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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4-21 16:24
ㆍIP: 223.xxx.41
그 많은 꿈을 어이할까? 3부
#  그 많은 꿈을 어이할까?   3부
(  22,시대에 따라 귀신도 변한다 )


22 )신과 하늘과 물과 불과 바람의    
      이야기.
         
신들림은 빙의와는 전혀 다른, 별개의
것이다.   신이 들리는 상태를 무병이라 고 하고,무병을 앓는다는 것은 신들림을 위한 준비를 하라는 요구이다.
신들림, 즉 입혼이 되어야 신내림을 할
수 있는데 희한하게도 거꾸로 하는 이들
이 많아서 때로 참 웃긴다.
신내림을 받는다는 것은 입혼을 하는 것
이 아니라, 신들림이 된 상태에서 과연
어떤 신이 내게 왔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의식인 것이다.   생짜로 신기가 있다고 권유하고 강권해서 신내림을 받게 하고 온갖 잡신만 들어오게 만드는 꼴이 되어 사람을 반거충이로 만드는 예가 빈번하 다.   신내림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 라 천하의 대장군이나 선녀나 신선도 몸주,즉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이 몸에 들어오지 못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다.   그러니 어찌 악령이나 귀신이 함부 로 몸에 들어올 수 있을까?

그저 주술과 주문, 비술만 있던 시대에 도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는 누가 어떤
짓을 해도 그런 것에 휩쓸리지 않았다.
여기서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내
경험을 말해야겠다.   생각해 보면 나는 너무나 이상한 아이였고 거의 외계인 수준이었다.   그 시대의 아이들보다 훨 씬 큰 몸집에, 피부는 하얗고 눈은 너무 나 크고 쌍꺼풀이 그린듯이 선명했고 입술은 붉었다.   지금도 입술은 내 얼굴 에서 가장 인상적인 포인트인데 그 시절 에 그런 아이는 드물었다.   그냥 예쁘다 고 보기엔 나는 너무나 이질적인 생김새 였다.   나를 처음 본 사람들은 반드시 뒤돌아 보았고 아버지는 그런 내가 자존 감을 가질 수 있게 했다.
마치 한지에 색깔을 입히듯이 서서히,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남과는 다른 용모에 한 번도 기 죽거나 움크리지 않았으며 언제 나,현재도 누구보다 자신있다.

"아부지, 누가 사과라고 처음에 불렀어?
왜 아부지는 아부지고 엄마는 엄마야?
밤이 되면 왜 달이 뜨고 별들이 저렇게
많아?  왜 달이고 별이야?...

이런 류의 질문들을 아버지에게 정말 심각한 얼굴로 묻는 딸에게 아버지는 한 번도 허투로 대답한 적이 없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이상한 대화를 나누
었는지 아무도 몰랐다.   엄마는 가끔 , 대화에 빠져있는 아버지와 나를 보고는 뭘 그리 씨부릴 게 많은지 모르겠다고 말하곤 했다.   내 울음에 대한 아버지의 답이 옳은지 그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구나... 그런 생각을 다 했구나, 그렇디, 아바지도 참 궁금했더랬어.
왜 사과인지 배인지 하늘이고 땅인지
누가 처음에 그 말을 했는지 말이디,...
그런 것을 알아보는 공부를 평생 하는
것도 참 좋은 일이지 않캈니?"

왜 그런 것을 묻느냐고 한 번도 꾸중하
지 않았고 세상의 그런 비밀을 알아보는
일생도 행복할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아버지는 종교에 대해 굉장히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종교에도 집착하거나 맹신하지 않
았으나 신의 존재를 인정했다.
내게 있는 무병, 귀신을 보고 밤이면 이
세계에 빠져 가위 눌리는 딸을 너무나
이해하고, 있을 수 있는 일임을 나 스스
로 인정하도록 해주었다.
두려워하고 공포에 빠지거나 그렇게 놔
두지 않았고 이런 일이 생긴 인과연을
먼 훗날이라도 알게 되기를 바랐다.
무엇보다 아버지는 어떤 현상이든지 거
부하거나 부정적으로 보지않을 수 있는
사고를 가지게 해주었다.   그런 것은 없어가 아니라 그런 것도 있을 수 있다 는 것을 알게 했다;   만약 아버지가 나의 무병을 수치로 여기거나 두려워했다면 나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아버지는 이름이 있는 무슨 신을 믿는
것이 아니라, 신은 있으나 사람들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었다.

사람에게도 태어나는 곳에 따라 피부도
다르고,말도 다르고,풍습과 문화도 다르
듯이 그 곳의 언어로 신을 부르기에 다
다를 뿐이라고 했다,   복잡한 전례와 의식도 그 곳의 문화에 기인한 것이어서 고유의 모습을 보전하면서 전승되는 것이다.   인정하고 복종하면 원래의 믿는 사람보다 더 치열한 신심을 갖게 되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고,그 속성으로 인해 종교는 더욱 정교한 전례와 율법이 만들어진다.   아버지는 마치 동화를 들 려주듯이 어린 딸에게 신과 하늘과 바람 과 물과 불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떠한 것도, 어떠한
신도 두렵거나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아버지는 가르쳐 주었다.
신은 인간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했다.
그것이 진실임을, 삶의 여정을 힘겹게
걸어오면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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