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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10-25 15:11
ㆍIP: 121.xxx.14
슈킹 (61회)

 그는 가방에 몇 장의 서류를 넣고서 급한 일이 있으면 이 휴대폰으로

연락하라며 사무실을 나갔다. 그가 말하는 이 휴대폰이란 작업에 사용하는

대포폰을 뜻한다.

 처음 작업을 시작하면서 동인이 그에게 대포폰을 주면서 본인 실명폰은

이 작업이 끝날 때까지 절대 쓰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래서 현우의 주머니에는

지금  두 개의 휴대폰이 있다.

 "누굴 만나러 가는 거야?"

 "아마 돈 이체할 사람일거야."

 "그런데 명의대여자가 필요한가?"

 잘 이해가 안 간다는 듯 현우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돈이 입금되는 순간부터 대출손님들과의 관계가 끝인데 그 사람에게

돈을 찾으라고는 할 수 없잖아. 은행실적을 쌓기 위해 매일 입출금 한다고

했는데 입출금 기록은 달랑 한 건뿐인데 돈을 찾아달라고 하면 너라도 의심

안 하겠냐?"

 그것은 그의 말이 백 번이라도 맞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지금 만나는 사람 앞으로 통장을 만들어서 그 사람에게 돈을 찾게

하는 거지. 명의대여자란 그 사람의 이름으로 통장을 만드니까 편의상 그렇게

부르는 거지 큰 의미는 없어."

 "그렇다고 쉽게 본인 통장을 만들어 주고 돈을 찾지는 않을 텐데.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그 사람들에게 비자금 세탁한다고 대충 둘러대면 돼. 돈 찾는 사람이 아줌마들이라

그 분야에 대해 대부분 모르고 돈이 급한 처지라 수고비를 많이 준다고 하면 서로

하려고 해. 만약 꼬치꼬치 따지거나 의심하면 제외하면 되고, 할 사람은 많아."

 "얼마 주는데?"

 여유롭게 말하는 그에 비해 궁금하여 조바심이 난 현우가 급하게 물었다.

 "딱 정해진 건 아닌데 1억당 백만 원 줘. 이건 동인이가 정한 거야. 너무 적으면

안 할 수 있고 많으면 이상하게 생각한다나? 하루 일하는 것 치고 아줌마들에게는

거액의 돈이지."

 "그 아줌마들 나중에 위험하지 않을까?"

 "아마 조사야 받겠지만 큰 피해는 없을 거야. 자기들은 통장을 빌려주고 돈을

찾아주는 심부름만 하면 수고비를 준다기에 아무것도 모르고 했다고 하는 거야.

사실 또 그렇고. 물론 우리가 주는 수고비보다는 훨씬 적게 받았다고 말해야겠지.

 복도로부터 구두 힐 소리가 점점 문 가까이 들리더니 노크소리가 났다.

 "안녕하세요."

 어제 온 두 아가씨였다. 동수가 기다렸다는 듯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타서

그녀들 앞에 놓으며 선영에게 말을 붙였다.

 "오전에 올 줄 알았는데 많이 늦었네요. 공사가 다망하셨나 봐요."

 "미안해요. 일찍 오려고 했는데 아침에 일이 생겨서요."

 "저희는 괜찮지만 오후에 서류를 받으면 내일 접수되어 그만큼 대출기간이

늦어지니까 걱정돼서 그렇지요."

 그가 천연덕스럽게 둘러됐다.

 "얼마나 늦어져요? 이번 말까지는 되지요? 가게에 있는 언니에게 아마도 우리는

말일까지만 일할 것 같다고 했거든요. 그렇지?"

그녀는 자기 말에 동의를 구하려는 듯 옆의 시영에게 물었다.

 "그러게 내가 미리 이야기하지 말랬잖아."

 그녀가 선영의 옆구리를 살짝 쳤다.

 "실장님, 말일까지는 분명히 되는 거지요? 그렇지요?"

 그녀는 어제 받은 명함에서 현우가 실장인 것을 알아선지 자연스럽게 실장님이라고

불렀다.

 "가능할 거예요. 일단 말일까지 되도록 해볼게요. 저만 믿어요."

 우물쭈물하는 그를 대신해 동수가 공수표를 남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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