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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12-05 11:02
ㆍIP: 124.xxx.149
슈킹 (96회)

 "일하시는 능력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하루 백만 원 정도 됩니다. 그리고

일은 꾸준히 있습니다. 물론 수고비는 당일 현찰로 지급해 드리지요."

 그는 백만 원을 상한가로 정했고 일이 계속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상대방은 며칠만 일해도 몇 백만 원에 이어 몇 천만 원까지 벌 수

있다고 연상할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그의 만나자는 제의에 혹하여 선뜻

응할 것이다.

 여자는 미심쩍다는 듯이 그에게 진짜냐고 자꾸 물어 왔다. 현우는 그녀에게

자기는 낮에 바빠 시간을 낼 수 없으니 저녁이나 토, 일요일에 만나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녀는 잠깐의 시간이면 언제든지 좋다며 지금의 번호로

연락을 달라했다.

 전화를 끊은 그가 메모지에 방금 통화한 여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고는

지갑 속에 챙겨 넣었다. 휴대폰에 저장해도 되지만 혹시 모를 작업폰의

분실을 대비하기 위한 방비였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동인을 닮아 가는 것

같아 쓴 웃음을 지었다.

 두 번째 입력된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가는데도 받지 않고 결국에는

부재중 멘트가 나왔다. 어떤 사정인지는 모르나 이 작업서 이런 사람은

아무래도 불안하다. 두 번째 번호를 삭제했다.

 다음 전화번호의 여자는 현우의 집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다. 그녀는

위험한 일이 아니냐고 재차 묻더니 생각해 보고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

 현우도 그녀의 집이 주변이라 거리에서 만날 수도 있고 수사기관서 그녀와

만난 장소를 근거로 관할 주민센터에 신분대조의 가능성도 있어 먼저

부적격으로 여기고 있었는데 마침 잘 됐다 싶었다.

 2개 남은 번호와 통화한 여자들은 궁핍한 생활의 해결책으로 그의 조건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로써 오늘 3명의 여자는 그가 연락하면 언제든 나올

사람들로 확보한 것이다.

 여기까지 일을 마친 그는 서둘러 즉석명함을 만드는 을지로로 움직였다.

앞으로 만날 10명의 명의대여자인 여자들에게 줄 명함이다.

 그가 굳이 이 명함을 만드는 데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돈을 인출할

여자들에게 명함을 건네므로 신뢰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작업이 끝나면 이 여자들은 수사기관에 분명히 조사를 받는다.

그러면 사무실에서 상담했던 사람들과 이 여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현우의

인상착의는 자연적 드러난다. 이때 그녀들에게 준 명함이 수사기관의 손으로

넘어갈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하나인데 서로 다른 이름과 휴대폰 번호가

인쇄된 두 개의 명함이 나온 것이다. 당연히 그들은 혼선에 빠질 것이며 그는

그때를 대비해 지금 복선을 깔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명의대여자인 그녀들 앞에 가발과 안경까지 쓴 그가 나타난다면

수사기관의 몽타주에 서로 다른 모습으로 두 장이 그려질 것이다. 그들은

혼란에 빠질 것이고 이 혼란 속에 동인과 동수도 포함됨은 물론이다. 그들

모두는 제3의 인물이 있다고 확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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