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08-06-02 09:45

ㆍIP:

팔자
팔자 / 임정수

<팔자>라고 하면 자꾸만 아라비아 숫자 8자가 떠오른다.
어릴 땐 두 다리를 벌리고 앉아 양쪽 발에다 굵은 흰실을 풀어서
돌돌 말아 정리를 해두곤 했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을 해보면
두 다리에 걸려있는 흰실을 슬쩍 꼬으면 아라비아 숫자 8자가 된다.

그러나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팔자>와
아라비아 숫자의 8자와는 전혀 다른 얘기이다.
다만, 팔자라고 하면 숫자 8자가 연상되는 부분에 대해서 잠시
떠올려 보았을 뿐이다.

우리는 흔히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다.
또한 팔자가 세다느니 툭하면 팔자 타령을 해대곤 한다.

그것은 아라비아 숫자에서도
비슷한 게 연관되어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다시 한번 더 집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1이란 숫자는 언제나 앞서가거나 최고를 나타낼 때에 사용하는 숫자이다.
2는 1등만도 못하기에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 것 같다.
3이란 숫자는 그다지 좋은 의미의 숫자가 아닌 것 같아 환영받지는 못한다.

삼삼하다는 말과,
세사람이 모이면 고스톱을 치며 삼재란 말도 자주 쓰고있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어진다는 말
물론, 수다를 떨어져 그렇게 표현되어졌겠지만...

4는 죽을 사(死)를 뜻한다고 해서 기피하며
4와 9는 불길한 징조의 숫자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흔히들 아홉수를 조심하라는 말을
일상 생활을 통해서 자주 하고 듣고 있을 것이다.

5나 6은 잘 모르겠고,
7은 행운의 숫자로 통용되어지고 있으며
8은 무난한 숫자로 그저 그렇다.

사람 팔자는 시간 문제라는 말이 있다.
팔자는 이미 정해져 있겠지만,
그 팔자가 한 순간에 바뀌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말이 될 수도 있겠다.

손바닥의 손금을 고치기 위해선
날카로운 칼날로 원하는 대로 긋는 수 밖에 없겠지만,
팔자를 고치기 위해선 그 팔자를 거꾸로 뒤집거나
접어서 고치려고 하면 될려나 모르겠다.

예를 들어 아라비아 숫자를 돌리거나 뒤집어도
그 숫자는 8 그대로 있다.
그래서 사람 팔자를 사람이 함부로 바꿀수도 없다고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8자를 바꾸려면 한가지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
아라비아 숫자 8를 반으로 접으면 0이 된다.

0이란 숫자는 더도 덜도 아닌 원래의 상태이며
점을 찍어 선을 그을 때 한바퀴를 돌아서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 올 때까지 기다려보면 결국은 0이라는 뜻이다.

아무리 돌고 돌아도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 왔으니
차라리 처음부터 가만히 있어서도 그자리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0이란 숫자는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케 해주는 것 같다.

선을 긋기 위해선 점을 찍어야 하듯
어떠한 숫자로 인생을 논하더라도 결국엔 본래의 자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 자리엔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들이 이미 가득차 있다는 것이다.

우린 그것을 주워 담을 것인지 바람으로 불어서 담을 것인지
아님, 수저나 삽으로 퍼 담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었던 것 같다.

8자는 바로 세워 놓아도 8자이며
옆으로 눕혀놓아도 8자인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8자를 8자로 보질 않고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며 하찮게만 생각하고 있었으니
세상 모든 만물은 '아'하고 '어'하는 한 글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을 우리는 모르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면 꼬인 실타래를 접듯 8자를 반으로 접어보자.
분명 0이 되는 것은 안봐도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0이란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단지 0이란 숫자에만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아무것도 없다고해서 무소유라고 해야하나?

우리가 살고있는 지구는 둥글다.
지구를 벗어나면 은하계가 있고 우주가 있다고들 믿는데,
나자신 또한 하나의 우주이다.

하얀 스케치북에 점하나 찍어보자.
그러면 어떻게 보이고 어떤 생각이 들까?

어떤이는 반 잔뿐인 맥주를 보고
"에게, 겨우 반 밖에 안남았네."
그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우와~ 그래도 반 잔이나 남았네."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하얀 스케치북에 점 하나 찍어놓고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과연 어떠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을까.

점이란 것은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 모든 만물과 마찬가지라 생각해본다.
축구공을 놓아두고 높은 곳에서 보면 점처럼 보일 것이고
높은 산 또한 우주에서 보면 하나의 점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살고있는 이 지구도 결국엔 하나의 점이고
'나'또한 우주의 한가운데에 서있는 하나의 '소우주'이다.

0이란 것은 우리가 세상으로 처음 눈을 떴을 때
아무 것도 걸친 게 없고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어
<무소유>의 개념인 0이며,
다르게 표현을 하면 0(영)계 세상의 영(0)일 수도 있다.

이세상과 저세상,
그러니까 아라비아 숫자 8를 세워놓든 눕혀놓든
한쪽은 현실 세계이며 다른 한쪽은 영계 세계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 8이란 숫자를 반으로 접었을 땐 0이란 숫자로 보이지만
그것은 결국엔 현실 세계와 영계 세계를 오고 갈 수 있으니
한마디로 이승과 저승을 다닐 수 있는 통로 같은게 아닐까 싶다.

만약에 8이란 숫자를 지우개로 지우거나
8처럼 꼬인 실타래를 가위로 자른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된다.

그것은 아라비아 숫자일 뿐인가,
실타래인가를 논하기 전에
하찮은 미물일지라도 '우리'에게 또는 '나'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고
많은 깨우침으로 잠들어 있는 자아를 일깨워 줄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소중한 보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생각을 하는 차이에서부터
우리의 팔자가 펴지기도 하고 접히며 꼬일 수도 있다고 본다.

나는 내자신이 때론 한없이 나약하며 무능하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하고 팔자려니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것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진척이 없는데에 대한
원망으로 비롯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가 평등하며
무엇이든, 어떠한 일이든 열심히 노력한 만큼 댓가를 지불받게되며
얼마나 벌었는가, 얼마만큼 성공을 했느냐에 따라
그사람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며 사회적으로도 저울질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것은 무엇인가.
바로 타고난 팔자라기 보다도 열심히 노력한만큼의 댓가에 따른 평가가 아닌가.

그렇기에 나자신의 그릇이 작아서 아무리 차고 넘치게 담아도
더이상은 담겨지질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그릇을 키우기 위해선 더욱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리하여 지금과는 전혀 다른 자신의 팔자를 뜯어 고쳐야 한다고 본다.

<팔자>...
나는 과연 제대로 된 팔자를 타고난 것일까.

仁守/정용하: 임정수 작가님
팔자에 얽힌 숫자 이야기 잘 보고갑니다

...개인적 사정으로 종전처럼 자주 못 뵈더라도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마음은 늘 곁에있음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틈 나는데로 뵘도록 노력은 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계획한 일 완수하시길... -[06/03-10:25]-

윤상기: 8자를 좋아하시는 임 성생님, 8자는 중국에서 제일 복있는 숫자입니다.차량번호판이나 전화번호 8888 이 들어가면 수억원에거래가 된답니다.
팔자를 접어서 0으로 만들지 말고 꿈넘어 꿈을 만드세요. 지금부터 긍정으로 기쁨으로 대하면 좋은 기회가 오리라 생각합니다. 임선생님의 글밭에 머물다 갑니다. -[06/03-10:33]-

임정수: 네, 잘알겠습니다. 정용하 작가님! *^.^*
저도 요즘 바쁜 와중에 인터넷에 접속하여
글 하나 올리려고 애를 쓰다보니
일에 차질이 생겨 자주 못 들어올 것 같네요.

아무쪼록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06/03-12:45]-

임정수: 안녕하세요. 윤상기 작가님! *^.^*
그러고 보니 전화 번호보다는
차량 번호판의 8888이란 숫자가 행운을 불러 온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도 비싼 가격에 거래가 되고 있다는 말은
저도 몇 번 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찾아주신 귀한 걸음 감사합니다. *^.^* -[06/03-12:54]-

비오는 날의 축구시합

그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