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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11-28 08:34
ㆍIP: 124.xxx.149
슈킹 (89회)

 사무실 유선전화로 시영과 수혜의 통화 내역은 처음 대출을 문의했을 때로

딱 한 번씩만 기록이 남아 있다.

 사무실에 하루 평균 상담전화가 30여 건 걸려 온다. 그러면 작업이 끝나는

날까지 대략 400여 건의 전화번호가 남을 것이다. 수사기관에서 이

전화번호에 모두 연락하여 통화내역을 내사할 수도 있다. 그들로서는 이건

식은 죽 먹기다.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몇 십만 대의 차량을 조회하고 백만여건의

통화 내역도 확인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며 사명이다. 물론 나름대로 노하우와

수사기법이 있어 일반인이 생각하는 만큼의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400여 건의 통화내역 중 여러번 통화한 번호라면 가장 먼저 선별하여

단서를 찾으려 하겠지만 한번만 통화한 번호는 단순 상담전화로 간주하여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왜냐하면 대출사무실의 특성상 대부분이 상담전화라는

것을 곧 알 수 있기에 일일이 전부 확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한 번의

전화번호에 그녀들이 포함되는 것이다.

 수사기관에서 시영과 수혜와 통화를 한다 해도 사실 현우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녀들도 그의 신상에 대해서 모르는 것은 매한가지다. 그리고

작업이 끝난 후에는 어차피 그녀들과도 연락이 끊길 것이다. 단지 그가 여기에

신경을 쓰는 것은 이왕이면 그녀들에게 첫 이미지 그대로 남고 싶은 순수한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이때까지만 해도 작업에 이용하려는 그녀들 중 수혜가

빠질 줄은 그도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는 앞으로 동인과 싸울 생각을 하니 현기증이 나고 머리가 아팠다. 느린

속도와 낮은 성능의 386컴퓨터가 고급 사양의 펜티엄 컴퓨터를 뛰어넘어야

하는 것이다. 동인의 말대로 이제부터는 현우가 작업비도 대고 작업방법과

아이디어를 짜고 지휘를 해야 하는 것이다. 월요일부터 적과 동침을 하면서

전투를 해야 한다.

 지금부터 자신과 희현, 시영, 수혜 4명과 상대방은 동인, 동수와 사채업자

4곳을 포함하여 4대 6의 싸움이 시작된다. 아니다. 4대 7이다. 하나는

수사기관이다. 그런데 그의 아군은 하나같이 전면에 나서지도 못하는 어리고

연약한 여자들이다. 게다가 그녀들에게 직접 명령도 내릴 수 없는 처지다.

그러므로 그는 늘 두서너 번을 생각하고 작전을 짜야 한다. 이제 디데이가 불과

11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는 창가에 기대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두 주먹에 힘을 주며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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