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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임정수 수필소설작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08-06-09 12:05
ㆍIP:
두부 속의 미꾸라지
두부 속의 미꾸라지 / 임정수





매일 아침마다 두부 공장 앞으로 지나온다.
금방 만들어서 내어놓은 따끈하고 고소한 두부가 나의 후각을 자극하기에
그 유혹의 몸짓을 뿌리치지 못하고
언제나 내가 첫손님으로 테이프를 끊게 되는 것 같다.

때론 잘 익은 김장 김치를 반찬 용기에 담아서
차에다 싣고 다니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차를 한쪽에다 세워놓고
따끈따끈한 두부와 김치를 맛있게 먹기도 한다.

항상 두부는 두 모를 산다.
한 모는 차안에서 김치를 곁들여 먹을 때도 있지만,
어떨 땐 집에 가지고 와서 살짝 구워서 간장에 졸여 먹기도 하고,
한 모는 바지락과 함께 된장을 끓여서 먹기도 한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질 못하듯
아침마다 두부 공장 앞으로 지나오다보니 늘 두부를 사게 되는데
그런 중에도 무언가 허전하고 부족한 느낌이 들곤한다.

도대체 무엇이 부족하기에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일까.
아님, 허전한 부분을 채워줄 부족한 그 무엇이 과연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봐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따끈한 두부를 칼로 쓱쓱 잘라서 간장에 찍어 먹었다.

예전같으면 이렇게 고소하고 맛있는 두부에 막걸리라도 한사발...
어~ 그러고 보니 그 허전하고 부족한 그 무엇이 바로 이거였구나.
하하하...

술을 먹을 때 같으면 금방 알 수가 있었을텐데,
술을 끊고보니 쉽게 생각나질 않았던 모양이다.

오래 전에 강원도에서 근무를 할 때에
추운 겨울날 가까운 논으로 가서 물을 퍼붓고 소쿠리에다 삽으로 흙을 퍼담아
미꾸라지를 잡던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렇게해서 잡은 미꾸라지를 맑은 물에다 한시간 정도 놔두었다가
냄비 속에 두부와 미꾸라지를 함께 넣고 서서히 끓이면
물이 뜨거워서 미꾸라지들이 두부 속으로 파고들어가 숨으려고 하기 때문에
나중에 어느정도 익었다고 생각이 될 때에 뚜껑을 열어보면
미꾸라지들이 두부 속에 다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것을 끄내어 칼로 쓱쓱 자르면 두부와 미꾸라지가 같이 잘라진다.
그러면 그 위에다 간장을 두르고 먹으면 아주 맛있는 두부 요리가 되는데,
그것도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술과 함께 먹으면 좋은 안주감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술을 끊었기 때문에 쉽게 생각이 나질 않았던 모양이다.

오래 전의 추억을 떠올리며
시장엘 가서 미꾸라지를 사와서 그렇게 만들어 먹을까도 생각했지만 포기하고 말았다.

자연산 미꾸라지와 양식 미꾸라지는 많은 차이가 있어서
자연산 미꾸라지의 경우엔 요리조리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던 습성이 있어서
물이 뜨거우면 두부 속으로 파고 들어가지만,
양식 미꾸라지의 경우엔 주는 먹이만 받아먹고 자라다 보니
두부 속으로 파고 들지를 못하는 것이다.

양식 미꾸라지는 물이 뜨거우면 그냥 그자리에서 돌아눕는다.
그것도 국산 양식의 경우엔 돌아눕기라도 하지만
수입산은 폴짝 뛰어 오르기만 할 뿐 돌아눕는 재주도 없다.

이맘 때면 미꾸라지의 산란 시기라 논으로 미꾸라지를 잡으러 가더라도
굵은 미꾸라지를 잡기가 힘든다.
그래서 추억을 요리하는 건 아쉽지만 나중으로 미룰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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