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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10-22 17:04
ㆍIP: 58.xxx.124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예의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예의

       권영심 ( 2021 , 10 , 22 )

가게를 마치고 집으로 갈 때, 항상 버스
를 탄다.
코비드 이전엔 새벽에 마감을 하기에
거의 택시를 이용했지만 요즘은 그럴
필요가 없다.
버스를 타면 그 큰 공간에 나 포함해서
다섯 명이 넘을 때가 거의 없다.
나는 항상 앉는 자리에 앉고 버스도 12번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
오늘도 12번을 탔는데 나 포함해서 네
명이었다.
그런데 석남동 사거리에서 한 여자가 탔는데 태그할 때 부터 약간 불안정했다
옆을 지나가는데 술 냄새가 스쳤고 걸어
가면서 손잡이나 봉을 잡지 않았다.
자연히 시선이 따라 갔는데 중간 쯤에서
그냥 넘어져 버리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길게 쭉 뻗어 버렸다.
여기서 잠깐, 기사의 잘못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
그 여자가 쓰러지기 전, 차가 움직이긴
했으나 그것은 일상적인 출발이었고
어서 앉으세요라고 말했다.
여자가 쓰러지자 놀란 기사가 차를 급히
멈추었다.

아줌마, 괜찮아요?
차를 타면 바로 자리에 앉거나 손잡이를
잡아야지 왜 그래요?
기사가 높은 목소리로 말하고 중간 자리
에 앉았던 남자가 일어나 여자를 일으켜 서 괜찮나 했더니, 차가 다시 출발한 뒤
여자가 기사에게로 다가왔다.
다짜고짜 기사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왜 차를 잘 못 멈추어서 사람을 쓰러지
게 만드느냐고 소리 질렀다.
기사가 사실을 말했으나 여자는 손목도
접질렀고 허리도 못 쓰겠으니 병원에
입원해야 겠다고 더 소리 질렀다.
나는 더 이상 참지 못 하고 아줌마!
큰 소리로 불렀다.
여자가 나를 쳐다보았다.
- 아줌마, 차에 탔으면 손잡이나 봉을 잡
으며 움직이든지 빈 자리에 바로 앉아야
하는 것이 예의예요.
아줌마는 그냥 걸어가다가 그대로 넘어
졌고 기사님은 그걸 보고 놀라서 차를
멈춘 거예요.
기사님이 빨리 앉으라고 말도 했는데
그냥 걸어 갔잖아요?
더구나 술을 마셨으면 더 조심을 해야지, 애먼 기사는 왜 잡아요? -

내 말에 여자는 쌍욕을 안 했을 뿐 별별
소리를 다하면서 대들었다.
골목길에서 싸움났으면 머리채를 휘어
잡혔을 것이다.
나는 시시티비에 상황이 다 녹화되고 있
으니 옛날 처럼 억울하게 뒤집어 씌우면
큰일난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여자가 욕을 내뱉았고 나는 폰을 내밀면
서 지금부터 녹음할테니 더 욕설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라고 말했다.
그 때 기사가, 시시티비를 보고 싶으면 회사까지 따라 오라고 했고 다시 한 번
넘어진 후에 차를 세웠음을 말했다.
그 때 뒷 좌석에 앉았던 여자 손님이
큰소리로 맞다고, 아줌마가 아무것도
잡지 않고 걷다가 그대로 넘어지는 것
다 봤다고 말했다.
그러자 여자는 독기서린 목소리로 막
떠들더니 다음 정류장에서 내렸다.
차는 다시 떠나고 여자 손님은 저 여자
상습범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모르겠고 사실을 말하자면, 굳이
따지자면 기사의 잘못도 없다할 수는
없겠다.

손님이 앉고 나서 차를 움직여야 했고
주취자임을 몰랐더라도 그게 옳으나
어떤 기사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굳이 참견하고, 기사에게 잘못이 없다고 말한 것은 여자의 행동이
가당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냥 길게 뻗었을 뿐인데 손목과 허리를
다쳤다고, 당장 병원에 가자고 마구
손가락질을 하면서 반말로 일관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자가 뻗은 뒤에 기
사가 차를 세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자는 기사가 아무리 설명해도
거짓말하지 말라면서 자기가 넘어지게
기사가 일부러 난폭하게 차를 세웠다고
떠들어 대었다.
상습범인지는 알수 없으나 참 무리하게
몰고 가는 상황을 그냥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이럴 때 아무도 말하지 않으면 결국 버
스는 멈춰야 하고 그 뒤의 소란은 안 봐
도 뻔하다.
그런 사람들도 있는 것이 분명하니까.

모든 사회 활동엔 나름의 법칙과 예의가
필요하다.
대중 교통을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반입하지 말라는 커피나 쥬스는 아이라
할지라도 안 해야 하고 부모는 그런 것
들을 가르쳐야 한다.
날렵한 젊은이들은 균형을 잘 잡지만
나와 같은 연령대의 사람들은 스스로
조심하고 안전을 늘 염두에 두어야 주변
에 폐를 끼치지 않는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은 가장 먼저 나를
추하게 하고 다치게 한다.
오늘 그 여자는 아마도 술 때문에 그랬 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로 인해 야간의 대중 교통을
운행하는 기사들은 이중으로 힘들고 삶
이 서글퍼진다.
그래서는 안 된다.
내가 아는 외국인들은 한국의 버스의 안전과 정확성과 쾌적함을 얼마나 칭찬
하고 부러워하는지 모른다.
세계는 넓고 나라도 많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대중 교통의 편리함을 누리는 곳은
많지 않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나는 언제
나 너무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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