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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임정수 수필소설작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08-06-11 10:13
ㆍIP:
잡곡밥
잡곡밥 / 임정수





나는 언제나 잡곡밥을 지어서 먹는다.
하얀 쌀과 검은쌀, 보리쌀, 좁쌀, 작두콩, 강낭콩...등을 섞어서 밥을 지어먹으면
정말이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있다.

어릴 땐 보리쌀을 섞어서 밥을 먹도록 정부에서 권장했으며
티브이로 홍보하는 내용의 선전 광고가 때때로 기억에 남아있어
잡곡밥을 먹을 때면 자주 떠오르곤 한다.

지금은 그때의 보리쌀을 구경하기가 좀처럼 힘든다.
요즘은 개량 품종이 많아서 그때의 보리밥 맛을 느낄수가 없다.

보리쌀만으로 밥을 지어먹으면 특유의 까칠한 맛과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질 않는 탓에 꺼리기도 했었지만,
이젠 보리쌀과 함께 섞은 잡곡밥이 아니면 제대로 된 밥맛을 잃을 정도이다.

처음엔 어릴 적에 늘 먹었던 보리밥에 질려서 먹기 싫었었고,
또다른 이유론 보리쌀의 까칠함 때문에 삼키기가 힘들어 먹기를 꺼려했었으며
강낭콩이나 작두콩의 들큰함(달작지근한 맛) 때문에 멀리하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맛 때문에 더욱 더 잡곡밥을 선호하게 된 것 같다.

흰쌀로만 밥을 해먹으면 왠지모르게 어딘가 허전하면서도 속이 편칠 못하다.
잡곡밥은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함이 더하고 편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우리 식탁에 있어서 없으면 안되는 주식이기에
앞으로도 쭈욱 잡곡밥만을 먹을런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밥을 지을 때에 흰쌀에다 검은쌀과 보리쌀을 넣고,
강낭콩, 감자, 고구마, 좁쌀, 작두콩....등 여러가지를 함께 넣어서 밥을 해먹기도 한다.
그러면 별미 중의 별미이기도 하다.

나는 편식을 하질 않는 편이다.
이것저것 가리질 않고 주면 주는 대로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다.
어느누가 만든 음식이든 정성껏 만든 음식을 감사한 마음으로 먹을수 있으니 마음또한 즐겁다.

우리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요즘의 아이들은 피자와 햄버거에 길들여져 있다.
우리의 전통적인 먹거리 중에도 입맛에 맞는 떡과 부침개...등 먹을거리는 얼마든지 있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젊은 주부들이 꺼리게 되니 자연적으로 아이들도 점차 잊어가는 것 같다.

그래서 안타깝다.
옛날엔 국력이 그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우했었다지만,
지금은 식수와 식량으로 나라의 운명이 좌지우지 될 날도 머지않다고 생각한다.

농사를 지을 사람은 없고, 농사 지을 땅도 줄어들고...
그러다보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술도
백과사전 같은 농과사전(?)에서나 찾아 볼 수가 있을 것이며
머지않은 미래엔 식량을 전량 외국에 의존해야만 하는 날이 올 것이다.

'식량대란!'
그때에 곤란을 겪지 않으려면 미리부터 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농사를 포기하지 않고 앞날을 내다보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이유로 잡곡밥은 나에게 많은 걸 가져다 주는 것 같다.
쌀 한톨, 콩 한알에도 농부의 정성과 피 땀이 어려있으니
항상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잡곡밥을 먹는 것이야말로
지금으로선 내가 나라에 애국을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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