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경렬
ㆍ작성일	2017-10-09 13:23

ㆍIP: 58.xxx.141

종부의 반란
종부의 반란

인천 공항이 생긴 이래 역대 최다의 인파가 출국장에 북적이며 관광을 떠나는 영상을 연일 생생하게 내보내고 있다. 추석명절을 전후하여 유래 없이 긴 열흘간의 연휴를 즐기려고 너나없이 케리어를 이끌고 그 넓은 공항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상당한 외화가 빠져나가는 형국이니 결국은 나라경제에 손실을 초래하는 것 아닌가 하여 안타까운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가족도 중요한 기념일에 몇 번의 해외여행을 다녀왔었다. 꼭 필요한 것 아니면 낭비하지 않도록 서로 단단히 챙기면서 알뜰여행을 하는 편이다. 이번 연휴에는 십일 만 명이 넘는 엄청난 해외나들이라 하니 어마어마한 외화 낭비가 아닌가, 우려하는 마음이 들었다.
여행 할 때면 멀미로 파김치가 되는 부실한 어미 때문에 식구들을 신경 쓰게 하였지만 온가족이 떠나는 여행은 역시 무엇보다 가장 큰 즐거움 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이제는 각자의 식구끼리 여행을 하라고 했다. 아들에게는 장인장모 모시고 다니며 효도해라, 딸에게는 시부모 모시고 다녀와라, 핑계 김에 아들딸 광 내주고 일거양득이 아닌가. 남편은 재직 중에 수박 겉핥기식이지만 그래도 남극까지 세계 일주를 하였으니 해외여행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내게는 다행이었다. 멀미로 고생을 하면서도, 동서남북 다섯 나라는 밟아 봤으니 나로서는 그 것 만으로 족했다. 그래도 국내에서는 한라산에서 백두산, 금강산까지 남한의 내노라하는 명산 순례를 오십대에 다 끝냈다. 나이들면 힘들어 가고 싶어도 못 간다는 남편의 선견지명 덕분이었다. 어느덧 노년이 되어 이제는 건강관리 차원에서 걷기에 중점을 두고 헬스장에 매일 열심히 드나들고 있다. .
올 추석은 예나 다름없이 딸은 시댁으로, 아들 며느리는 우리부부와 함께 큰집으로 향했다. 혼자되어 봉제사를 받드는 큰형님 건강이 나빠져서 아래 삼형제가 각각 분담을 하기로 했다. 새벽에 달려가는 우리는 고기를 담당하고 막내 시동생은 과일을, 청주 둘째 형님은 떡과 전을 해오기로 분배를 했다. 새벽 3시가 넘도록 송편을 빚어 찌느라고 날밤을 세우셨다는 둘째 형님이 조금 늦게 도착하였다. 서둘러 음식들을 제기에 담아 차례 상에 진설하고 향을 피우며 잔을 올리는 제례가 시작 되었다. 조카들마저 이런저런 사정으로 부득이 불참을 하게 되었다.명절이면 삼대가 북적이며 떠들썩거리던 풍경이 조용하고 쓸쓸했다.
맏동서가 팔십, 둘째 형님은 칠십 팔세, 셋째인 남편이 칠십 오세, 막내가 칠십이다. 옛날 같으면 차례 상을 받을 파뿌리 노인들만 모여 조상님께 제를 올리고 있는 진풍경이다. 마치 경로당의 차례모습이다. 상을 물리고 아침상을 받으며 ‘이씨 문중 경로당의 차례가 끝났다’고 했더니 온 식구가 한바탕 웃으며 식사를 마쳤다. 마침 아들 내외가 동행하여 써빙을 하며 분위기를 살려주고 그많은 설거지마저 해 치웠다. 동네 입구에 있는 선산에 들려 조상님께 인사드리고, 둘째 형님은 청주로, 우리는 수원 집으로 돌아왔다. 청주 형님은 친정 엄마처럼, 늘 이것저것 보따리를 챙겨와 우리차 트렁크에 실어주곤 하였다. 고맙고 감사하다. 올해도 솔잎체로 솥에서 걷어낸 송편 한 보따리와 갖가지 전을 따로 장만해 싸오셨다. 알밤도 한 자루, 무공해 야채까지, 자동차 트렁크 가득히 둘째 형님의 사랑이 그들먹했다.
이번 명절모임은 다른 때와 달리 봉제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중대한 회의를 하게 되었다. 맏 시숙이 사고로 세상을 뜨면서 장조카가 제주가 되었지만 외지에나가 직장 생활을 하므로 둘째인 청주형님이 맏이를 대행해 왔었다. 이제까지 제례 음식을 책임졌던 맏동서가 건강 때문에 종손인 아들 내외에게 제사를 넘기려 했으나 종손부, 질부는 개신교를 다니므로 제사를 못 받들겠다고 반기를 들었다. 명절에 내려오지도 않았다. 제사를 지내기 싫어서 교회에 다닌다 얘기를 들어보긴 했으나, 내집에서 이런 일이 있으리란 생각은 미처 하지못했다. 큰형님의 입장이 난감해지자 둘째 형님이 제사를 모셔가겠다고 했지만 큰형님은 원치를 않았다. 조상을 잘 받드시라고 칠남매가 전 재산을 밀어 드렸었다. 이제 와서 진퇴양난의 이견이 분분 했지만 모두 일소하고 선산의 봉분을 가족묘로 이장을 하고 사당을 마련해서, 년 중 한번 가을에 시제를 지내는 것으로 일단 중지를 모았다. 그리고 이장을 하는 예부터 서두르기로 했다. 어느 집이건 종손종부가 큰 그릇이 되어 집안을 이끌며 고생을 감내하게 마련이다. 일이 이렇게 되자, 더 늦기 전에 형제들이 협력 하지 않으면 후대에 짐이 되겠기에 한자리에 모여 중지를 모은 것이다. 종손인 장조카가 현장에 대한 중대사를 책임지기로 하고 삼촌들이 도와주기로 하였던 것이다. 넓은 선산에 좋은 위치를 정하고 거사를 할 일만 남았다. 돌아오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열흘간의 긴 연휴도 일상을 향해 줄달음치고 있다.
햇볕이 따사롭게 느껴지는 역력한 가을 하늘은 더 푸르고 높다. 하얀 구름이 양떼처럼 서서히 몰려오고 있다.

백낙은

2017-10-09 20:08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경렬 작가님. 종부의 반란 잘 보았습니다.
이번에 추석 연휴가 길어서 내수는 잘 돌아가겠지만
외화가 빠져 나가는 것은 큰 국가적인 손실이라 여깁니다.
추석명절에 화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다는데 보아하니
작가님은 즐거우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작가님은 "동서남북 다섯 나라는 밟아" 보셨고,
"국내에서는 한라산에서 백두산, 금강산까지 남한의 내노라하는 명산 순례를 오십대에 다 끝냈다."고 하시니 참 선견지명이 있으십니다그려.
저도 백두산, 금강산, 한라산 등등의 상은 다녀 왔습니다만
다른 산들도 가 보고는 싶으나 이젠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젠 세월이 하수상하니 반란이 일어 나더라도 참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하늘은 더 푸르고 높다. 하얀 구름이 양떼처럼 서서히 몰려오고 있다."는 말씀 들으니
오늘도 앞산에 산책을 다녀 왔습니다만 내일 다시 하늘 한번 처다봐야 겠습니다.샬롬입니다.


김경렬	항상 바쁘심에도 달려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우나에서 사십대중반 여인들이 하는말을 들으며 세상이 너무도 이기적으로 흘러간다 생각했습니다. 그여인들은 시가에서 명절이면 죽도록 일하고 오후에 친정가려했는데, 시누이 내외가 온다고 음식 만들어야 한다고 못가게 했답니다. 시어머니는 당신 딸은 중하고 나는 친정에 중한딸이 아니냐면서 통분을 합니다. 옆에있던 여인은 다음부터 명절에 친정으로 가라고 합니다. 주위에 여러명이 맞다고 맞장구를 칩니다. 이정도의 생각들을 하고 있으니 저는 기가 막혀 할말이 없었습니다.	10/11 21:58

이석희

2017-10-11 06:36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경렬 작가님~~~
불을 밝혀주시니 서재가 빛이 납니다. 그동안 너무나 쓸쓸했었거든요. 명절이면 이 제사 문제로 머리 아픈 가정이 하나 둘이 아닙니다. 돌아가신 조상님들 탓해보아야 아무 소용은 없고 후손들은 서로 나 몰라라 하는 형국이니 살아있는 어른들의 속앓이만 늘어 갑니다. 저는 40대에 이를 간파하였습니다. 우선 나부터 해결하자고 하였습니다. 내자도 동조하였습니다. 아들과 딸 둘을 앉혀 놓고 유언을 하였습니다. 시신 기증을 하겠으니 동의하여 달라고요. 시신 기증서에 아이들의 친필 서명과 도장을 받아서 원광대학병원에 시신기증을 하였습니다. 1년후에 화장하여 자연장할 것도 함께였습니다. 우리 제사는 부모이니 기일에 맞추어 지내고 손자부터 이후에는 1년에 하루 편리한 날 받아 지내라. 제사 음식은 차리지 말고 먹을 것만 만들어서 먹으라. 제사 의식은 촛불에 향 피우고 원불교식으로 독경을 하여라. 명절 제사도 이렇게 할 것 등이었습니다. 부모가 계실 때에는 그분들의 뜻대로 하였고 다 돌아가신 뒤에는 이런 방식으로 모두 바꾸었습니다. 올해 추석 차례도 이렇게 모셨습니다. 전통 방식도 좋지만 각자의 신앙에 맞게 적의히 시행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 합니다. 말씀이 너무 길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김경렬	현명하게 잘 대처 해 놓으셨습니다. 시신 기증까지 막중한 결정을 하셨습니다. 귀감이 되시는 사랑 실천 존경합니다. 조상 받드는일은 우리 대에서 끝이 날것 같습니다. 사는 동안이나마 할 도리를 다하다 가면 될것같다는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10/11 22:06

김종덕

2017-10-11 12:20

김경렬 작가님, 추석 잘 쇠셨네요. 해결 다 하시고. 저는 고향에서 먼곳에서 생활하기때문에 고향의 일에 참석하지 못하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항상 죄스러운 마음만 가지고 있다가 추석, 먕절만 가게됩니다. 이것도 만만치 않은 것 같은데 작가님께서는 슬기롭게 해결을 하셨네요. 조상을 섬기는 일은 타당하고 당연하다고 생각은 하고 있읍니다만 어려움이 많이 부모님 산소에는 틈이나는 대로 가고 있어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읍니다. 참으로 수고 많으셨고, 현명함에 따라갈까합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김경렬	그저 살아 있는 동안 최선을 다 하는것 뿐입니다. 누구나 당면하면 그리 하게 되지 싶습니다. 작가님도 건강하시고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10/11 22:10

정찬열

2017-10-14 09:47

김경렬 작가님! 추석명절 나름 보람있게 쇠셨군요
게으름탓인지 내앞만 보았는지 이제야 "종부의 반란"
의미깊은글 이제야 잘 배독했습니다. 시대의 흐름을막을수가
없기에 우리세대가 가고 나면 명절이나 종친간의 우예도 사라질까
염려됩니다. 그래도 작가님댁의 훌륭한 가훈을 지켜가시는 것을 존경합니다.
저희집안도 오형제가 살지만 명절이면 연로하신불편하신 장형님댁이 시고
명절이면 교통방송에 방송을 해야하는 막내동생 이 조상님묘소에 사전에
다녀가고 해서 설과 추석절에 다니던 산소 일년한번 설날로 바꾸어 금년
추석 처음으로 부모님 산소를 가지않았더니 왠지 죄를 지은것만 같네요
후세야 어떻든 우리가 사는 동안 우리할일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어져갑니다. 아무쪼록 가내 건안하시고 편안 하세요^^


김경렬	안녕하세요. 정찬열 작가님! 확실한 세대차이를 느끼는 현세 입니다. 어떤 일에 대처하는 방법도 어릴적 받은 가정교육이 가름하는것 같습니다. 한심한 일이 곳곳에서 들려오는 작금의 실태에 한심한 마음입니다. 자기위주의 이기심이 부끄러움인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기온차가 심하여 감기가 유행합니다.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기바랍니다. 감사합니다.	10/15 09:40

첫정

한가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