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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임정수 수필소설작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12-10-01 19:22
ㆍIP: 112.xxx.120
애인 있어요?
애인 있어요? / 임정수





"애인 있어요?"
가끔은 처녀인지 아지매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로 예쁘고 동안인 사람과 마주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굳이 처녀인지 아지매인지 물어볼 필요도 없지만
괜히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라서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사실, 처녀라면 나같이 나이많은 남자랑 사귀려고 할 여자가 어디 있을까?
그리고 아지매라면 더더욱 나를 멀리할 것은 두말하면 입아픈 소리...

그래도 첫눈에 반할만치 이쁘고 그냥 보내기엔 너무나 아까워서
실없는 농담 몇마디 하면서 어떻게든 작업을 잘 해보려고 애를 쓴다.

언제나 그렇듯이 되면 되는 것이고, 안되면 되게 하는 것이 나의 신조이기에
옆구리를 쿡 하고 찔러봐서 넘어오면 다행이고 안넘어 와도 손해 볼 것은 없다는 판단이 들었기에
작업이 성공하면 부담없이 사귈 수 있다는 실날같은 희망하나 품고서 열심히 임해볼 따름이다.

근데, 제목이 어째서 '애인 있어요?'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어쩌다 마주친 사람이 너무나 이쁘고 맘에는 드는데
첨 보는 사람에게 아가씨냐 아지매냐 물어보면 정말 실례가 될 것 같아서...
만약에 그렇게 물어보았다면 열에 아홉은 줄행랑을 쳤을 것이 분명할 것이다.

그래서 이왕이면 좀 더 격이 높게 부를려고 '애인 있어요?' 라고 하던지
아님, '애인 있능교?' 라고 물어 보는 것이다.

어떤 아지매들은 이렇게 대답하기도 한다.
"저예? 애인도 있고 남편도 있는데예."

누가 애인이 있냐고 물어봤지 남편있냐고 물어봤을까..
그런 여자들은 이비인후과에 가더라도 열댓번은 더 갔다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물어봐서 애인이 있다고 그러면 내게 관심이 없다는 뜻일 거고
애인이 없다고 그랬다면 이참에 나하고 애인하자고 그럴려고 물어 본 것인데,
저거 남편은 한트럭 가지고 와도 나한텐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차라리 여동생이나 친구들은 한번 쯤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암튼 내가 '애인 있어요?"라고 물었을 때
상대방이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물어본 의도는 남편말고 혹시 따로 만나는 애인이 있느냐고 물어본 것이란 말이다.

요즘 신세대같은 미시들은 아마도 이렇게 들을런지도 모르겠다.
내가 '애인 있어요?'라고 물었을 때 '없는데요...같이 사귀고 싶어요?'
이렇게 대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사람은 분명 내말을 귀담아 아주 잘 들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내가 한말을 어떻게 들었어요?'하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지.
"저요? 쓰리디로 들었어요."

요즘 아지매들치고 애인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집에선 그저 요조숙녀처럼 다소곳이 가정이나 잘 지키고
'지는예, 마 당신 뿐인기라예' 하면서 쥐죽은 듯이 기가 죽어 살 여자가 어디있으랴.

남편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와도 밤일이 시원찮으면 말그대로 배부르고 등 따시겠다
'어디 눈먼 늑대 하나 없나?' 그러곤 길을 가다가도 두리번 거리면서 가는게 보통인데,
아무리 사는게 행복하고 모든 면에서 만족하며 산다고 해도 사람 속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오래전에 신작로를 아스팔트로 포장하기 전엔 길을 가다가도 돌부리가 가끔씩 발에 채이곤 했었는데,
누구나가 다 똑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기에 다들 '예스(yes)'라고 대답할 때
사오정처럼 '노(no)'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분명코 있다.

내가 아무리 잘 나고 말빨이 세서 팬티를 두겹세겹 껴입어도 물을 줄줄 싸도록 언변을 늘어놓아봤자
성질 더러븐 여자라도 잘 못 만나는 날이면 그자리에서 뽀말대기를 맞거나
어디서 개수작이냐며 악을 버럭버럭써면서 달려드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아직까진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아참, 질문이 한결같다고 해서 대답 또한 한결 같은 순 없다.
내가 먼저 '애인 있능교?'하고 물었을 때
"없는데예..."
"예? 뭔말인교?"
"있어예..."
가만히 듣고 보면 분명 있거나 혹은 없거나다.

중요한 것은 있고 없고가 아니다.

"있는데요." 하면서 툭 쏘는 여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예..."하고 꼬리를 내리고 돌아서지만은 않는다는 것이다.

슬쩍 돌아서면서 한마디 하는데,
"꼴에 성질머리가 그모양이니 안봐도 알만하네...쯧쯧..."

흐흐흐
어차피 두번 다시 만날 사이도 아닌데 뭐...

내가 사주팔자에 역마살이 끼거나 바람끼가 다분해서 그런건 결코 아니다.
이 나이가 되도록 혼자 살다보면 살짜기 맛이 갈때도 되지 않았을까...

그렇다고해서 사이코는 분명코 아니고...

외롭고 허전하고 적적하면서도 추우신 분~(손들어 주세요.)
용광로 같은 정열로 함께 가슴을 부비실 분은 선착순으로 접수 받습니다.

"예? 너무 뜨거워서 불에 데이면 우짜냐고예? 그런건 걱정마이소,
온도 조절도 가능하고예 서비스 하나는 확실함미더."

슬슬 호감이 있고 구미가 당긴다고예?

어차피 임자도 없는 몸.
가진건 시간밖에 없으니 우리 어디 가서 조용히 시간이나 죽이다 올까요?

"예? 시간이 모자란다고예? 괜찮습니더. 저한테 시간이 남아도니 같이 나눠쓰입시더."

옛날엔 그저 앞만 바라보고 자식들 뒷바라지 하면서 아둥바둥 살았지만
지금은 최대한 여가 시간을 활용하면서 삶에 대한 만족을 얻을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어디 눈 먼 여우 하나 없나? (두리번 두리번)

"아참, 아지매! 아지매는 애인 있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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