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경렬
ㆍ작성일	2017-07-09 03:35

ㆍIP: 58.xxx.141

아들아 아들아
아들아 아들아
김경렬

단비가 내리고 개구리 울음소리가 청량한 밤이다. 아들의 안부가 궁금해 전화를 걸었다. 잘 먹고 잘 있으니 걱정 말라 고한다. 전에는 가끔씩 하던 전화를 지금은 매일 안부를 묻는다. 아들은 마땅한 단어를 찾느라 가끔은 혀가 꼬이긴 해도 의사소통에 지장은 없다.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지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아들내외는 열심히 살았고 성실하고 착했다. 교회생활도 독실한 신앙으로 신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부부교사로 학교생활도 반듯했다. 교육부의 연구 프로젝트에 상금을 탈만큼 열심이었고 자랑스러웠다. 중학생인 년 년생 두 딸도 잘 키워 재주가 많고 착하고 예쁘다. 그런 아들에게 청천 벽력같은 사건이 벌어졌다.
17년 5월16일 저녁 9시 그날따라 저녁 운동을 끝내고 일찍 쉬려고 잠자리를 펴고있었다. 전화벨 소리에 폰을 열었다. 다급하게 들려오는 119 구조대라는 목소리가 가슴을 철렁하게 하였다. 아들이 다쳐서 모 병원으로 이송중이라며 속히 와 달라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 졌는지 자세히 알려주지 않고 급히 전화를 끊었다. 남편은 이게 무슨 소리냐며 허둥대고 있었다.
우리는 며느리에게 연락을 하고 서둘러 차에 시동을 걸었다. 정신이 없었다. 아는 길도 잘못 들어서 돌아 가고, 잘 가고 있는데 남편은 엉뚱한 길을 안내하여 50분이면 넉넉한 길을 두 시간이나 걸려서 병원에 도착 하였다. 그사이 딸과 며느리가 발 빠르게 도착해 모든 검사를 끝내고 아들은 이미 수술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딸은 제가 근무하는 대학 병원으로 이송하려고 차안에서 모든 수술준비를 대기 시켜놓으며 도착했으나, 지금 수술하지 않으면 이송도중 잘못될 수 있는 위험한 상태라는 의사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5시간에 걸쳐 뇌수술이 진행 되었다. 병명은 무려 다섯 개나 되었다. 새벽 두시가 넘도록 손녀들이 울며 전화를 하기에 나는 서둘러 아들 집으로 갔다. 그날따라 곳곳에 음주 측정이 벌어져 20분 거리를 한시간 걸려서 도착했다. 손녀들을 안심 시켜 재우고 거실에서 날밤을 세웠다.
새벽 5시에 수술이 잘 끝났다는 전화가 왔다. 손녀들을 등교 시키고 장을 보아 반찬 몇 가지를 해 놓고 저녁 면회시간에 맞춰 손녀들을 태우고 병원에 도착했다. 사지는 붕대와 벨트로 묶여있었고 입과 코에 튜브를 꽂은 체 수술부위에 튜브로 맑은 피가 흘러나오도록 했다. 몰골이 말이 아니다. 사지 육신은 고통스러움으로 뒤틀어대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의식은 있다고 했지만 무의식 상태였다.아이들은 제 아비를 바라보며 잠자코 눈물만 줄줄 흘리고 있다. 면회가 끝나 중환자실을 나온 아이들에게 단단히 일러 주었다.‘오늘만 울고 이제부터는 너희들이 건강한 기운을 아빠에게 보내도록 해라. 너희들이 우울해 있으면 환자도 그 우울한 기를 받게 되고 회복에 걸림돌이 된단다. 우리 모두 빨리 회복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아빠에게 좋은 기운을 보내주자’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 눈물을 닦아주며 꼬옥 안아 주었다. 새벽에 병원에서는 수술 후 사지 마비가 되었다고 가족을 불러 확인시켰다고 했다. 아들의 손을 잡고 남편은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단다, 심장이 약한 아버지가 쓰러질까봐 전전긍긍 가슴을 졸였다는 며느리, 그 와중에 제 남편보다 시아버지를 걱정하고 있는 며느리가 애처로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말없이 손을 꼭 잡아주었다. 마비가 풀렸다고 또 불러들여 확인을 하게 했다. 그리고는 오른쪽에 힘을 못 쓴다는 전갈이 왔다. 희비쌍곡선에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은 긴장에 긴장의 연속이었다. 자리를 비우지 말라는 의료진의 말이 당연한데도 더 불안해지는 마음이었다. 며느리와 남편은 이틀째 날밤을 세우며 곡기를 끊은 체 물만 마셨다. 아들은 조석으로 좋아지며 사람을 알아보고 손을 내밀었기도 했지만 이내 잠들곤 했다. 사흘째 완전히 의식이 돌아 왔다. 의료진은 낮 시간만 대기하라고 했다. 며느리를 집으로 보내 쉬도록 하고 남편과 교대를 하려했지만 아들이 아픈데 아비가 있어야 한다며 황소고집을 피웠다. 평소 표현을 잘하지 않던 남편은, 물만 마시며 끼니를 거르며 자리를 뜨지 못하니 옆에서 보기도 아쓰러웠다.
아침10시, 저녁7시, 면회시간 맞춰서 하루 두 번 전철을 갈아타며 수원에서 경기도 광주병원을 드나들었다. 아침저녁이 다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기위해 고단한 줄도 몰랐다. 긴장을 해서일까, 버스만 타면 하던 멀미도 않고 잘 다닌다. 아들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교회에서, 며느리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친정에서, 사람들이 밀물처럼 몰려와 얼굴이라도 보고자했으나 짧은 면회시간 때문에 가족에게 인사만 하고 아쉬워하며 돌아갔다.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어떤 분은 아예 미리 와서 기다리다가 겨우 얼굴한번보고 돌아가며 자기를 알아본다며 그리 좋아했다. 교감 선생님은 매일 아침저녁 좋아지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하셨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아들이 다치고서야 사랑을 많이 받는 복 받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느꼈다. 죽을 운세에 살아날 복이 있는 아들이었다.
매일 거듭되는 기적으로 닷 새 만에 모든 호수를 제거했다. 첫 마디가‘엄마는?’하고 물었다고, 며느리가 몇 번을 들려주었다. 듣기 좋았다. 남편도 안도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눌하지만 말도 간단히 할 수 있으니 불행 중 다행이다. 미음도 받아먹더니, 서툴지만 바른손으로 숟가락도 잡는다. 바른쪽 마비도 점차 풀리기 시작했다. 일주일 만에 엄마집이 있는 수원 아주대학 병원으로 구급차를 타고 이원했다. 의료 가족이라고 병실을 미리 준비해주어서 편하게 바로 병실로 옮겼다. 이젠 스스로 밥을 먹으며 젓가락으로 반찬도 집어 먹는다. 아직은 오른쪽 다리에 힘이 약해 부축을 받으며 걸음 연습도 열심히 한다. 멀리 이송을 왔어도 문병오는 손님은 끊임없었다. 환우들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옮긴지 이틀 만에 운동 치료와 언어 치료 등 서 너 가지의 재활 치료가 시작 되었다. 병실로 돌아와 도와주려고 치료실에 들어가 꼼꼼하게 익혔는데 아들은 아프다고 만지지도 못하게 한다. 치료실에서는 잘 참고 견디면서 엄마의 서비스는 거절이다. 가볍게 맛사지를 해줄 뿐 근본적인 도움은 되지 못했다. 하지도 않으면서 제가 다 알아서 한단다. 아직은 비위 맞추기 급급하므로 그냥 넘어가 준다. 며느리가 더 고달파졌다. 오래도록 학교를 쉴 수가 없기 때문에 출근을 하면서 퇴근을 병원으로 하기 때문이다. 손녀들도 알아서 제 몫을 잘 해내고 있어서 신통하다.
수술한지 4주 만에 신경과에서 재활의학과로 전과를 했다. 입원중인 중증재활 환자가 너무 많았다. 아들은 다행히 살살 걸어 다니므로 주치의는 퇴원을 하고 통원 치료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조심스레 권유한다. 전과를 한지 일주일 만에 엄마집으로 퇴원을 했다. 영양식에 신경을 써야 하므로 치료 다니랴, 식사 준비하랴 분주해졌다. 주말마다 분당 제집으로 가서 교회에 나가 예배를 보고, 월요일에 치료받으러 전철을 갈아타며 수원 집으로 왔다. 장족의 발전이다. 퇴원한지 3주 만에 갑자기 약봉지와 옷가지를 싸들고 집에 데려다 달라고 고집을 부렸다. 엄마가 운전을 못하겠다고 핑게를대며 말렸지만 혼자 갈수 있다고 택시를 타고 훌쩍 가버렸다. 치료 받는 날이 되자 시간 전에 집에 왔다. 며느리는 주말동안 아들 고집에 밀려 운전 교습을 시켜보았단다. 의외로 운전감각은 살아 있었다. 전과 다름없이 운전을 잘해서 자동차 키를 넘겨주었다고 했다. 이제는 직접 운전을 하며 치료를 다니고 있다. 병원에서는 빠르게 한 단계씩 뛰어 넘는다며 2학기 출근을 목표로 치료 중이라고 했다. 앞으로 7,8월 열심히 치료를 받고 학교로 복귀하는 날을 위해 오늘도 간절히 기도하고 기도한다.
아들아! 아들아!

이석희

2017-07-09 06:05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경렬 작가님~~~
그 동안 많이도 궁금하였지만 대놓고 물을 수도 없었습니다. 기적이 일어났다고는 하지만 그 뒷 소식이 미상이라 차마 입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멀리 있는 제가 어찌 감히 엄마의 그 간절하고도 간절한 마음의 무게를 비교할 수가 있으리요마는 이렇게 만난 동지의 정도 그리 만만치는 않다는 사실에 저를 의심하기도 하였답니다. 날이 새자마자 들려오는 반가운 소식에 아주 신이 납니다. 연일 비를 뿌려대니 온 대지가 눅눅합니다. 그래도 마음만은 유쾌 통쾌 상쾌 그 자체입니다. 기쁜 주일 맞이하소서.


김경렬	걱정만 시켜드리고 소식 자주 드리지 못해 송구합니다. 모든 분들의 걱정과 기도은사로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기억도 많이 돌아와 의사소통도 잘되고있구요. 요즘엔 헬스크럽에 등록하여 매일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더위에 몸조심 하시기 바랍니다.	7/14 12:05

정찬열

2017-07-09 08:59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경렬작가님~!
그동안 얼마나 마음 고생 품 고생이 많았습니까?
말인즉 우리가 쉽게 올린 글로 풀어 넘기지만 아들이
뇌경색으로 떨어져 수술까지 했어야 하고 자칫 늦으면
생활에 불편을 떠안아야하는 뇌경색 천만 다행입니다.
환자 본인이야 아픔과 고통을 감내하면 되지만 주위에
수많은 가족 지인들의 염려와 고충 이루 말할수 없지요
평소에 병원 근무를 하셨기에 남다른 도움은 받았고 그결과가
손수 운전까지 할수있었다니 천운이 도운것 갔습니다.
부디 남은 쾌유를 기원 드리며 작가님께서도 꼭 건강 잘 챙기시길 빕니다.


김경렬	네, 감사합니다. 정만 작가님 말씀따라 천운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매 순간 희비 쌍곡선에서 기적을 보기까지 어찌 시간이 갔는지 모릅니다. 제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아들을 살릴수 없다는 각오로 임했습니다. 구멍구멍 울었던 미누리가 저때문에 정신을 차렸다고 감사하다고 했지만 저는 워낙 흉한 환자를 많이 보았던 경험자라 마음은 차분해 질수 있었답니다. 이젠 한시름 놓았습니다. 감사합니다.	7/14 12:14

박목철

2017-07-09 09:39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천만 다행입니다. 얼마나 놀라셨을까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실 수 있게 차도를 보인 아드님이 대단하십니다.
본인의 의지가 병세를 좌우한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작가님께서 잘 아시니 어련 하시겠습니까 만, 재활 치료가 철저해야 합니다.
저도 어깨 수술을 한 후 아프고 번거로워서 대충 했더니 안되는 동작이 많답니다.
중이 제 머리 못 깍는다고, 그 쪽 분야 전문가에 속하는 저도 제 머리는 깍지 못했습니다.
이제 운전까지 스스로 할 정도이면, 걱정은 더셨네요,
더운 날씨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 하시기를 기원 드리겠습니다.


김경렬	감사합니다. 걱정해주시고 기도해 주신 덕분에 이제는 한시름 놓았으나 작가님 말씀대로 재활 치료가 대단히 중요한것은 사실입니다. 명심 하겠습니다. 더위에 몸조심 하시고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7/14 12:19

백낙은

2017-07-09 20:30

김경렬 작가님.
아들아 아들아 라는 제목을 보고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습니다.
전번에 기적이라는 글을 보긴 했지만 그동안 무슨 변고가 생긴즐 알았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보니 십 년 묵은 쳇증이 내려 가는 듯합니다. 할렐루야입니다.
작가님이 큰 일에 대처하시는 모습을 보니 범상치 않아 어떤 위인을 떠 올리게 되네요.
2학기 출근이 목표라고 하시니 꼭 이루어 지리라 믿습니다.
미력이나마 저도 기도로 돕겠습니다.
에벤에셀의 하나님은 임마누엘의 하나님이시기도 하고 이래의 하나님이심을 믿습니다.
더 기쁜 소식 주시기를 바라면서 할렐루야입니다.


김경렬	위원장님 저는 이번 일로 기도는 남이 해줘야 더 효과가 빠르다는것을 실감 했습니다. 동서남북 교우들의 기도 은혜속에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매 순간 좋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기적이 아니고는 이해가 되지않는 순간들이었습니다. 독실한 불자이신 교감 선생님께서 아들이 출근 하는날 교회에 손잡고 가겠다고 하셨답니다. 아들 학교가 미션 계열이라 학교내에 교회가 있거든요. 재단의 선교 담당선생님이 찾아와서, 아들의 부활이 영혼을 구했다고해서 한바탕 유쾌했지요.감사합니다. 위언장님의 기도덕분에 저도 위로받고 아들도 털고 일어 났습니다. 더위에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7/14 12:35

김종덕

2017-07-10 19:34

김경렬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그동안 참 고심도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일들은 모두 작가님께서 천사같이 살아오신 덕으로 하늘이 감동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어떻게 글모 말로 표현이 되겠으니까만, 이토록 지성이면 감천하였으니 이제 더는 가슴 앓이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배우고 익혀야 할것 같습니다. 자신보단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차츰 아드님고 빠르게, 그 중에 운전까지 하시는걸보면, 그 의지도 하늘을 뚫은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기도가 이렇게나 하늘을 움직이는 것을 보며, 정작 하늘은 사람의 마음에 감동하는 것을 느끼고 잇읍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김경렬	모든 분들의 사랑과 염려속에 힘받아 아들이 털고 일어 났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요즘 헬스 다니며 몸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가을 행사에 뵙겠습니다.	7/14 12:38

환골탈태

기적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