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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10-28 16:55
ㆍIP: 58.xxx.124
내가 불행한 것이 그대에게 무슨 기쁨이 되나요?
내가 불행한 것이 그대에게 무슨 기쁨을
주나요?

              권영심 ( 2021 , 10 , 28 )

일 주일에 두 번을 18000보 씩을 걸었
는데 무사했다.
걸을 때 여러 번 쉬고 일행을 놓치기도
했으나 암튼 무사히 귀환했고 마음이
너무 좋았다.
이렇게 걸을 수 있으면 나는 그래도 살아갈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도 생겼다.
오늘 두 개 과의 진료를 받으며 자랑했
더니, 의사는 그렇게 걷는 것은 안 된다 고 하면서 비상약을 항상 가지고 다니라
고 했다.
한 보따리의 약을 받아 오면서 삼십여분
을 천천히 걸었다.
싸늘한 듯한 공기에 햇살은 따스하고
걷기에 참 좋았다.
걷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구나...
경찰서 길을 내려가서 큰 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앞에서 걸어 오던 두 여인
중의 한 명이 내 이름을 크게 불렀다.
너무나 격하게 반가워 하는 그녀를 ,
나는 너무나 미안하게도 이름도 모르고
마스크를 쓴 얼굴은 알아보지 못 했다.
그녀는 마스크까지 내리며 얼굴을 보여
서 그저 나도,아주 반가워하면서 손도
잡았다.

복지관에서 함께 봉사하는 사람인 것은
알겠으나 나는 그녀와 별다른 접점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놀랍게도 나의 근황을 다
알고 있었고 일행을 세워 둔 채로 수다
가 이어졌다.
형편이 어려워진 것도, 많이 아픈 것도
너무 잘 알고있는 그녀가 너무나 신기해
서 어쩜 그렇게 잘 아느냐고 도리어 물어 보았다.
그녀는 다 아는 수가 있다면서 아픈데도
왜 그렇게 봉사를 하느냐고 막 나무라듯
이 말했다.
내 손에 들린 한 보따리의 약을 손으로
치면서 혀를 얼마나 차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전번을 집요하게 물었다.
나는 전번을 알려주었고 헤어져서 가게
로 왔는데 한 시간도 안 되어서 전화가
울렸다.
그녀였는데 참으로 묘한 통화를 했다.
굉장히 친근하게 말하면서 얼마나 힘드 는 가를 집요하게 물었다.

코로나 때문에 많이 힘들고 금전 문제로
힘들고 아파서 힘들고, 나는 그녀의 말에 장단을 맞추어 주었다.
힘든 것을 마치 굴 파듯이 캐묻는 사람 에게 나는 힘들지 않다고 변명하는 것도
민망해서 나는 네네 , 묻는대로 대답해
주었다.
그런데 그 다음 말이 실로 충격적이었다
날더러 왜 그렇게 가식적으로 사느냐고
따지듯이 , 공격적으로 말했다.
나는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여러 전화를 받고, 해몽해달라는 전화도 받지만 오늘과 같은 전화는 처음인 듯
하다.
내가 왜 가식적으로 보이냐고 웃으면서
물었더니 바로 이런 모습이 가식이란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도움도 청하고
아픈 몸으로 봉사도 하지 말고 사는 것 이 정상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비정상적으로 사는 나의 모습 이 가식이고 가증떠는 것이라고까지 말
해서 나는 이름을 물었다.
자기의 이름도 모른다고 또 난리, 난리,
멀쩡한 가을날 오후에 나는 귀신에 홀린
것 처럼 그녀의 공격을 그대로 받고
있었다.

내가 불행하고 그 불행한 모습을 사람들
에게 보이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그녀
의 결론에 나는 네네, 행복해서 미안합 니다, 불행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하고 웃으면서 전화를 끊어 버렸다.
다시 신호가 울렸으나 나는 수신 차단을
걸어 버렸고 혼자 계속 웃었다.
마치 미친 사람처럼 그렇게 웃음이 나왔
고 쉽게 멈춰지지 않았다.
내가 누군가에겐 참 행복해 보이는구나,
질투가 날 만큼 나는 행복해보이는 사람
이구나... 그 느낌은 정말 묘했다.
그녀는 나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말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데, 당연히
불행해야 할 내가 행복해보이는 것에
그녀는 몹시 화가 난 것 처럼 보인다.
내가 불행하면 다른 사람들도 다 같이
불행해야 맞는 걸까?
병을 포함해서 힘든 모든 것은 결국 나 의 것이고 내가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불행하다고, 힘들다고 울부짖은들 나는
외면 당할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더 힘들고
견딜 수가 없어진다.

삶을 걸어가는 시간은 누구나 같다.
다만 어느 길을 걸어가는지 내 선택이
있을 뿐이다.
나의 웃음이, 나의 명랑함이, 나의 봉사
가 가증이고 가식이더라도 나는 앞으로
도 그렇게 살 것이다.
몸의 여러 곳이 비명을 질러도 달래가면
서, 약과 의사의 도움으로 지탱해가면서
나는 이 삶을 유쾌하게 살아가련다.
나의 삶이고 나의 생이니까.
그리하여 어느 날 다른 곳으로 건너갈 때 환호하면서 영차! 뛰어갈 것이다.
그러니 내게 불행해야 된다고 부디
말하지 말기를.
내가 불행한 것이 그대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가?
만약 무작정의 화풀이였다면 받아주지
못한 나를 그저 용서하시게.
내가 불행하니 너도 그런 일을 당했으면
당연히 불행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말한
다면 그 심성이 얼마나 깊은 어둠에 빠
질지 걱정이 된다면 이 또한 가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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