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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10-25 16:20
ㆍIP: 58.xxx.124
내가 만드는 맛의 이야기
#내가만드는맛의이야기   11

           권영심 ( 2021 , 10 , 25 )

가게에서 계란말이를 할 때 나는 아무 것도 넣지 않고 새우액젓만 넣고 한다.
손님의 요구에 따라 채소를 넣는 경우에
도 새우액젓 한 티스푼이면 된다.
가끔 무슨 양념을 넣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는데 내가 새우액젓이라고 말하면
그런 것도 있느냐고 묻는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이 액젓을 맨 처음 만든 사람은 누군지
모르나 아주 오랜 동안 만들고 먹어 왔다.
아버지는 이북 사람이어서 젓갈을 좋아
하지 않았으나 새우젓과 명란젓은 굉장
히 좋아했다.
때가 되면 직접 가서 젓갈을 사왔는데
큰 통에 담긴 새우젓으로 여러가지를 해
먹을 수 있었다.
돼지고기를 큰 덩어리로 삶아서 도마에
서 썰어 새우젓과 김장김치로 싸서 자주
먹었는데 나는 두부와 먹었다.
그 맛있는 느낌은 지금도 입안에 감도는
듯 하다.
호박나물, 건가지볶음, 달걀찜, 두부 조 림 등 새우젓은 여러 반찬의 맛을 내는 양념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날씨가 더워지면 새우젓은 고약
한 냄새를 풍기며 색깔이 변했고 그 직전에 아버지는 남은 것을 모두 솥에
넣어 끓였다.
지금 생각해도 희한한 것은 , 아버지가
그런 것을 하거나 큰 음식 재료들을 집 에 들이는 것이 조금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다.
큰 솥에, 남은 새우젓과 물을 붓고 반으 로 줄 때 까지 달여서 식힌 다음 체에 걸
러서 큰 소주병에 담았다.
그렇게 만든 액젓은 참으로 묘한 풍미가
있어 여러 반찬들의 맛을 내어 주었다.
요즘으로 말하면 만능 비법 소스나 마찬
가지였다.
그 시절엔 요즘 처럼 강렬하고 복잡한
맛을 요구하지 않았고 음식마다 각자의 맛과 풍미가 뚜렸했다.
양념은 그 맛을 약간 도와주기만 하면
되었다.
요리사마다 비법을 말하고 가게마다 며
느리도 안 가르쳐주는 비법들이 있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신용하지 않는다.

음식은 마술이 아니며, 다만 신선한 재 료와 불과 소금과 손 끝의 정성으로 마법 같은 맛을 낼 뿐이다.
식재료의 무엇과 무엇이 더해져서 어떤
맛이 되는지 알기 위해 도전한 수많은
사람들의 공로로 인해 우리들은 오늘날
맛있는 음식을 얼마든지 만들어 먹는다.
소박한 식재료에 풍미를 더해주는 무언
가가 그래서 더 소중하다.
그래서 요리는 아니지만 맛을 더해줄
새우액젓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준비물은 아주 간단하다.
오래 묵은 새우젓, 무우 한 개 , 양파 5개
와 물과 불과 시간 .소주 한 병.
새우젓은 2키로 정도의 양을 기준으로
했다.
커다란 들통에 모든 재료를 넣고 끓을
때 까지 센 불을 켠다.
십 분 정도 센 불로 끓인 뒤 거의 약불로
줄여서 반으로 졸아들 때 까지 끓이면
끝이다.

뜨거울 때 얼개미로 들어있는 모든 재료
를 건져낸 후 체나 면포를 사용해서
걸러 낸다.
한 번으로도 상관없지만 맑은 상태의
액젓을 원하면 두세번 걸러도 상관없다.
병에 넣고 사용하면 끝.
사용할 때 주의할 것은 간 조절을 잘해
야 한다는 것,
짠 맛이 강하기 때문에 아주 조금씩 넣어 가면서 조절해야 한다.
가령 계란 10개를 넣고 계란말이를 한다면 한 티스푼 정도 넣는 것이 좋다.
냉채를 만들 때 베이스로 사용해도 좋은
데 여러가지로 응용할 수 있다.
오징어와 몇 가지 해물을 넣고 채소를
많이 넣은 해물 샐러드를 만들 때는
기본으로 소스를 만들 수 있다.
액젓과 식초, 생강즙 약간, 꿀이나 과일
청, 후추와 마늘 간 것, 고추냉이나 청양
고추는 취향에 따라 넣고 잘 섞어서 소
스로 올리면 이국적이면서도 색다른
맛이 나는 일품 요리를 만들 수 있다.

만드는 사람의 재능에 따라 여러가지
소스를 만들 수 있는데 마요와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
강한 맛의 샌드위치를 만들 때의 소스를
만들 때는 액젓 1, 마요 4, 꿀 2, 의 비율 로 섞어 토마토, 햄, 그외 원하는 재료를
넣고 만들면 된다.
만들어 놓은 것이 다 떨어져서 11월에
만들려고 하는데 새우젓이 2년 정도
지난 것이 좋다라는 경험치다.
예전에는 냉장고가 없었으니 여름이 가까워지면 해마다 남은 것으로 만들었
을 것이다.
솔직히 그 맛과 지금 내가 만드는 액젓 의 맛은 많이 다를지도 모른다.
무우와 양파는 내가 보탠 것이고 만드는
이가 뭔가를 첨가해도 좋겠다.
겉절이를 만들 때도 유용하게 쓰이는데
암튼 만들어 놓으면 두루두루 사용이
가능하다.
시판되는 액젓들이 많지만 오래된 새우
젓이 있다면 만들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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