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경렬
ㆍ작성일	2018-04-28 02:40

ㆍIP: 61.xxx.99

전통 혼례
전통 혼례

김경렬
며칠째, 잔뜩 찡그렸던 하늘이, 간밤에 내린 비로 미세 먼지도 사라지고 맑고 화창한 날이다. 충무로 필동에 위치한 ‘한국의 집’ 에서 전통 혼례식이 있었다. 요즘 전통 혼례는 앞 마당놀이로 시작해 양가가 초례상에 청홍색 불을 밝히고, 신랑은 초례청에서 신부 어머니께 백년회로의 징표로 기러기를 바치며 혼례식이 시작된다. 신랑 신부가 입장하고 대례에 임하여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하는 예로 손을 씻은 후 백년가약을 하는 맞절을 한다. 끝으로 표주박에 신랑 신부의 합환주를 나눠 마시면서 예절이 끝난다. 유교적인 복잡한 절차를 줄이고 현대에 맞춰서 약식으로 진행 되는 예절이다.
마당 가운데 혼례식을 위한 초례상이 차려진 초례청은 하객을 위한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시간이 되자 앞 놀이마당이 시작되었다. 흥겨운 풍악 놀이는 여러 하객들의 흥을 한껏 돋우며 초례청을 후끈하게 달구었다. 이어서 화려한 부채춤 공연이 펼쳐지며 국악 소리에 맞춰 이십 여명의 무용수가 연꽃을 활짝 피웠다. 마치, 선녀들이 하강한 듯 아름다운 나비들이 살랑거리며 나붓대는 춤사위에 매료되었다. 하객 석에는 눈이 파란 외국인 남녀가 십여 명. 몸에 맞지 않아 저고리가 소매가 7부, 품이 작아서 옷고름이 헤벌쭉한 모습으로 앉아있다. 어찌나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지, 귀여운 모습에 미소가 절로 흐른다. 이 손님들은, 신랑 신부의 친구들이다. 드디어 궁중예복 차림의 신랑 신부가 가야금 소리와 함께 입장을 했다. 나랏 님의 예복차림 신랑은, 의외로 코가 큰 이국 청년이었다. 새신랑의 엄숙한 모습은 한국 사람에 견줄 바가 아니었다. 두 손을 모으고 온몸으로 공손히 절을 하는 모습은 비록 엉거주춤했지만, 매우 진중한 예도에 많은 하객들이 미소를 머금고 숨을 죽이며 바라보고 있다. 왕비예복에 무거운 트레머리까지 쓰고 있는 신부얼굴이 화사하게 웃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백발은 세월이 무상함에 감개가 무량했다.
내손으로 시집보낸 막내 시누이는. 어느 새 오늘의 혼주 장모가 되어 사위로부터 기러기를 받아들었다. 삼십오 년 전 신부의 엄마인, 시누이는 부처 간의 이동을 신청하여 국립과학관으로 전근이 되어 올라왔다. 본인이 간곡히 원 하였기에 도와주었지만 그 이유를 몰랐었다. 그러나 곧 알게 되었다. 같은 세무서에 근무하며 사귀던 직원이 서울 국세청으로 전보가 되었다고 고백을 했다. 구남매의 맏이라는 말에 반대를 했지만 이미 둘은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노파심의 기우였다. 결혼 날을 받고 시누이는 우리 집에서 출퇴근을 하며 함께 결혼 준비를 하게 되었다. 전라도 오지에 계신, 신랑 부모님을 생각해서 우리 집에서 모든 음식을 준비하게 되었다. 겉절이 김치와 홍어회, 갖가지 전을 밤새워 부치고 머리고기와 떡은 전문점에 맞추었다. 잔칫날 새벽부터 주섬주섬 짐정리를 하자니, 마음이 알싸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주르르 눈물이 흘러 내렸다. 칠남매의 막내인 시누이를 내손으로 건사해서 시집을 보내려니 나도 모르게 짠하고 가슴 한쪽이 아렸다. 나를 시집보내면서 친정 엄마마음이 이랬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새삼 송구스러운 마음이 일었다. 식을 치루고 친정에 한번 다녀와야겠다는 마음으로 위안을 삼고, 부지런히 음식 상자를 택시에 싣고 예식장으로 향했다.
시골서 올라오시는 시부모님이 늦으시는 바람에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서 예식을 시작 하였다. 졸지에 신부 오빠인 남편이 신부의 손을 잡고 식장으로 들어갔다. 그 후 시누이는 아들 딸 남매를 출산하였고, 그때 마다 드나들며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시간이 흘러 오늘의 신부도 태어나는 날 첫 대면을 하였다. 그 아기가 일곱 살 되던 해. 국비로 불란서 유학을 떠나는 아빠를 따라 온 식구가 국외로 떠나게 되었다. 시누이도 어학연수로 휴직 계를 내고 함께 떠날 준비를 했다.
떠나기 전에 과천 우리 집으로 아이들을 데려와 하루 묵었다. 김밥을 함께 만들어 대공원 놀이동산에 갔었다. 좁은 물길로 물이 흐르는 곳의 기차모양의 배를 탔다. 서서히 유유자적하던 놀이배가 갑자기 가파르게 내달렸다. 너나없이 칼날처럼 날카로운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멋모르고 탔다가 숨이 멎는것 같았다. 탈적 마다 무섭다며 소리를 지르고 눈물을 찔끔 거리면서도 오늘의 신부는 재미있다고 몇 번을 더 탔던 기억이 살살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여러 장 추억의 사진을 공항에서 건네주며 낯선 땅 친구들에게 외가동네에 있는 공원이라며 자랑하라고 했다. 이국땅에서 아이들에게 기를 살려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 꼬마는 고등학교 다닐 때, 아빠와 오빠가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을 했는데, 혼자 남아 공부를 하겠다며 의대를 지원 했다. 지금은 의사가 되어, 불란서 국립 병원에 근무하고 있다. 어릴 적 놀이공원에서 스릴을 즐겼던 고집은, 확고한 주관으로, 혼자서 꿋꿋하게 이겨내고 우수한 성적으로 한국여성의 위상을 빛냈다. 한국에는 오빠가 있으니 자기는 불란서에서 살겠다며 신랑까지 불란서 청년을 택했다. 그 신랑에게한국의 전통을 확실히 알려주고 있었다.
흰 눈이 펄펄 내리던 지난겨울, 불란서에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꽃 피는 봄날, 한국의 친인척을 모시고, 오늘 ‘한국의 집’ 마당에서, 이렇게 전통 혼례를 올렸다. 일주일 후면 다시 불란서로 돌아가 병원 근무를 해야 한다. 부디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잘 살기를 축원해 주었다. 날씨도 화창하게 받쳐주며, 새내기 원앙 한 쌍을 축복 해주듯이, 오랜만에 파란 하늘에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고 있었다.

정찬열

2018-04-28 18:50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김경렬 작가님 ~
전 또 "한국 전통 혼례" 라는 스토리로 멋진 단편소설을
쓰는가 했더니 35년전 시아버지를 대신해 낭군님께서
시누이의 결혼식을 지켜주신 시누이의 따님이 성장하여
지금은 자랑스러운 프랑스 국립병원의 의사가 되어
파란눈의 이국신랑과 결혼후 한국의 전통 혼례로
'한국의 집 마당'에서 이색적인 "전통혼례"로 친인척에
보답하고 신랑신부는 축원을 받는 멋진 자리였군요
부디 한쌍의 원앙이 이국땅에서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현대에 보기 드문 "전통혼례" 숨가쁘게 배독 감사 합니다.
4월도 끝자락의 주말 편안한시간 되시고 행복하세요


김경렬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며 감개무량한 마음을 펼치다보니 집안 자랑이 된것같아 송구합니다. 원본를 재 구성 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4/29 07:09

백낙은

2018-04-29 19:59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경렬 작가님.
저도 결혼 주례를 많이 했습니다만, 전통혼례는 오랫만입니다.
코가 큰 이국 청년의 나랏 님차림, 왕비예복에 무거운 트레머리까지 쓴 신부, 아주 멋졌군요.
옛날 임금님이 결혼식 때만이라도 왕과 왕비가 되어 보라고 이런 복장을 허락했다니 이날 만은 누가 뭐래도 왕이요 왕비지요.
내가 그 때까지 살는지는 모르겠지만 2024년이 회혼식인데
다시 전통혼례를 치루고 싶어 집니다.
작가님의 희생 정신에 박수를 보내오며 아울러 축하의 말씀 드립니다.
온 가정이 화목하고 번영하는 복에 동참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김경렬	6년후에 회혼식이십니다. 꼭 그리 되실겁니다. 꽃피는사월도 지나갑니다. 신록의 계절이다가오네요.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기바랍니다.	4/29 22:13

김상화

2018-05-10 12:42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김경렬 작가님
시누이를 뒷바라지해서 출가를 시켰고
또 시누이가 난 딸이 외국으로 축가를 하는 군요
글을 읽다 보니 동기간에 우애가 남다르신 것 같습니다
역시 제가 생각했던 그대로의 헌신과 희생이 몸에 밴 것 같습니다
봄도 작고 멀어지네요. 이젠 초여름이 시작되었나 봅니다
한나절에는 제법 여름 날씨 같습니다
작가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김경렬	감사합니다. 김상화 작가님! 언제나 새로운 지식을 안겨 주시는 산행의 묘미! 유익한 글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8남매중 세째였던 저희는 장 조카와 저희까지 6남매는 모두 서울에올라와 있었기에 이집저집 신경쓰느라 바쁘고 짜증도 났었지만, 부모님이 시골계시므로 어쩔수 없었답니다. 맏시숙은 부모님과함께 둘째 시숙은 청주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지내왔나 새삼스럽습니다.	5/13 04:06

김종덕

2018-05-16 14:59

김경렬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고진만복래라는 말은 작가님을 위하여 태어난 말 같습니다. 얼마나 뿌듯하고 많은 생각이 흘러 갔었겠읍니까. 그 엄마, 그 딸, 다 작가님의 손에서 시작되었네요. 그래서 항상 저기 건강하시길 기원드리고 있읍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김경렬	김종덕 작가님! 늘 찾아주시고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무탈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지나고보니 동서남북으로 참 분주하게 살았습니다. 이저 치다꺼리하다 생활비가 동이나 친정 올케한테 조달 받기도 몇번이었지요. 그당시에는 공무원 월급으로 살기도 빠듯 했으니까요.	5/17 17:47

이광범

2018-05-20 07:53

전통혼례를 보면서
요즘 글로벌 시대를 실감합니다
우리 어릴적을 보면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었지요 지금은 당당해진 아이들의 자신감을보며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의 역량을 인식하게 됩니다
시누이를 외국으로 시집 보내느라 힘드셨을 작가님을 보면서
전통혼려식을 디시 되새겨봅니다^^


김경렬	어서오세요. 이광범 작가님! 첫 나들이를 환영합니다. 이렇게 문우지정을 키워나가다보면 글도 늘고 마음도 많이 부드러워 집니다. 방문애 주시고 흔적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은 계절의 여왕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5/20 14:49

매미날개 갓

왕사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