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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4-09-11 15:41
ㆍIP: 115.xxx.86
베팅 (1회)
 

1. 이것이 사채업 해결사의 길이다.


 도심 외곽 지역에 막 신축을 끝낸 1동의 빌라가 보였다. 주변에는 공터와

밭으로 황량한 느낌을 주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허름한 단층 주택만

몇 십 채 있는 가운데 유난히 우뚝 세워진 4층 빌라이다. 그 빌라 입구로

들어오는 2차선 도로에 아스팔트 공사가 한창이다.

 ‘축 세경빌라 분양’이라는 현수막이 옥상에서 1층까지 늘어져 있고 입구에는

화환 여러 개가 양 옆으로 세워져 있었다. 서너 집 베란다에만 옷들이

걸려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 미분 양된 가구가 많은 듯 썰렁했다.

 멀리서 한 대의 승용차가 포장이 덜 된 도로를 따라 먼지를 날리며 들어와

빌라 앞에 멈추었다. 차에서 세두와 어깨 셋이 내렸다. 유리창에

‘분양사무실’이라 썬팅 되어있는 2층을 세두가 휙 올려다보고는 바로 곱슬머

리에게 눈짓을 했다. 어깨들이 후다닥 계단을 오르고 세두가 그 뒤를 천천히

뒤따랐다.

 창가서 담배를 피던 고 사장이 이 광경을 보고 흠칫 놀라 재떨이에

담배를 얼른 비벼 껐다. 여직원은 사무를 보고 남직원은 한켠 소파에서

카탈로그를 펼쳐 놓고 중년 부부와 분양상담을 하고 있었다.

 “나 찾는 사람 오면 지금 나가고 없다고 해. 조금 있다가 올게. 그리고

내가 있는 곳 절대 말하면 안 돼.”

 고 사장이 당황하며 검지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었다.

 “어디 가실라고요?”

 “옥. 옥. 옥상.”

 여직원에게 손으로 위를 가리키고 허겁지겁 사무실을 나갔다.

 요란하게 계단을 오르는 소리와 동시에 문이 벌컥 열리며 어깨들이 들이

닥쳤다.

 “여기 고 사장 어디 있어?”

 곱슬머리가 여직원에게 고함쳤다.

 “사, 사장님 나가셨는데요.”

 “지금 장난 하냐! 우리가 오면서 전화한 지가 10분도 안 돼. 그때 아가씨

입으로 분명히 있다고 했잖아. 입술 터져 루주 지워지기 전에 숨은 곳을

말하는 게 신상에 좋을 거야.”

 언제 들어왔는지 세두가 여직원을 째려보며 차갑게 뱉었다.

 “사장 책상이 어디야?”

 “저, 저기 인데요.”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구석진 넓은 책상을 가리켰다. 세두가 그 책상으로

가 의자에 털썩 앉았다. 책상 위 재떨이서 급히 끄다만 꽁초의 불씨가

살아 연기가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다. 그 꽁초를 집어 길게 한 모금 빤

세두가 여직원을 향해 ‘후’하고 내뿜었다.

 “쥐새끼 같은 놈! 연기처럼 빠르게 증발했구먼. 여기 샅샅이 뒤져!”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어깨들이 빈방과 화장실, 베란다 등을 샅샅이

뒤지지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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