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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5-07 15:17
ㆍIP: 211.xxx.180
먹고 또 먹고 못 먹을 것이 없네
먹고 먹고 또 먹고,못먹을 것이 없네 11  

          권영심

기근을 이겨내게한 음식들   (5)

옥수수를 부르는 명칭은 참 많습니다.
팔도 사투리로 부르면 백 개도 넘지요.
강냉이,옥시기,옥시꾸,강내,강능이, 옥쪼 시,수꾸,개수끼,옥촉시 , 당쉬...이렇게 부르는 이름이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백성과 친근했다는 말이 되겠지요.
옥수수가 한반도에 들어온 것은 조선 후 기 명나라를 거쳐 들어왔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고대에 한반도에 옥수수 가 있었다는 것은 여기서는 말할 이야기 가 아니어서 그만 둡니다.  옥수수는 지금도 북한의 주요 식량이고,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고 소출도 많기는 하지만 지력을 많이 빼앗는 작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옥수수를 심는 옆에는 콩밭이 있다는군요.

암튼 이 옥수수.  특히 미국의 옥수수가 거의 이 십년 넘게 한국의 굶주린 백성 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사실입 니다.   학교에서 옥수수죽을 먹은 세대 가 아직 건재해 있고 우리는 옥수수빵을 먹었지요.  넷 째 시간이 끝날 때 즈음이 면 코 끝을 풍기는 그 고소한 냄새에 홰 가 동할 지경이었습니다.  어쩌자고 그 렇게도 맛있는 냄새가 났을까요?
지금 어떤 방법으로 옥수수빵을 구워도 그 맛, 그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옥수수는 미국이 처분하기 곤란한 잉여 농산물 이었습니다.
우유,옥수수,밀등 너무나 생산량이 많아 처치곤란한 농산물이, 원조라는 이름으
로 우리나라에 1955년 부터 26년간 보내어졌습니다.

만성 식량 부족에 시달리던 우리나라에 그것들은 절대적인 도움이 되었고 솔직 히 그 원조가 없었으면 굶어 죽었을 사람들 많았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고마운 원조를 이제와서 비하하거나 질시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끝 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농산물로 인해 우리나 라의 농가 경제에 압박이라는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백성들은 미 국의 원조 덕분에 아사를 면할 수 있었 습니다.  지금의 아이들은 상상이 안가 겠지만요.   시중에 나도는 옥수수가루 로 참 여러가지를 해먹었습니다.
걸죽하게 죽을 끓여 신화당과 소금으로 간 맞추면 한 끼의 식사가 되었고 아무 렇게나 반죽해서 찌면 떡 같은 빵이 되어 아이들은 손에 들고 먹으며 놀기도 했습니다.

밀가루 죽을 먹고 사는 집도 있었습니 다.   수제비조차 못만들어 먹게 가난한 집은 밀가루 풀때기 죽을 끓여 끼니를 때웠습니다.   실제 그런 집을 어릴 때 보았습니다.   흔히 쌀이 없어, 감자 고구 마로 끼니를 때우며 자랐다는 어른들을 많이 봅니다.  옥수수와 고구마, 감자는 전 세계의 기근에서 인류를 구한 대표적 인 구황작물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습니 다.   그런 고구마가  한반도에 들어온 것은 언제일까요?  아무리 썩어빠진 조 정이라 할지라도 백성을 생각하고, 그 백성을 구휼할 생각으로 끊임없이 무언 가를 찾는 사람은 반드시 있기 마련인데 일본 통신정사 조엄이 그러했습니다.
1763년 일본 통신사로 대마도에 갔던 조엄은 이곳 저곳을 답사하면서 마같기 도 하고 무우나 토란같기도 한 신기한 작물을 발견해 냅니다.

생으로 먹어도 맛있고 탈이 없었으며 삶아도, 구워도, 먹기좋은 이 작물이 또 한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소출이 많은 것을 알게 되자 조엄은 고코이모라 고 불리는 이 작물, 두 말을 구해 부산진 으로 보냈고 이듬해 6월 귀국할 때  또 가져가서 동래 주변에 심게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고구마라고 부르며 맛있게 먹는 이 작물은 그렇게 백성의 배고픔을 생각하는 한 사대부로 인해 조선 땅에 퍼질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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