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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박정숙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박정숙
ㆍ작성일 2014-02-13 12:11
ㆍIP: 59.xxx.127
봄에는 나물 캐러 가볼 거나
봄에는 나물 캐러 가볼 거나

지금까지 내 손으로 봄 나물을 캐 본적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 인 거 같다. 늘 이른 봄이면 엄마는 바쁘시다.

자식들 먹이려 들로 논둑으로 밭고랑으로
봉투와 과도를 들고 다니시며 눈에 보이는 것들은 다 뜯어 오신다.

어느 날은 냉이를 뜯어오시며 국 끓여 먹을 정도 밖에 안 된다 하시며
행여나 씻는 거 귀찮아서 그냥 버릴까 싶으신지 아예 싱크대에서 씻어 까지 주신다.

막내 사위 국 끓여서 줘라 하시면, 엄마 뭐가 예쁘다고 사위 냉이 국까지
끓여서 주라고 해 하면 내 딸 생각해서 그러지 하신다.
그것이 친정 엄마의 마음인가보다.

나 역시 내 딸 시집가면 그러겠지 난 사위 하는 거 봐서 해야지
물론 그렇게 하지 못 한다는 거 내 스스로도 너무 잘 안다.
왜? 나도 내 딸 생각해서~

가끔은 새순이 올라온 작은 쑥을 뜯어 오시거나 씀바귀와
달래를 캐오기도 하시는데 뜯어오는 것 마다 오빠들과 딸들 다 나눠주고 엄마는
드시기나 하셨나 모르겠다.

주는 대로 다 받아 먹기만 했었던 철없는 딸이 아니었나 싶다.

한번도 엄마와 동행을 하면서 같이 뜯어 본 기억도 없다.
하물며 혼자라도 다니면서 뜯어다가 드려 본적 조차 없다. 생각해 보면 참
생각 없는 딸이었다.

엄마는 당연히 그렇게 해주는 것으로만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설마,
그 와중에 울 엄마 생각나서 또 눈시울 적시는 건 아니겠지
바보처럼 정말 눈물을 흘려야 할 때는 한 방울도 안 나오고, 꼭 그럴 때
주책없이 눈물이 허락도 없이 흐른다.

파릇파릇 새싹이 올라오고
청초한 푸른 냄새가 코끝으로 와 닿을 때 엄마처럼 비닐 봉투에
과도 하나 들고 다녀볼까 비록 엄마는 드시지 못하지만
엄마가 우리들 먹이려 다녔을 그 맘으로 집 주변을 다녀볼까 싶다.

맛이 다르지 않을까!
친정 엄마가 캐다 주신 나물들과 내 손으로 캐온 나물들은 맛이 다를 거 같다.

아이들이,
엄마는 엄마의 냄새가 있다라고 하듯이 나 역시 키가 작고 진통제로 견디며
캐오신 그 나물들이 더 맛이 있지 않을까
비록 생각으로 마음으로 느껴지는 것이 다르다 할지라도 그럴 것 같다.

따사로운 햇살과 상큼한 봄바람을
코끝으로 온몸으로 느끼면서 챙모자쓰고 검은 봉투가 아닌
바구니 챙겨 들고 그 안에 과도와 보온병에
내가 좋아하는 헤이즐 넛 커피 타가지고 나가 볼까.

나물 캐다가 힘들면 풀 밭에 주저 앉아
새록새록 올라오는 새싹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콧노래도 부르면서 모락모락
올라오는 커피의 하얀 연기로 봄의 빛을 유혹하며
봄 소풍 나가듯이 그렇게 냉이 캐러 다녀봐야겠다.
이름아이콘 송준혁
2014-02-13 12:54
회원사진 		서재에 오랜만에 인사 드려요^^
봄을 그릇에 담아 고추장 참기름에
비벼서 맛있게 냠~~냠~~
아마도 인사동의 차맛보다는 좋을 듯 하옵니다 박작가님^^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이름아이콘 박정숙
2014-02-13 15:06
회원사진 		《Re》송준혁 님 ,
아이참~ 시인님 흑흑~ 그 아픈 기억을...
본전 생각나게 해주시네요
그 대추차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 대추차
잊고 있었는데 참 기억력도 좋으시네...

봄 나물 뜯어다가 참기름 넣고 비벼 먹으면
아휴~ 생각 만으로도 군침이 도네요.

인사동 찻집 그만 잊어버려야 해요. ㅠㅠ
   
이름아이콘 주응규
2014-02-14 09:03
회원사진 		작가님 안녕하세요? 좋은 글향 마음으로 안습니다
오늘이 정월 대보름
보름달에 소원 실어보는 날 되시고 늘 행운을 빕니다
요즘 독감으로 고생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강건하시고 행복하십시요^^
   
이름아이콘 박정숙
2014-02-14 22:16
회원사진 		《Re》주응규 님 ,
네에~ 쌤 저는 어제 오늘 잘 보냈답니다.
오곡밥이랑 아홉가지의 나물 반찬 다 드셨어요?
소원은 조금 있다 밤하늘 바라보며 빌어 보려고요.

쌤도 소원 빌어보시구요.
   
이름아이콘 김흥님
2014-02-20 12:16
회원사진 		봄을 캐는 작가님 쉼터에
나들이 왔습니다^^
봄나물들이 반기고
어머니의 정성어린 사랑이 반기고
작가님의 고운 시심이 미소되어 반기네요

담에 또 시간내 마실와서
다른 작품도 배독하리라고^^
   
이름아이콘 박정숙
2014-02-22 00:12
회원사진 		《Re》김흥님 님 ,
안녕하세요? 여기서 뵈니까 또다른 반가움이 있네요.

이제 따뜻한 봄 바람에 서서히 다녀봐야 겠어요.
봄 나물 캐러요~

고운 꿈 꾸시고 주말 잘 보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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