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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10-15 14:51
ㆍIP: 58.xxx.124
흰 지팡이를 짚으며 세상을 걸어간다
#권영심의글
흰 지팡이를 짚으며 세상을 걸어간다

         권영심 (2021 , 10 , 15 )

어제는 아주 오래간만에 18,000보를
걸은 날이었다.
흰 지팡이의 날 기념 행사에 자원봉사자 로 참여했기 때문이었다.
7시간 동안 한 장소에 서서, 활동 보조 인과 함께 산책을 하는 시각장애인들을
안내하는 봉사를 했는데 처음엔 조금
무료했다.
어차피 활동 보조인이나 자원봉사자와
함께 산책하기 때문에 안내가 무슨 소용
이 있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곧 그 생각은 바뀌었다.
문학 경기장 2번 출구역 바로 맞은편에
본부석이 있고 그 곳에서 출석 체크를
한 뒤, 출발해서 산책이 시작되는데 길이 세 갈래나 갈라져 있었다.
그러니 갈라지는 시점에 서서 안내를
하지 않으면 잘못 가기 십상이었다.
또 그 곳을 통해 본부석으로 오는 사람 들도 있어 안내가 반드시 필요했다.
2인1조였으면 좋았을텐데 코로나로 인해 봉사자가 많이 없어 혼자서 했다.
다른 안내 봉사자들도 전부 혼자 했다.
지하철, 화장실, 산책로의 곳곳이며 모두 혼자 활동했다.
코로나가 생기기 전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위로 아래로 걸으면서 ,
어서 오세요, 이 길로 쭉 가셔요.
반환점에 가시면 상품권과 간식을 드리
니 꼭 가셔요.
신나게 돌아 다니면서 인사하고, 어르신
들과 농담도 나누고 돌아서 나온 사람들
에게 다시 인사하고...
그러면서 혼자 울컥해서 돌아서서 눈물 을 닦으며 보낸 어제 하루는 내게 무엇 이었을까?
그냥 봉사하는 하루라기 보다는, 무언가
를 가슴 가득 끌어 안는 듯한 하루였다.
원래 흰 지팡이의 날은 오늘, 15일이며
시각 장애인들의 복지와 권익을 위해
제정된 날이다.
1980년, 세계 시각장애인 협회가 제정
했는데 흰 지팡이란 이름의 유래가 있다.
1931년에 라이온스 클럽에서 흰 지팡 이의 표준화 규격을 마련하고 보급했다.
세계 대전이 발발하고 전쟁으로 인한
시각 장애인들이 급증하자 군의관이던
리처드 후버 박사가 흰 지팡이를 이용한
보행 교육을 만들어 널리 보급했다.

이후 흰 지팡이를 이용해서 타인의 도움
을 받지 않아도 보행이 가능하게 되어,
흰 지팡이는 시각 장애인의 사회적 생활
보장과  자립을 상징하게 되었다.
가끔 길에서 만나는 시각 장애인의 독특
한 지팡이 보행법은 바로 자신과 타인을
모두 위하는 걸음인 것이다.
나는 망막 출혈이 있은 후 시력이 급격 히 나빠져서 얼마나 조심하는지 모른다.
볼수 없다는 것을 상상하기도 싫다.
그러나 우리는 정상인이 아니라 준비된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겉으로 멀쩡하게 보여도 머리 끝 부터
발 끝까지 완벽하게 정상인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렇다 하더라도 어떤 사고로, 또는 병
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어제의 많은 사람들도 처음부터 전맹인
사람은 드물다고 한다.
그러데 이런 봉사를 하면서 항상 놀라게
되고 감동하는 것은 그들의 명랑하고
밝은 모습이다.

원래 흰 지팡이의 날 행사는, 전 지역을
아우르는 큰 행사로 인천 대공원의 야외
에서 엄청난 규모로 열리곤 했다.
수 백 명의 봉사자들이 모이고 음악회와
운동회, 여러 공연들이 하루 종일 이어
지면서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그런 날이었다.
그러나 코비드로 인해 모든 행사는 중단
되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철저한 개인
방역으로 인한 시차를 적용해서 산책이
란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비록 보이지는 않더라도 온 몸을 스치는
바람과 햇살, 공기의 느낌에 한 순간
만이라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삶의
숭고한 시간을 보는 듯 했다.
시각장애인들의 흰 지팡이를 길에서 보
면 나는 그 모습이 사라질 때 까지 지켜
보곤 한다.
시각장애인들을 도와주는 봉사를 하면
서 시작된 버릇인데 혹시라도 도와줄
일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염려에서다.
그러나 너무나 놀랍게도 그들은 타인의
도움없이도 자신의 갈 길을 간다.

그래서 시각 장애인들에게 흰 지팡이는
너무나 소중한 동반자인 것이다.
우리는 때로 도움을 주고 싶어도 알지 못 해서 당황할 때가 많다.
그러나 우리가 시각 장애인을 만난다면,
그것도 곤란에 처한 그들을 만난다면
가까이 다가가서 왼 팔을 내밀면 된다
내가 그들의 신체를 잡을려고 하지말고
팔을 내밀며 그들이 잡게 한 후 제가
도와 드릴께요, 한 마디만 건네면 너무 나 큰 도움을 주게 된다.
그러나 혹시 안내견과 함께 있다면 절대
그들을 터치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길에 가만히 있으면, 몇 보 떨어 져서 도움이 필요한가요? 이렇게 묻고 그 대답에 따라 도움을 주어야 한다.
안내견은 그 주인의 모든 라이프 스타일
대로 움직이기에 사소한 터치라도 그들
에게 큰 피해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손을 내밀어 서로를 일으켜 주어
야 하고 가끔은 흰 지팡이의 구실을 해
주면서 이 삶의 길을 함께 가야 한다.
그것이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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