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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수 수필소설작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08-06-04 11:24

ㆍIP:

소꿉 친구
소꿉 친구 / 임정수

급한 일로 바쁘게 걸어가다가 이상하게도 안면이 많은 사람을 만났다.
어디선가 본 듯한데 누군지 전혀 생각이 나질 않았다.
누굴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겸연쩍게 미소짓는 상대의 표정으로봐선 분명 나를 아는 듯한데
나는 상대를 모르고 있으니 정말이지 답답할 노릇이다.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그녀는 꾸밈이 없는 순수한 눈망울을 가졌다.
화장을 안한 맨얼굴이지만 보면 볼수록 예뻤다.
근데, 도대체 누구지?

말을 해야하나?
상대가 누군지도 모른체 아는 척을 해야하는지 망설이며 걷는데,
나를 보며 마주오는 상대는 걸음을 멈추더니 아는체 한다.

가만히 얘길 듣고보니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적에 한동네에서 함께 자란 친구이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몰라보고 지나칠 얼굴이지만
찬찬히 훑어보니 어릴 적 모습이 조금은 남아있는 것 같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난 친구이다.
아무리 어릴 적 친구라지만 이렇게 먼저 말을 걸고 얘길해도 괜찮냐고 했다.
나보다도 친구가 더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괜한 오해로 난처해질까봐 그런다고 했더니,
이 나이에 그런 걸 신경쓴다면서 괜찮다는 것이다.

하긴,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오랜만에 만나서 잠깐 얘길 하는 것 뿐인데
이런 일로 오해를 하는 그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같은 동네에서 살면서도 한 번도 만날 수 없었다니...
그녀는 창원으로 시집을 가서 친정에 잠시 다니러 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때 우중충하던 하늘이 헛기침을 몇번 토하더니
갑자기 빗님을 쏟아낸다.

잠시 비도 피할겸 가까운 커피숍으로 뛰어 들어갔다.
커피 숍 내부엔 몇 명 되질 않는 손님들이 갑자기 뛰어 들어간 우릴 보더니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힐끔힐끔 쳐다본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커피를 음미하며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 함께 산골짜기 계곡에서 발가벗고 목욕을 하던 얘기를 하니
친구도 기억한다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얘길하면서도 부끄러웠겠지.
아무리 세월이 흐른 뒤에 만난 친구라지만 나도 부끄러운 건 마찬가지니까..

평소엔 화장을 하질 않느냐고 물었더니 화장을 한 얼굴이란다.
별로 화장을 한 티가 나질 않는다고 하니까 알듯말듯한 화장 얘길하는데
아무리 들어도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다.

마주 앉은 친구의 얼굴을 보노라니
그친구에게서 진한 화장품 냄새와 향수 냄새가 뒤섞여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우린 많은 얘길 나눌 수 있었고,
헤어짐에 섭섭하여 식사라도 하자고 했더니
친정 엄마가 기다려서 빨리 가봐야 한다며 돌아서는 그녀를 더이상 붙잡질 못했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안부 전화라도 하면서 지내자고 하는 친구가
왠지모르게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왜그럴까?

仁守/정용하: 초등 동창과의 우연한 만남 이었군요
객지에서 그것도 오랜세월을 건너뛰었으니
무척이나 반가웠겠습니다
결론은 측은지심 이었네요
평범한 일상이 아닌 아름다운 만남을
관심있게 읽어 보고갑니다
편안하신 밤 시간 되십시요 -[06/05-21:52]-

임정수: 사람은 저마다 깊고 짧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고
나름대로의 고민을 품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친한 사이의 친구라도
슬픔과 아픔을 함께 할 수는 있어도
심각한 고민을 풀어주질 못하는 경우도 있는 법이지요.

무엇인 잘못된 것인지를 느낌으로도 알 수가 있기에
가족간의 심각성에 깊이 빠져들지는 않습니다.

친구는 그저 친구로 만족해야 하니까요.

-[06/06-09:51]-

임정수: 초등학교에 다니기 전에
한동네에서 소꿉놀이를 하며 친하게 지냈었기에
그녀의 집안 문제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지내는 사이지만,
지금은...
한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지금은
상대방에게 괜한 상처를 줄 수도 있어서
모르는 척 외면하는 것도 올바른 판단이 아닐까합니다.

우연히 오랜 소꿉 친구를 만나니까
죽었던 친구가 살아서 돌아온 듯 반갑고 기쁘기 그지없었습니다.

알듯 모를 듯 비밀을 간직한 삶보다는
유리창마냥 투명한 삶, 조금도 거짓이 없는 투명성을 좋아하기에
역시 사람은 많이 알고 지낼수록 좋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면서
참다운 인생, 멋진 인생을 위해 좀 더 떳떳히 살아갈 것을 다짐해봅니다.

건강하시고요,
뜻깊은 하루 보내세요. *^.^* -[06/06-09:57]-

올빼미

비오는 날의 축구시합

번호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123	주는 즐거움	4	임정수	200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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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소금		임정수	2008-06-16

120	황당한 휴대폰 요금	2	임정수	2008-06-14

119	황소 개구리	2	임정수	2008-06-13

118	보험		임정수	2008-06-12

117	잡곡밥		임정수	2008-06-11

116	작업복과 외출복		임정수	2008-06-10

115	두부 속의 미꾸라지		임정수	2008-06-09

114	나의 공부	3	임정수	2008-06-07

113	올빼미	4	임정수	2008-06-06

112	소꿉 친구	3	임정수	2008-06-04

111	비오는 날의 축구시합	2	임정수	2008-06-03

110	팔자	3	임정수	2008-06-02

109	그 여자	2	임정수	200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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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내 이름은 임정재(林正材)	2	임정수	2008-05-28

104	햇살을 꽃피우는 마음으로	2	임정수	2008-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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