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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11-06 16:36
ㆍIP: 121.xxx.34
슈킹 (69회)

 동수는 인터넷 포커게임을 하느라 모니터만 뚫어지게 보며 마우스를 클릭하기에

바빴다. 언제부턴지 그는 인터넷 바둑을 두지 않고 게임 사이트로 접속하여

포커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손님이 없을 때만 하더니 지금은 동인이 사무실에 없는 동안에는 온

정신이 포커게임에 쏠려 있었다. 어떤 날은 게임에서 몇 백억을 땄다고 어린아이

처럼 좋아하다가 다른 날은 몇 조를 잃었다고 시무룩했다. 그리고 사이버머니를

구입하기 위해 사이버상에게 진짜 돈을 입금하기도 했다.

 이 문제로 동수와 두 번이나 다툰 적이 있었다. 처음은 포커게임 할 때 나는

스피커 소리 때문이었다. 전화 상담을 하거나 방문한 손님과의 대화 중에도 계속

스피커를 켜놓는 것이었다. 게임에서 나는 소리로 인해 상담에 지장이 있으니

줄여 달라고 그가 몇 번이나 말했다. 그때마다 그는 소리가 안 나면 생생한

현실감을 못 느껴 재미가 없다고 못 들은 체하였다.

 하루는 손님과 대화 중에 게임에서 들리는 소리로 자주 대화가 중단될 정도였다.

손님이 가고 난 후 그가 근무 중에 게임을 하면 사무실 이미지가 안 좋게 보일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 하고 싶으면 스피커를 끄든지 볼륨을 줄이라고 했다.

그러자 그 사람들은 대출에 관심이 있지 이 소리까지 신경을 안 쓴다며 네가 너무

예민한 거라고 억지를 부렸다.

 그날 그들은 이 일로 서로 얼굴을 붉혔다. 이 문제를 동인에게 말하여 상의할까도

생각했으나 남자가 별일 아닌 일을 가지고 고자질하는 것 같아 그냥 넘어갔다.

또 동인이 형이라면 모를까 동생에게 잔소리를 들으면 그의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기에 참은 것이다.

 두 번째는 그가 사무실에서 손님과 대화 중일 때 상담전화가 걸려왔다. 그런데

동수가 게임에 빠져 전화벨이 한참 울린 후에 받을 뿐만 아니라 전화를 받고서는

담당자가 지금 상담중이니 조금 후에 다시 하라며 전화를 끊은 것이었다.

 어이가 없던 현우는 비싼 광고비를 내서 오는 전화를 그렇게 성의 없이 받으면

어떻하냐고 따지자 자기 사정이 급하면 또 올 텐데 뭐 그러냐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 것이다. 그의 말에 화가 난 현우가 앞으로 상담전화는 자기가 다 받을 테니

사무실 방문 손님 상담은 그에게 하라고 했다. 그러자 자기는 말 주변이 없어

그것도 못하겠다고 시큰둥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도 상담이고 뭐고 더

이상 안 하겠다고 하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던 것이다.

 이 경미한 사건은 그날 저녁 두 사람이 선술집에서 한잔하며 그의 사과로 조용히

마무리되었다. 동인은 그때 밖에서 곧장 퇴근하여 아직까지 이날의 사건을 모르고

있었다.

 "나 옥상에서 담배 한 대 피우고 내려올게."

커피가 담긴 일회용 컵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 처음으로 옥상 문을 열었다. 겨울의

찬바람이 목덜미에 와 닿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담배에 불을 붙인 그는 길게 한 모금을 빨아 허공에다 한숨과 함께 내뱉었다.

흩어지는 연기 속에 계단을 내려가는 베트남 여인의 고통스런 발걸음 소리와 아이디

C423065-H1432620의 기호가 뒤섞여 혼란스러웠다. 그는 거세게 머리를 흔들었다.

 커피와 곁들인 담배 맛은 언제나 일품이다. 특히 그는 겨울에 버스를 기다리며

따뜻한 자판기 커피를 마시면서 담배 피우는 것을 좋아한다.

 '첫 눈이 올 때가 됐는데...'

 잿빛 하늘을 향해 중얼거리며 그는 계단을 터벅터벅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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