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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10-20 17:22
ㆍIP: 58.xxx.124
미친듯한 단맛
미친듯한 단맛

        권영심 ( 2021 , 10 , 20 )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절대 라떼 아님! )
단맛은 귀한 맛이었다.
빵이나 떡, 또는 사탕과 과자 등 특정
음식에서 맛보는 감미는 너무 좋고 행복감을 주었다.
단맛을 좋아했다고는 말 못하겠고 맛있
게 느껴지는 맛을 좋아했었다.
아무 음식이나 양념이 달지 않았고 그래
서 모든 음식들이 고유의 향과 맛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 긴 시간이 지난 지금 알게 된다.
어릴 때 내 주변에서 단맛을 가장 좋아
하는 사람은 단연 엄마였다.
팥칼국수나 화채에 설탕을 더해 먹고
떡도 설탕에 푹 찍어 먹기를 즐겼다.
설탕 선물을 참 좋아했고 ,자라면서 사카린을 먹지 않은 것이 자랑이었다.
그 시대엔 설탕이 너무 귀해서 손님이
왔을 때 설탕물을 대접하면 부잣집이라
고 했단다.
가장 이상했던 것은 설탕 국수였다.
국수를 삶아 설탕을 많이 넣은 물에 얼음을 넣고 먹는 이 국수를 엄마는 여
름에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먹었다.
엄마는 설탕이 바로 영양제라고 생각했
고 어쩌면 그 시대의 사람들에겐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당분은 힘을 내게
하는 음식이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아버지가 큰 시장에서 물건을 사서 짐꾼
이 지고 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 시절 에 그것은 당연한 직업이었다.
등짐을 지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었다.
짐꾼이 가게에 물건을 내리면 엄마는
여름엔 얼음을 넣은 설탕물을, 겨울엔
뜨끈한 생강차나 대추차를 한 대접 씩
내주었다.
일구의 연탄 화로 위에 항상 그런 찻주 전자가 있었고 마실 때는 설탕을 듬뿍
넣어 주었다.
짐꾼들은 너무나 맛있게 마셨고 힘이 난
다면서 그렇게 고마워 했다.
그들에게 한 그릇의 설탕물은 정말 훌륭
한 에너지원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은 흘러 오늘날의 설탕은
만병의 주범이 되었다.
워낙 다른 영양분들이 많고 움직임은
적어진 대신, 먹을 것들이 지천으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과일도 예전에는 그렇게 달지 않았는데
요즘 과일은 무슨 짓을 했는지 말 그대 로 전부 설탕이다.
나는 일부러 좀 못 생기고 맛 없게 보이
는 과일을 싸게 사서 먹는데 그 식감과
고유의 향을 즐기는 것이 더 좋다.
단 맛이 좋다지만 음식이 달달해선 안
되는 것이 있는데 김치찌개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얼마 전 유명한 사람
이 한다는 식당에 가서 정말 기겁하고 말았다.
김치찌개의 국물이 설탕물이었다.
한 숟갈을 먹지도 못 하고 직원을 불러 서 물었더니 여기는 원래 그렇게 만든다
는 것이었다.
정말 먹지 못할 맛이었는데 젊은 사람들
은 잘 먹고 있었다.
설탕물에 잠겨 있는 김치와 돼지고기를
보는 것 조차 역겨워서 우리들은 음식을
먹지 못 하고 나왔다.
정말 불쾌한 경험이었고 우리들은 이
이상한 맛이 먹히는 시대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빵도 베이커리도 모두 너무
진한 단맛이 되어있는 것을 느꼈다.

오늘 네 명의 손님이 와서 묵은지 전골
을 시켰다.
그런데 한 사람이 날더러 설탕을 좀 달라고 했다.
개인 접시에 덜은 음식에 설탕을 넣어
먹겠다는 것이었다.
맙소사... 나는 라면 끓이는 작은 양은
냄비에 전골을 덜어서 설탕과 물을 더
넣어서 끓여 주었다.
그제서야 맛있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단맛외엔 다른 맛을 모르게 된 이 시대 의 젊은이였다.
그러고보니 아들의 말이 생각난다.
이젠 족발을 못 먹겠다고, 원래 아들은
족발을 좋아했는데 이상하게 맛이 달아
져서 못 먹겠다고 말했다.
달고 짜고 매운, 이 세가지 맛만이 이
시대에 살아 남았다.
슴슴하고 연하면서, 감미롭고 쓰면서도
탑탑하고, 꼬리꼬리하고 새큼한 맛들...
그런 저마다의 맛이 다 사라져 간다.

유명인들이 소고기를 무지막지하게 먹
으며, 또는 무조건 치즈를 얹은 음식들 을 감탄하면서 먹는 방송을 볼 때 마다
속이 메슥거린다.
설탕물이나 다름없는 김치찌개를 맛있
다고 먹는 아이들이 더 많아지고 기절할
듯한 매운 맛에 탐닉하면서 우리의 음식
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음식의 기본은 맛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살게 하고 성장하게 하고 삶에
머물게 하는, 가장 귀한 것이다.
그 음식을 미식으로, 탐식으로, 과식으 로 허비하게 만드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옳은 것이 아니다.
언제나 무엇에나 정답이 없는 것이 삶이
지만 그래도 음식을 이렇게나 망가뜨리
는 것은 슬프다.
너무 달고,  너무 맵고 , 너무 짠 음식들
만 탐닉하는 젊은이들의 마음 속 어딘가
는 우리들이 알수없는 빈 공간이 존재하
는지도 모른다.
너무나 쓸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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