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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11-14 16:13
ㆍIP: 121.xxx.164
슈킹 (76회)

 고려와 대양금융은 손님이 사무실을 직접 오지 않고 서류만 보낼 경우 잔고증명을

5억 이상 해주지 않는다. 아마 이런 규칙을 만든 것도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나름대로 안정장치를 마련한 것 같았다.

 10억의 잔고증명 수수료 300만원 원을 벌기 위해 잘못하면 수수료의 300배가

넘는 10억이 날아갈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위험 방지 면에서 본다면

자기앞수표로 입금하는 서울금융은 완벽한 방어벽을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잔고업체에서 볼 때는 의뢰인이 돈 벌어 주는 고객이면서 한편으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더군다나 같은 계통에서의 업자 속셈은

더욱 믿을 수가 없을 것이다. 잔고증명 자체가 불법이라는 한계에서 출발한

이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그들도 알 것이다.

 "의뢰인이 직접 안 가도 잔고를 무제한으로 해준단 말이야?"

 무제한이라는 말에 동수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렇게 좋아할 필요까지는 없어. 수표로 입금되는 한 그쪽에서 100억을 해준다

해도 우리가 작업할 수 있는 최고 금액은 하루에 5억이야."

 "왜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동수가 물었다.

 "수표 입금되는 날은 출금할 수가 없잖아. 다음날 한다 해도 은행 대부분의 1일

최고 이체한도가 5억이지. 멀리 있는 B은행만 빼고. 그런데 서울금융에서 B은행은

자기네의 거래은행이 아니라서 제외시켜 달라고 했거든."

 "동인아. 수표로 입금시키면 다음 날 오후 2, 3시 정도에 찾을 수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오전에 통장이 우리에게 왔어?"

 "원래는 안 되는데 서울금융과 입금은행 간의 관계가 돈독하다면 그 전에라도

인출이 가능하지. 형이 그 은행의 VIP고객이라면 그 정도 편의는 봐주지 않겠어?

그러나 수표로 입금된 이상 지금은 아무 의미가 없는 이야기잖아."

 그는 신경질적으로 대꾸하고선 더 이상 말도 말라는 듯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동인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갑자기 눈앞에 캄캄한 어둠이 밀어닥친 기분이었다.

그는 팔짱을 끼고 창가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 혼자서 결심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힘이 드는 모양이었다. 굳게 다문 입술이 그가 고심하고 있음을 역력히 나타냈다.

그는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한참 동안 머뭇거렸다. 이윽고 그는 결심한 듯 말했다.

 "형들, 서울금융 작업은 여기서 포기하기로 하지요."

 차가운 음성이 그의 입에서 떨어졌다. 갑자기 사무실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

듯 냉랭해졌다. 이번에는 좀 더 긴 침묵이 흘렀다.

 그때 현우의 머리에 한 가지 계획이 섬광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불가능한

일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는 천장을 한참 바라보고 있다가 입을 열였다.

 "동인아, 그렇다면 몇 시에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어 인출했을까?"

 "은행 문 열자 바로겠지요. 그들에게는 의뢰인 통장에 돈이 잠겨 있는 시간이

가장 불안하고 돈 놀이 하는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일찍 돈을 찾아 돌려야

유리하니까요."

 "은행에 물어 보면 알려 줄까?"

 "그럴 거예요. 잠깐만요."

 그의 말대로 영업시작과 동시에 인출된 것이 맞았다.

 "그런데 인출한 시간은 알아서 뭐해요?"

 "응, 이것은 가상이론인데 은행직원이 수표를 현금으로 대체한 후 잔고업체에

돈을 내주기까지 몇 초 동안의 컴퓨터 조작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때를

이용하면 어떨까 하고 한번 생각해 봤어."

 현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가벼운 말투로 던졌다.

 "형, 이야기가 전혀 불가능한 게 아니에요. 현금 상태로 몇 초만 있어도 이체할

시간은 충분하거든요. 우리가 은행에서 돈 찾을 때 직원의 조작시간과 대기 시간이

몇 초가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요. 미리 타행 자동이체 등록을 해놓고 현금으로

대체되는 순간 엔터를 한번만 치면 되지요. 엔터 치는 속도는 1초만 있어도 몇 번은

두둘길 수 있어요.

 문제는 타이밍인데 예상시간 전부터 모두 모니터 앞에서 계속 입금을 확인하는

거예요. 대체되는 포인트만 정확히 맞춘다면 성공할 수 있어요. 왜 내가 그

생각까지는 못했는지 모르겠네요. 그러면 서울금융의 비번만 안다면 이 작업을

포기할 이유가 없어요. 오늘 서울에 서류를 접수해서 월요일에 내려오는 비번이

0248로 그대로 올지 바뀔지 기다려 보기로 하지요."

 서울금융의 작업을 포기하려 한 그는 현우가 제시한 방법에 용기를 얻은 듯

다시 환한 얼굴로 변했다.
이름아이콘 장해숙
2013-11-14 21:24
회원사진 		뭐든 쉬운게 없어요. 그죠...ㅎ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3-11-15 06:50
회원사진 		《Re》장해숙 님 ,
그렇지요. 쉬우면 재미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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