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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10-26 16:55
ㆍIP: 58.xxx.124
혼자 다녀서는 안 되는 사람들
혼자 다녀서는 안 되는 사람들

       권영심 ( 2021 , 10 , 26 )

며칠 전 남대문 꽃시장에 갈 일이 있어,
볼일을 다 보고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기
위해 1000번 버스를 탔다.
내가 보기에도 버스에 손님이 너무 없어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버스가 이대역에 섰을 때 젊은이 두 명
이 먼저 타고 노인 한 명이 뒤이어 탔다.
그런데 계단을 올라오는 모습이 매우
힘겨워 보였는데 다 오르기도 전에 테그
를 했다.
부들부들 떨면서 내 좌석 건너편의 제일
앞 좌석에 간신히 앉는 모습이 불안해
보였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지 ,출발하기 전에 기사가 물었는데 말을  알아듣기 힘들 정도였다.
어디를 가느냐고 묻는 말에 대답하는데
내가 듣기에도 가신동이라고 들렸다.
기사가 이 버스는 그런 동네에 안 간다 고 하자 노인은 계속 동 이름을 대었다.
기사는 일산을 가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
고 노인은 인천이라고 말했다.

기사 뒤 두 번 째 좌석에 앉았던 나는
차가 출발하지 않아서 초조했다.
거북 시장에서 내려 다시 동인천까지
택시를 탈 계획이었고 오후 세시엔 가게
예약까지 있었다.
웬만한 기사같으면 그대로 출발해 버릴
텐데, 그 기사는 노인이 버스를 잘못 탔
는가 싶어 나름 애쓰고 있었다.
나는 기어이 또 오지랍을 떨 수 밖에
없었다.
혹시 신현동에 가는 거냐고 물었더니 그
는 맞다고 반색을 하는 것이었다.
뭔가로 인해 말과 행동이 어눌했을 뿐
노인은 심신 미약 상태는 아니었다.
버스는 출발하고 노인은 나를 보면서
이야기를 계속 했다.
동생 집에 가는 길이며 오랜만에 가는데
버스에서 내리면 고속도로 쪽으로 걸어
가면 된다고 했다.
이런!! 신현동엔 고속도로가 없고 가정 동과 석남동을 걸쳐서 경인 고속도로가
있다.

폰도 없고 집은 대림동이며 분명히 신현
동이 맞다고 했다.
전번이라도 가진 것이 있으면 달라고
했더니 엄청 시간을 들여 조그만 지갑에
서 간신히, 작은 쪽지를 꺼내 주었다.
여자 글씨체로 신현동이라는 글자와 전번이 있었다.
전화를 여러번 했으나 통화는 되지 않았
고 문자를 보냈으나 감감무소식이었다.
평소라면 신현동에 함께 내려 도와줄 수
있었으나 그럴 수도 없고 나는 집 전번 을 물었다.
그는 숫자 하나씩 불러 주었는데 다행히
젊은 여자가 받았다.
현재 상황을 설명했더니 딸인 듯한 그
여자는 굉장히 허둥거렸다.
신현동은 맞는데 고모집을 가 본지 너무
오래되어서 동네 이름만 안다는 말에
참 기가 막혔다.
버스는 인천으로 들어왔고 나는 딸에게
아버지를 지구대 주변에 내리게 해서
경찰의 도움을 받게 할테니 전화 잘 받으라고 말했다.

천만다행으로 신현지구대 바로 위에 정
류장이 있고 ,나는 노인에게 지구대로
들어가서 집 전번을 꼭 말하고 도움을
받으라고 했고 그는 버스에서 내렸다.
그 뒤의 일은 모르겠으나 나는 떠났고
오후 늦게 낯 선 번호로 문자가 왔다.
아버지를 도와주셔서 고맙다고, 무사히
고모집에 갔다는 내용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왜 고속도로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르겠 으나 아마 노인의 기억의 편린 속에
남아있었나 보았다.
버스에 올라와서 앉은 다음에 갈 곳을
모르는 노인들을 가끔 본다.
가족들이 신경써서 목걸이나 팔찌에 전
번을 달고있는 노인들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묻다가, 묻다가 아무 곳
에나 내려 버린다.
너무 안타깝지만 지구대에 데려다 주는
일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혼자 다녀선 절대로 안 되는 노인들이
그렇게 다니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사람들은 그런 노인을 돌봐줄
만큼의 여력이 없다.
노인의 집을 찾아주려는 친절을 베풀다
가 곤욕을 치루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오늘의 경우처럼 다만 노인이기
에 좀 느리고 불편한 어르신도 많다.
아마 뇌출혈이나 뇌경색 등의 병을 오래
앓다가 나은 노인인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알게
되는데 할수있는 한 도와주어야 한다.
치매 환자이거나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경찰을 부르는 것이 가장 좋다.
생각치도 못한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벤치에 앉아서 몹시 힘들어 하는 노인에
게 다가가서 무슨 일이냐고 묻다가 머리
칼이 다 뽑힐 뻔한 예도 있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친절한 말로 상태를
살피면서 판단해야 한다.
혼자 다녀서는 안될 사람들이 많지만,
그들을 다 보살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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