없이 한 두 마리 집에서 기르고 있다. 심한 사람은 세 마리씩 긴 줄을 늘이며 몰고 다니곤 한다. 얼마 전, 새로 입주한 이웃집에 밤낮으로 울어대는 애견이 있었다. 짖는 소리라면 차라리 들어주겠는데, 음산한 느낌으로 울어대는 소리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관리실에 얘기를 해도 시정이 되지 않았다. 머리를 썼다. 관리실 직원을 무조건 집으로 불렀다. 평소 고장신고를 하면 두 명씩 오곤 했는데 이날은 세 명이 왔다. 무조건 빨리 와달라는 말에 무슨 변고가 생긴 줄 알고 한명이 더 왔던 것이다. 창가로 가서 직접 울음소리를 들어보게 했다. ‘신고가 들어오긴 했어도 이정도 기분 나쁜 소리인줄 몰랐다’ 고 모두 눈살을 찌푸렸다. 당장 해결이 되었다. 세 명이 한꺼번에 찾아가서, 이구동성으로 모두 기분 나빴다는 말을 한마디씩 했다는 것이다.
집단 주거지는 어디나 그렇듯이 경비요원과 관리요원이 있다. 이분들은 관리사무소 소속직원이지만 업무는 내무와 외무로 정확하게 구분되어 있다. 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전용 면적이 대체로 좁은 편이다. 다른 오피스텔과 달리 이곳은 원룸도 있지만 방이 둘과 세 개인 주거형이다. 특히 방이 세 개인 구조는 무턱대고 이사를 와서는 어쩔 수 없이 내놓는 세간들이 참 많은 곳이다. 가구며 멀쩡한 냉장고와 세탁기들이, 덩치가 커서 제자리에 들어가지 않아 침대까지 폐기물로 나온다. 심지어 고급소파와 식탁셋트등, 버리기 아까운 가구들이 많이 나오곤한다. 입주민들은 필요에 따라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바꿔 가기도 한다. 어느 날 이런 모습을 발견한 경비원이 주민에게 목청을 돋우는데 가관이었다. 관리실 소속 모든 직원들은 입주민이 월급을 준다는 사실을 잊었나보다. 바꿔가는 입주민을 죄인처럼 몰아세우며 눈에 힘을 주고 고함을 치고 있었다. 기가 막혀 관리실에 들어가 소장을 찾았다. 경비실 직원이 입주민에게 저렇게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 빨리 나가 보라고 했다. 소장이 경비원을 불러 주의를 주고 입주민께는 필요하면 언제든지 가져가라고 했다. 알고 보니 이제 갓 출근한 경비원이 앞뒤도 가리지 못하고 나댔던 것이다. 경비 반장이 찾아와 사과를 했다. 목격자의 입장이었지만 같은 주민이었기에 내가 당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해주었다. 신참 교육 제대로 해야겠다며, 해당주민, 그 분을 직접 찾아가서 사과하라고 했다. 그 일이 있은 후로는, 지나가기만 해도 뒤통수에 대고 인사를 해서 귀찮기도 했다.
고향을 떠난 지 어느덧 반세기가 흘렀다. 그중에 아파트생활이 40여 년! 아파트는 여러 면에서 편리하다. 특히 맞벌이 시대에 바쁘게 살아가는 분들에게는 더욱 필수적인 주거수단이다. 그동안 살던 아파트 주민들은 대체로 공동생활의 준칙을 따르고 예의를 지키며 이웃을 존중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오피스텔은 너무 달랐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탓인지 승강기 안에서 눈이 마주쳐도 인사하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돌아서 있기도 한다. 어쩌다 내가 먼저, 날씨를 화두로 인사를 하면 ‘예’ 마지못해 단답이다. 무참한 기분이다. 관리 사무소에 건의해서 승강기 함께 타며 인사하기 캠페인이라도 벌려야겠다. 종일 끄무레하던 하늘에서 함박눈이 소리 없이 쏟아지고 있다. 파란 솔잎위로 피어난 하얀 눈꽃이 와아! 예술이다.

백낙은

2017-12-22 16:01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경렬 작가님. 이사하시느라 고생하셨군요.
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시는데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여깁니다.
저희는 농촌마을 단독주택이라 도시 아파트 사정을 잘 모르는데 대강 짐작이 가네요.
특히 주거형 오피스텔의 개인주위 등
그리고 "승강기 함께 타며 인사하기 캠페인" 아주 좋은 아이디어이네요.
"종일 끄무레하던 하늘에서 함박눈이 소리 없이 쏟아지고 있다. 파란 솔잎위로 피어난 하얀 눈꽃이 와아! 예술이다." 아! 멋집니다.
그런데 여기는 눈이 안와서 그런 낭만을 즐기지 못한답니다.
추위에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늘 은안하소서.


김경렬	딸네 아파트 승강기를 타면 모두 웃으며 인사를 하는데 이곳은 승강기 안에 적막이 흐릅니다. 저는 가끔 '코트가 멋집니다' '인상이 참 좋습니다' 칭찬을 합니다. '감사합니다' 가 고작이고요. 다음날 만나면 본척도 않습니다. 아는척 하는 자체가 싫은가 봅니다. 오늘은 비가 종일 지적지적합니다. 눈이 종일 왔다면 교통 대란이 이었 겠지요. 날씨가 푹해졌습니다. 요즘엔 독감이 번지나 봅니다. 건강 조심 하시기바랍니다.	12/24 20:15

김종근

2017-12-23 10:03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경렬 작가님 안녕하세요.
주거형 오피스텔 재미있게 읽습니다.
이사를 하게되면 설레임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공존하게 되지요. 오피스텔은 살아보지 못하였지만
이름만 다를 뿐 아파트와 같겠지요. 같은 층에 옆집 1미터 옆에 살아도
서로 모른체 살아가는 곳이 아파트이지요. 서로 소통하면 좋을텐데 말이죠.
나이가 젊은사람도 내가 먼저 인사하면 받아는 주겠지요. 그렇게 하다보면
의식있는 인간이라면 다음에 마주치면 먼저 인사하겠지요.
감사합니다. 건강관리 열심히 하시고 아프지 마세요.


김경렬	젊은 이들이 대체로 많아서 그런지 승강기에 사람이 함께 있어도 적막 강산입니다. 어제 인사하고 이튿날 만나도 모른체 합니다. 앞으로는 칭찬하는 인사로 바꾸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요즘은 주말이 한가하시겠네요.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12/24 20:21

박재도

2017-12-23 10:53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작가님의 글 잘 보았습니다.
처음엔 저 자신이 주거형 오피스텔이란 소설을 읽는 착각을 했습니다.
표현들이 너무 생동감 있어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아무쪼록 좋은 집에서, 좋은 환경으로 잘 가꾸어 나가시기 바랍니다.
좋은 글에 다시 한번 더 감사드립니다. 건강히 지내십시오.


김경렬	이국 만리 먼곳에 계시지만 이렇게 자주 뵐수 있어 참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그곳의 크리스 마스는 어떨지 궁금하군요.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12/24 20:24

박재도	이곳 크리스마스는 열광적입니다. 이곳은 사회주의 국가로서 종교의 분포는 전체인구에 불교가 약 70%이고, 가톨릭이 15%이며, 기독교가 2% 그리고 베트남 고유종교가 약 4%입니다. 성탄 축제는 우리와 똑같이 열정적입니다. 이 더운 열대 지방에서 산타 복장을 하고 대형 쇼핑몰이나 건물 쇼윈도에는 루돌프 사슴이 눈 내리는 들판에서 썰매도 끌고 있고요. 거리의 가로수마다 형형색색 등불로 장식 되어있어 이브 날이나 크리스마스 당일 시내 중심 거리는 수많은 인파로 차들이 못 다닙니다.	12/25 10:21

김경렬	사계절 더운 나라에서 눈내리는 장식을 한다니 재미있네요. 크리스마스는 의 세계 공통된 그림으로 꾸미는 군요. 올해 여기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아니고 종일 추적이며 비가 내렸답니다. 덕분에 기온은 푸근했는데 오후부터 다시 영하의 찬기온입니다. 감사합니다.	12/25 19:48

이석희

2017-12-23 11:47

김경렬 작가님~~~
저도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소감 한 말씀 드려볼랍니다. 저는 맨 꼭대기층 15층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고충이 아니라 건의사항입니다. 실상 아무 것도 아닌 일이지만 차를 몰고 나가다 신호등에 걸리는 경우 잠시 기다리는 것보다 오래 기다리게 되면 속으로 재수 없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집에 기려고 승강기 갚에 당도하여 보면 이 기계가 15층이나 14층에 머물러 있으면 기분이 이상해 집니다. 사용하고 내릴 때에는 중간 층이나 저층에 옮겨 두는 아량이 있으면 조금 더 좋을텐데 하는 생각입니다. 1층문을 이용하는 사람이 가장 많으니까요. 많은 생각을 하면서 배독하였습니다.


김경렬	어떤 사람이 중간 층만 선호하기에 물어보았습니다. 오르 내림이 가장 수월하다는 대답이었지요. 전망이 좋다고 꼭대기층을 선호 하기도 하지만 승강기 사용은 지루한감이 있기는 하겠습니다. 늘 찾아주시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12/24 22:05

정찬열

2017-12-23 18:29

김경렬 작가님 안녕하세요
지난 겨울 행사때 열차시간에 쫒기여 떠난다는 말씀도
드리지 못하고 무심하게 와버려 죄송 했습니다.
저역시도 오래동안 싫지가 않아서 한아파트에 거주 하다보니
한라인에서 두세집만 지금껏 눌러 살고 있는데 예전엔 새로 이사오면
떡도돌리며 몇호에 이사왔다고 인사치례도 했는데 지금은 언제 어느때
보면 낯설은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타곤 하며 몇호에 누가이사왔는지
낯설기만 할 뿐입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각자주의을 선호하니
세상의 야박함을 느낌니다. 예전처럼 반상회도 살아졌으니 말입니다.
"주거형 오피스텔" 의미깊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항상 건안 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김경렬	나이들어 청소도 힘들고 짐정리도 간단하게 하자며 작은 집으로 옮겼더니 단촐하고 일도 줄어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웃이 너무 냉랭하여 좀 그렇더이다. 늘 감사합니다.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12/24 22:09

박목철

2017-12-29 16:40

아파트에 살아보지 않았지만,
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습니다.
사람은 땅을 밟고 살아야 한다는 고루한 생각에서이지요,
아파트 단지 폐기물 집하장에 보면 멀쩡한 물건이 자주 나옵니다.
시골에 기르는 개집 울타리도 이곳에서 가져다 썼습니다.
멀쩡한 주방 용품이나 식기 셋트도 버리는 경우가 많더군요,
재미있게 글을 읽었습니다. 내년에도 좋은 글 많이 기대합니다 김경렬 작가님,


김경렬	송년가족 모임을 끝내고 이제 들어와 컴을 열었습니다. 다녀가셨네요. 올한해 보살펴 주신 은혜 감사드립니다. 새해는 황금 개띠라 합니다. 가정이 만사 형통 하시고 온가족이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다시한번 감사 드립니다.	12/3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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