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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김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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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렬 수필가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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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김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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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17-07-23 14: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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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
환골 탈태
김경렬
오전 내내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정오가 되면서 서서히 개이기 시작 했다. 모처럼 나들이하는 우리 부부를 반기는 듯,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은 햇살마저 눈이 부셨다. 친척 결혼식에 참석하기위해 웨딩홀이 있는 상암동엘 갔다. 친인척들과 반가운 해후를 한 후, 우리는 상암동 올림픽 경기장이 있는 공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드넓은 공원은 습도와 열기로 숨이 턱에 차도록 무더웠지만 양산으로 해를 가리고 걸으니 한결 나았다. 월드컵 공원은 네 개의 테마공원으로 나누워 건설 되었다. 그중 하나인 하늘공원을 오르기 위해‘맹꽁이전기차’를 탔다.
푸른 숲이 우거져 울창한 터널을 이루고 있는 오름길은, 그늘을 이뤄 시원해서 좋았다. 풍성한 나무들은 한여름에 보기 드문 샛노란 꽃을 소담스럽게 피우고 있었다. 처음 보는 나무라서 운전기사에게 물었다. 내륙에서는 볼 수 없던 나무라며‘모감주나무’라고 했다. 공원화 공사를 하면서 옮겨 심었다 고 한다. 개나리꽃 모양의 노란 꽃송이는 안쪽으로는 빨간 연지를 바른 듯 귀여운 모습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무엇 보다 신기한 것은 상수리 쪽에 꽃대가 전부 하늘을 향해 뻗쳐있었다. 꽃말처럼 긴 목을 빼고 무엇을‘기다림’하는 것일까. 나무 아래서는 꽃이 피어 있는 줄도 몰랐다. 하늘 공원을 오르면서 비로소 보게 되었다. 이 나무는 여름동안 꽃을 피우고 꽈리 같은 열매가 조롱조롱 열리며, 그 속에서 까만 씨앗이 나온다고 한다. 씨앗은 육질이 단단하고 만질수록 윤기가 나므로 주로 염주로 사용하는 귀한 열매라고 했다. 때문에 사찰에서는 큰스님이 주로 그 염주를 사용 한다고 한다. 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염주나무로 부르기도 한다. 원산지는 중국이며 조류나 파도에 밀려와 우리 해안에 발아가 되었다는 학자들의 추론이다.
월드컵공원은 쓰레기매립지에‘안정화 작업’을 거친 뒤, 초지를 만들고 녹화 사업을 하면서 하늘공원 오름길에는 모감주나무를 식재하였다. 정상에는 꽃들이 가득 피어있는 정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갈대숲을 조성하였고, 수십여 갈래 미로를 만들어 놓았다. 가을이면 화면을 통해 이곳의 갈대숲을 감상하곤 하였기에 꼭 한번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갈대밭의 미로를 걸으며 가을이 오면 아름답게 익어갈 갈대를 연상하노라니 어느새 키 높은 갈대들이 사각사각 노래하며 하느작하느작 춤을 추는 듯 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서서, 강바람을 맞으며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이렇게 잠간 더위를 날리고, 한 바퀴 더 돌고나니 땀으로 온몸이 후줄근해 졌다.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정자가 몇 채 있었다. 신발을 벗어놓고 빈 정자에 올랐다. 아이스크림은 갈증만 부추겼다. 얼음을 둥둥 띄운 냉커피를 벌컥벌컥 들이키며 싱그러운 갈대를 바라보았다. 문득 30년 전에 이곳을 찾았던 기억을 새김질 하며 새삼 감개가 무량했다.
1987년 가을, 이년간의 상담공부를 마친 동기들이 모임을 결성했다. 연장자인회장은 제빵 공장을 운영하는 분으로 좋은 일을 남모르게 많이 하는 훌륭한 분 이었다. 불쌍한 아이들이 있는 어린이 집을 방문하자는 제안을 하셨다. 시간이 되는 동기 몇 명이 함께 아이들과 놀아주며 동화책도 읽어주고 간식을 나눠주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몇 명이 이 난지도를 처음 찾아왔었다. 회장은 정기적으로 손수 빵을 구워 간식봉사를 하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니 이상하고 불쾌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승용차가 들어가자 얼굴에 때 국물이 흐르는 아이들이 순식간에 삼삼오오 모여 들었다. 옷차림도 새까맣게 얼룩져 있었다. 어느새 회장은 트렁크에서 커다란 봉지를 여러 개 내려놓았다. 그리고 빵과 우유를 꺼내 아이들에게 나누워 주셨다. 아이들은 빵을 받자 어디론가 사라졌다. 어린이집은 어린 유아들만 있었다. 수녀님께 분유와 기저귀를 전달하고 우리는 내친김에 난지도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쓰레기 동산으로 갔다. 많은 아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집게와 작대기로 쓰레기 더미를 헤집고 있었다. 안내하시는 선생님이‘저 아이들은 하루 종일 사탕과 과자, 소세지를 찾아내 끼니를 때운다’며, 설사와 복통으로 고생을 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했다.
부모들은 일터로 나가면서 아기들만 어린이 집에서 맡기고 있었다. 어려운 사실을 알게 된, 천주교 모 수도회에서 임시 거처를 마련해 무료로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되었다 고했다. 때문에 아이들은 학교만 다녀오면 미취학 아동들과 함께 쓰레기동산이 놀이터였고 먹거리를 찾아내 허기를 면하는 간식 처였다. 쓰레기가 발효되는 열 때문에 손발에 화상을 입어 병원에 가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고도 했다. 상자를 주어다 펼쳐서 테이프나 끈으로 묶어 지은 작은집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었다.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이었다. 온 동네가 악취와 파리 떼로 사람 살 곳이 못되었다. 우리는 악취 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더 이상 머물 수가 없었다. 돌아오는 마음이 무거웠다. 안타까운 마음에 모두 말을 잃었다. 며칠 동안 마음에 남아 신경이 쓰였던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났다.
상암동 난지도는 본래 난초와 지초가 풍요하고 온갖 철새들의 생태 보고였다. 15년 동안 천만서울시민의 쓰레기매립지가 되어 해발 백여m의 세계최고 쓰레기동산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먼지, 파리, 악취의 삼다도였다. 월드컵경기장을 건립하면서 6년 만에 이렇게 멋진 생태공원으로 복원되었다. 곳곳에 침출수 집수정을 만들어 놓아 여기에 모여진 오물을 정화시켜 한강으로 내 보낸다고 한다. 쓰레기동산은 상부복토를 해서 빗물이 스미지 않도록 하였으며, 매립가스발산을 억제 시키는 차수막을 깔고 1m정도의 흙을 더 덮어 식물이 생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한다. 매립가스를 뽑아내는 이송관이 많이 보였다. 포집한 메탄가스를 보일러 연료와 난방열로 만들어 인근 아파트로 공급한다고 하니, 환경 재생의 표본을 세계에 널리 자랑해도 될 것 같다. 새들이 지저귀며 물고기가 헤엄치는 한강변의 생태공원으로 복원되어 모두가 즐겨 찾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공원을 소개한 도록에는, 환경파괴를 묵인한 뼈아픈 반성이자 생태복원과 환경재생을 향한 도전과 의지의 실현이라고 했다. 지금은 분리수거를 생활화 하여 이 같은 우를 벗어난 것 같아 천만다행이다. 흔히들, 사람이 전에 비해 몰라보게 달라졌을 때 환골탈태란 말을 쓴다. 중국에서 유래하였다는 사자성어, 이곳에 와서 지난날의 쓰레기동산을 회고하며 훌륭한 환골탈태의 진면목을 보게 되었다. 폭염 주의보가 내려진 날, 무지하게 화끈 거리며 숨 막히는 날씨였지만 돌아오는 기분은 그때와는 달리 마음도 가볍고 유쾌한 행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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