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08-06-17 10:31

ㆍIP:

연애 편지
연애 편지 / 임정수

인터넷을 알기 전 내 취미 중의 하나가 편지를 쓰는 것이었다.
편지라고 해봐야 안부를 묻는 그런 편지가 아니라,
주로 청춘 사업(?)을 위주로 연애 편지를 써서 보내는 것이었지만...

수없이 편지를 주고 받다가도 몇 번 만나서 알게되는 펜팔 친구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알게되어 나중엔 국제적으로도 많은 사람들과 친분을 쌓고 싶어
해외 펜팔도 하게 되었다.

처음엔 소박한 꿈으로 스무명 정도만 알고 지내도 성공한 것이리라 생각하면서
스스로 자부하며 편지를 쓰고 또 쓰곤 했었는데,
나중엔 욕심이 과해서 펜팔 친구든 이성 친구든 전국적으로 오백명을 목표로 정하게 되었고,
그 목표는 내가 군대에 입대하여 자대로 배치를 받음과 거의 동시에 이루어 진 것 같다.

자대 배치후 한달도 안되어서 하루에 수십여통의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서 편지를 받게 되었고,
적으면 하루에 15통, 보통 30여 통의 편지를 받게 되어
소대원들은 물론 전 중대원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곤 했었다.

어느날부터인가 외로히 군복무를 하는 입장에서 약간은 부자유스러운 병영 생활을 잘 적응하질 못하고
수많은 편지를 받는 것처럼 끝없는 방황과 갈등으로 고민하고 괴로워해야하는 자신이 한심하기 그지없어
잘나가던 청춘 사업을 나스스로가 접어야 했다.

청춘 사업이라고 해서 순진한 여성들의 등이나 쳐먹는 제비족 같은 것을 말하는 건 절대로 아니다.
나름대로의 안목을 키우며 대인 관계를 넓히려 애쓰다 보니 대인 관계를 청춘 사업이라 표현했을 뿐이다.

늘 쓰던 편지를 쓰질 않고 받질 않으니 허전하면서도 견딜수 없는 외로움을 달랠길 없어
다른 취미거리를 찾아야만 했었고, 그것은 다름아닌 <술>과 <담배>였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연애 편지를 처음으로 쓰기 시작하던 때는 아마도 중학교 1학년 때가 아닐까 싶다.
물론 그 전엔 초등학교에 다닐 적(5학년 때부터)엔 나의 유일한 사랑이었던 {장미}가 있었기에
편지를 쓰긴 했어도 그것은 내가 본격적으로 연애 편지를 쓰기 위한 예행 연습은 아니었을까.

중 1 때 펜팔이란 것을 알게 되어 호기심에 이리저리 편지를 보내다 보니
그야말로 수많은 친구들을 알게 되었고,
수시로 동네 책방을 드나들면서 서적을 뒤적이다 괜찮은 글이 있으면 몇십 번씩이고 우려서 써먹기도 했다.

고등학교땐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연애 편지를 고상한 척 쓰면서
그동안 갈고 닦았던 글 실력을 뽐내기라도 하듯 여고생들의 뒷꽁무니를 쫓아다니느라 시간이 없었으니
아마도 중학교 시절에 펜팔을 제일 많이 했었던 것 같다.

주로 괜찮다 싶은 시를 많이 외워서 써먹었는데,
그때는 아무런 뜻도 의미도 모른체 무조건 외우기에만 바빴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것은 학창 시절의 아름답고 잊지못할 추억거리이기도 하고
지금의 나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집안 대청소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오래 전의 연애 편지 한통을 보면서 괜시리 쓴 웃음을 짓는다.
지금쯤 무얼하며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를 생각하다가도
잠시 스쳐 지나는 바람같은 인연이었을 뿐인데 괜히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며
깜빡이는 눈꺼풀에 추억을 지우고 기억을 지운다.

그래도 그때가 좋았는데...

仁守/정용하: 정말 놀랠노자 이네요
펜팔 대상을 500명이라니요?
과장표현 하신 듯한데...
누가누군지 헛갈리지는 않았는지요
저도 하긴해 보았는데 1:1펜팔이었지요
그래도 그때가 그립네요 왜냐구요
대상에 대한 가능성 무한대이었으니까요..ㅎㅎ
올리신 글 잘보고갑니다. 장마철 건강하시고
일취월장 하십시요 -[06/18-09:56]-

임정수: 전혀 과장은 아닙니다.
펜팔이 유행하던 때라 늘 편지를 쓰느라고
공부를 제대로 못해서 그렇지
분명한 실화입니다.

저의 경험담이기도 하고요.
ㅎㅎㅎ

그땐 선데이 서울이라던지 흔한 잡지를 보면
뒷부분에 펜팔 친구를 구한다는 공개 구혼란(?) 같은 것이 있어서
이름, 지역(주소), 나이를 보고 골라서 보내면 되는 것이기에
얼마든지 가능했던 것입니다.

첨엔 호기심과 장난끼로 시작했지만
나중엔 진지하게 펜팔 친구를 사귈 수 있게 되더군요. -[06/20-11:19]-

임정수: 어떤 때에는 너무나 헷갈린 나머지
같은 사람에게 몇번이고 우려먹었던 내용을 또 몇 번씩 써먹기도 했었고,
하루에도 여러 수십 통씩의 편지를 보내려고 하다보니
내용은 다른데 겉봉투가 바뀌기도 하는.....
그런 웃지못할 불상사가 종종 발생하곤 했었습니다.
ㅎㅎㅎ

지금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마도 고 2때에 500명을 돌파했었던 것 같습니다.

고 3때에는 전기 자격증을 취득하였기에
현장 실습을 나가느라 시간이 없었거든요.

어쩌면 전기 실습을 나가면서
펜팔 때에 갈고 닦았던 공부(?)의 완성을 위해
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에야 제비족이니 카사노바니해서 바람둥이처럼 들릴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아직 어린 나이라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저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했을 뿐,
지금까지도 그렇게 지낸다면 발전이 없는 무의미한 삶을 살고 있겠죠.
ㅎㅎㅎ -[06/20-11:27]-

임정수: 제가 군대에 입대하여 충청도와 경기도에서 근무하다
여러부대를 옮겨 다녔었는데요,
강원도 하고도 화천에서 근무를 하다가 춘천으로 전출을 가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말씀드리자면,
길을 가다가 이쁘고, 날씬하고, 정말 맘에 드는 사람이 앞에서 걸어오면
계속 그사람을 응시하며 걷다가
저와 마주칠려는 순간에 슬쩍 윙크를 해봅니다.

그러고나서(마주치는 순간부터) 일곱 걸음에서 10보 안에
뒤로 돌아 보았을 때에
상대편도 돌아본다면 거의가 애인이 없는 사람으로써
90% 이상은 제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여
작업을 걸어서 90%의 성공률을 자랑하기도 했었답니다.

솔직히, 키와 인물로 본다면 저는 폭탄 중의 폭탄이라
더이상 볼 것도 없겠지만,
말빨로 승부를 보았던 터라 한동안은 부대 내에서도
여러 간부들이 작업(?)의 진수를 배워보겠다고
제게 저녁과 술을 사면서 까지 따라다니곤 했었던 게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군요.
ㅎㅎㅎㅎㅎ

그것도 한때의 추억일 뿐이죠.
주마등

주는 즐거움

소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