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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11-04 09:30
ㆍIP: 121.xxx.194
슈킹 (67회)

 "오늘 며칠이지?"
 
 "12월 13일."

 "어제는?"

 "12월 12일."

 "그저께는?"

 "너 지금 장난하냐. 12월 11이지."

 그는 더 이상 말하기 귀찮다는 듯 말끝을 끊었다.

 "그러니까 비밀번호를 우리가 서류 접수한 날에 맞춘거야. 그러면 그쪽에서

비번을 잊어버릴 일이 없는 거지. 동인이가 말한 무슨 근거에 의해 만들었다는

것이 맞는 거야."

 "야, 현수 너 대단한데. 어떻게 알았어?"

 동수가 하던 게임을 정지시키고 그의 자리 곁으로 왔다.

 "상담 손님 내용을 일일 캘린더에 메모하다가 우연히 날짜를 보고 알았어."

 "그러면 내일 비밀번호는 1313으로 내려오겠네."

 "아마도 서류 접수일이 맞는다면 그렇게 되겠지. 하여간 동인이가 대단한 것

같아. 넌 그렇게 생각 한 해?"

 "뭐가?"

 현우가 그의 이야기를 꺼내자 못마땅하다는 듯 동수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생각해 봐. 내가 알아낸 비번이 날짜순이라면 동인이의 예측대로 규칙성이

있는 거잖아. 동인이를 브레인으로 인정할 건 인정해 줘야지. 동수야, 이제

그만 화 풀고 네가 동인이에게 먼저 연락해서 화해하도록 해. 동인이가 문을

박차고 나가서 자기가 먼저 전화하기는 어색할 거야. 너흰 친형제잖아.

형만 한 아우 없다고 형이 먼저 넓은 마음으로 포용하는 게 보기에도 좋아.

그리고 사실 동인이가 형을 많이 생각하는 거 너도 알잖아. 나도 너처럼

동인이 같은 동생 하나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

 그는 어떻게 해서라도 두 사람을 화해시키기 위해 형제애까지 부각시켰다.

손목에 턱을 괴어 한참을 고민하던 동수가 휴대폰의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동인이냐, 형이야. 지금 어디야? 사무실에 안 올 거야. 아까 내가 한 말에

화 많이 났지. 네가 제일 고생하는 건 아는데 나도 모르게 순간 열이 받았던

것 같아. 원래 내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이잖아. 네가 이 단순한 형을 이해해

줘라. 우린 친형제잖아. 그래, 알았어."

 통화를 마친 그를 보며 현우가 잘했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겸연쩍은

듯 희미하게 웃었다.

 "지금 온대?"

 "아니, 밖에서 일보고 거기서 퇴근해 내일 나오겠대. 책상 위의 전화를 자기

휴대폰으로 착신시켜 놓으라 하네."

 동인의 자리로 간 그가 3대의 전화기 버튼을 열심히 눌렀다. 현우는 맞은편

화이트보드에 적힌 아이디 C423065-H1432620을 물끄러미 보며 퍼즐

맞추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때 노크소리에 깜짝 놀란 그가 오후에 약속한 손님을 맞았다. 손님은

중년의 여자로 겉옷이 초췌한 데다 어딘지 피곤해 보였다. 언뜻 볼 때는 몰랐는데

마주 앉아 가까이 보니 동남아인이었다.

 그는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 뚜껑을 따서 여자 앞에 놓았다. 음료수 병을

든 여자는 연신 고맙다며 한 모금을 마셨다. 건네받은 등본에 그녀의 이름은

김수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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