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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10-30 09:29
ㆍIP: 121.xxx.206
슈킹 (63회)

 "한 사람은 40대 중반이고 또 한 사람은 후반이야. 딱 좋지. 큰돈을 찾아도

의심 안 받을 나이야. 수고비는 억당 100만 원 준다고 했어. 보름쯤 후에

일이 있다고 하면서 머리 손질하고 옷 한 벌 사 입으라고 30만 원씩 줬어.

오늘은 간략한 설명한 했으니까 디데이 전에 한 번 더 만나서 자세히 할 일을

알려 줘야지. 이번 주에는 인출할 통장만 만들어서 갖고 있으라고 했어."

 그가 가방에서 그녀들에게 받은 등본, 인감, 각서 등을 꺼내 동수에게

보관하라며 주었다. 각서는 잔고업체에서 보내온 서류용지로 그 내용을

동인이 조금 수정한 것이다. 인출하는 돈은 본인 것이 아니므로 만약 인출 후

도망가거나 잠적할 경우 민, 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내용으로 전과 비슷했다.

 사실 이 각서도 형식적일 뿐이지 그녀들이 자기 것으로 우긴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녀들이 돈의 출처를 모르고 의심하지 않아서 그렇지 만약

눈치 채고 강짜를 부린다면 실명제인 현실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잔고업체가 그의 사무실에 당해도 신고 못하는 것처럼 현우 쪽도 벙어리

냉가슴 앓는 것은 매한가지다. 그러므로 인출하는 사람을 선택할 때는 여자로

뽑고 그 중에서도 가족관계와 주거지가 확실한 사람을 고르는 것이 그만큼

위험 요소를 줄이는 것이다. 그것이 동인이 가장 고민해야 하는 힘들고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동수 형, 업소 아가씨들 왔다 갔어?"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동인이 서류를 달라고 하더니 한참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현수 형, 내일 고려와 대양금융에 보낸 서류가 도착하는 대로 이 아가씨들

서류를 작업용으로 보낼 거니까 미리 작성해 줘요. 잔고업체에 보내는 서류들은

본인 자필로 작성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글씨체가 계속 같으면 저쪽에서 이상하게

생각할 수가 있어요. 이번에는 형이 써 줘요."

그는 자기 자리로 가더니 수화기를 들었다.

 "고려금융이지요. 8천만 원짜리 잔고인데요. 호주 유학 비자용이에요. 내일

오전에 보낼게요."

 전화를 끊은 동인이 대양금융에도 똑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하는 듯 턱에 손을 괸 채 잠자코 있더니 서서히 전화기를 들었다.

 "서울금융이지요. 저번에 전화 드린 김 실장입니다. 기억하시네요. 사무실을

옮기는 바람에 연락 못 드렸습니다. 저의 사무실로 큰 금액의 잔고도 자주

들어오는데 이사님께서 수수료를 좀 낮춰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렇게 해주시면

내일이라도 보내드릴 수가 있거든요. 억당 28만 원까지는 해주실 수 있다고요.

정말 고맙습니다."

 두 사람을 향해 동인이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흔들어 보이며 소파로 갔다.

 "서울금융은 뭐야?"

 처음 듣는 이름이라 어리둥절한 듯 동수가 물었다.

 "얼마 전에 한번 통화한 잔고업체인데 날 기억하네. 이번 작업할 때 한꺼번에

끝낼 생각이야."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문 그의 마지막 말은 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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