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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10-16 15:11
ㆍIP: 118.xxx.164
슈킹 (58회)

       
         - 작업금액은 40억으로 -

 
 12월 12일 (수)

 오전에 A업체인 고려금융에서 보낸 서류가 도착하였다. 그 안에는 어제

날짜로 현금 1억이 입금되었다가 오늘 모두 출금되어 잔액 0원이 찍힌 통장과

잔고증명 확인서와 주민증, 인감도장 등이 들어 있었다. 입금은행은 그의

사무실에서 통장을 만들어 보내므로 문제될 게 없었다.

 통장을 펼쳐본 동인이 한참을 생각에 잠기더니 현우에게 "형, 지금 내가

고려금융과 통화할건데 만약 형을 바꾸게 되면 어제 잔고의뢰한 손님처럼

하세요"라고 말하고는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다한의 김 실장입니다. 보내신 서류는 방금 잘 받았습니다. 잔고의뢰인께서

서류를 받으러 오셨는데 잔고통장을 계속 사용하시겠다고 바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고 하시네요. 어떻게 되지요? 잠깐만요, 부르세요.

아이디는 C560324, 비번은 1211이라고요. 그리고 앞으로 통장은 가능한

H, S, K은행 위주로 해달라고요? 알겠습니다."

 통화를 끝내자마자 그가 컴퓨터에서 명동 일대의 지도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고려금융과 가까운 거리에 H, S, K은행이 전부 있었다.

 "직접 가봐야 하나? 별 의미는 아닌 것 같은데. 아침 일찍 돈을 찾으려면

아무래도 사무실 근방 은행이 편할 테니까."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동수 형, 이 서류를 B업체인 대양금융으로 오후에 다시 보낼 거니까 준비해

줘. 서류 바뀌거나 빠진 것 없나 확인하고."

 대양금융의 서류봉투가 도착한 것은 30분 정도 후였다. 봉투 안에 든 서류는

고려금융과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입금통장을 본 동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이 은행에다 입금했네."

 "왜, 뭐가 잘못 됐어?"

 불안한 목소리로 현우가 물었다.

 "대양에서 잔고의뢰인이 현재 거래하는 은행 이름을 적어 보내 달라고 했어요.

대양금융 가까이에 4개의 은행이 있는데 그중 3개의 은행을 의뢰인이 거래하는

은행으로 해서 내가 임의로 적어 보냈거든요. 대양이 적어 달라는 의미가 혹시

의뢰인이 거래하는 은행으로 입금시켰다가 이미 인터넷 뱅킹이 되어 있으면

장난칠 수 있으므로 미리 차단하자는 뜻인 것으로 알았지요. 그래서 당연히 의뢰인이

거래 안 하는 나머지 한 개 은행으로 입금시킬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어서요.

 지금 거래하는 은행으로 입금시켰다는 건 한마디로 형식적으로 적어 달랬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요. 그속에는 우리를 의심하여 혼란에 빠뜨리기 위한 서곡에

불과하겠지만요. 그리고 대양이 의뢰인의 거래은행을 알았다고 하더라고

그가 전에 발급한 그 은행의 통장 소유 여부를 확인한다는 것은 본인이 아니면

불가능하지요. 그들이 수사기관도 금융 감독기관도 아니고 만약 은행에서

마음대로 알려 준다면 개인 정보 침해가 되어 법에 저촉되는 거예요. 오늘 입금된

H은행이 대양과 특별한 친분이 있어선지 다른 은행보다 거리가 가까워선지

아니면 무슨 이유인지 지켜봐야겠죠."

 "앞으로 대양금융 작업이 장난이 아니겠는데요."

 머리를 흔들면서 상체를 일으킨 그는 다시 수화기를 들었다.

 "보내주신 서류는 잘 받았습니다. 손님께서 잔고통장을 계속 썼으면 해서요.

비밀번호가 0611이라고요. 다음부터는 아예 통장 두번 째 면에 적어 주신다고요."

 대양금융에서는 아이디는 필요 없이 비밀번호만 내려온다. 그것은 고려금융과

잔고증명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려금융은 현우의 사무실에서 직접 의뢰인의 통장을 만들어 인터넷 뱅킹을

신청하면서 그의 아이디와 비번을 함께 보낸다. 고려는 혹시 의뢰인이 돈을 빼가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입금하기 전에 아이디와 비번을 인터넷에서 바꾼다. 고려가

의뢰인이 통장 발급 시 받은 모든 서류의 정보를 갖고 있기에 가능하다. 이것은

대양의 요구에 의해 현우의 사무실에서 잔고증명을 의뢰하면서 퀵으로 보낸

서류들이다.

 그리고 돈은 최대한 늦게 보통 밤 10~11시 사이에 인터넷이나 모바일뱅킹으로

입금시킨다. 만약 흑심을 품은 의뢰인이 있어도 이미 아이디와 비번이 바뀌었기에

다른 곳으로 이체는 불가능하다. 물론 인터넷에서 아이디와 비번과 인증서 암호를

바꿀 수 있다. 단 보안카드가 필히 있어야 한다. 결국은 본인이 신분증을 갖고

은행에 가야 하는데 이미 보안카드와 주민증은 잔고업체에 가 있고 은행 문은

닫은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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