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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12-02 13:04
ㆍIP: 124.xxx.149
슈킹 (93회)


                     - 제 3의 인물 -


 12월 18일 (화)

 오전부터 사무실 분위기가 유난히 어수선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무실에서

3개의 서류를 받았고 개인손님으로 보낸 3개의 서류는 밖에서 가지고 와서

정보파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동수가 사무실에서 지하철 서너 역 떨어진 거리의

커피숍에서 3명의 퀵을 만나 개인손님으로 보낸 서류를 갖고 오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사무실에서 모두의 서류를 받으면 도착장소가 같으므로 잔고업체의

의심을 피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먼저 사무실에 온 서울금융의 서류봉투를 뜯었다. 변함없이 비번은 0248이었고

입금은행도 C은행이었다.

 다음에는 대양의 통장을 동인이 조심스럽게 꺼냈다. 이 통장에는 5억의 잔고금액이

찍혀 있을 것이다. 수수료만도 무려 150만 원이다. 꺼내는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통장은 W은행이었다. W은행은 처음 보냈을 때의 은행이다. 다섯 번째 만에 같은

은행이 두 번 겹친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W은행이 주거래은행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조금 후 동수가 갖고 올 개인손님으로 보낸 서류와 비교해야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려금융의 서류봉투가 도착했다. 이번에는 현우가 서류봉투를 꺼냈다.

 마침 동인이 담배를 사러 편의점을 갔었다. 통장 다음 면에는 아이디K660302,

비번 1217이 적혀 있었다. 비번은 어제 날짜인 12월 17일을 의미하는 번호였다.

 그는 서류철에서 잽싸게 김두영 씨의 서류를 꺼내 그의 주민번호와 전화번호를

보았다. 어제 고려에 그의 서류를 보냈던 것이다. 그의 주민번호는

660302-1324530이었고 휴대폰번호는 010-7208-35**이었다. 아이디는 그의

주민번호 앞자리를 그대로 써서 만든 것이었다.

 이로써 고려로 보낸 다섯 번의 서류 중 같은 규칙의 아이디는 하나도 없다. 디데이

때 각기 다른 아이디로 다섯 번을 넣어야 한다는 말인가!

 아이디는 열 번을 틀려도 상관없지만 그만큼 시간이 지체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디가 다섯 가지라는 전제도 그의 편안한 생각에서 나온 것이니 단언할 수도

없다. 여섯 번째는 어떤 식으로 만든 아이디가 내려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현우는

머리가 지근지근 아파왔다.

 그때 담배를 사러 갔던 동인이 들어오더니 고려금융의 아이디와 비번을 보고서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얼굴빛이 어두워져 담배만 연신 빨아 댔다. 잠시의 침묵을

깨고 마침내 그는 결정을 내린 듯 했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버틴다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

 "형, 고려금융 작업은 그만두는 게 어때요?"

 현우도 하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동수가 개인손님으로 보낸 서류를 모두 갖고 들어왔다. 동인이

먼저 대양의 서류봉투를 낚아챘다. 그들의 온 신경은 통장이 무슨 은행이냐에 쏠렸다.

통장은 조금 전 사무실에서 받았던 W은행 통장이다. 그는 현수를 바라보며 슬그머니

미소를 지어 보였다.

 "대양은 이제 됐어요. 입금은행이 W은행인 게 확실해요."

 동인이 자신에 넘쳐 말했다. 그리고 W은행이 주거래은행인 것을 이렇게 설명했다.

 개인손님이 신문광고를 보고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 업자에게 받는 것 보다 안전하다고

보아 작은 잔고금액이라도 주거래은행으로 입금한 것이다. 업자에게 받는 것은 고액일

경우에 한해 주거래은행에 실적을 쌓아 준 것이다.

 대양금융 나름대로 규칙을 정해 은행을 돌린 것이다. 그러므로 결국은 현우의 추측이

맞았다. 그는 현우를 돌아보며 한쪽 눈을 찡끗해 보였다.

 다음에 서울의 서류봉투에서 통장을 꺼내 펼쳤다. 역시 C은행의 통장이고 비번도

0248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으로 고려의 서류봉투를 뜯는 동인의 손에 힘이 없다. 아이디는 P641210이었고

비번은 사무실에서 보낸 것과 같은 번호인 1217이었다. 아이디 P는 개인손님의 성인

박을 의미하고 숫자인 641210은 주민번호 앞자리 숫자였다. 어제 고려는 사무실에서

보낸 서류의 아이디와 개인손님으로 보낸 아이디의 구조를 똑같이 만든 것이다.

 동인은 이미 고려금융의 작업을 포기한 듯 아이디와 비번을 보고도 감정의 동요가 없이

무덤덤했다. 그는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얼굴에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지금까지 들어간 수수료는 얼마이며 무엇보다 10억이라는

거금이 눈앞 가까이 왔다가 사라진 것이 아닌가!

 현우가 다음 말을 던지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무거운 침묵의 공기만이

사무실 안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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