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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10-12 17:00
ㆍIP: 58.xxx.124
귀신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시대에 따라 귀신도 변한다   12

        권영심 ( 2021 , 10 , 12 )

그 때까지만 해도 아버지는 그냥 엄마
와 함께 주일에 성당에 다닐 뿐, 외국인
신부의 강론이나 그 무엇도 마음에 닿지
않았다고 했다.
그저 나도 자라서 믿음을 가지면 그것대
로 좋은 일이라고만 여겼다.
그러나 두 번 째 , 아들이 태어났다.
너무 병약하게 태어난 아들이지만 아버
지는 영세를 받게 하고싶지 않았다.
아버지 자신이 전혀 믿음이 없는 상태에
서 아들까지 유아 영세를 받게 한다는
것이 마음을 그렇게 불편하게 만들었다.
당연히 엄마와 큰 싸움이 일어나고 아버
지는 아무 준비도 안 된 엄마에게 폭탄
선언을 했다.
이북에서 혼인했으며 아내와 딸을 두고
월남했으니 천주교 교리에 의해서 아이
를 영세받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엄마의 충격이 얼마나 심했는지 그 자리
에서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깨어난 엄마는 그저 목을 놓아 울었는데
기가 막힌 것은, 아버지의 아내와 딸 보다 중혼죄를 저지른 대죄로 인한 하느
님의 벌이 더 두려워서였다는 것이다.

그 때의 기독교는 주님의 사랑과 함께,
죄를 지으면 지옥에 간다는 율법이 더
힘이 있었고 특히 천주교 신자들은 죄의
종류를 헤아리기 바빴다.
죄 중에서도 중혼죄는 대죄였다.
엄마는 어찌할 줄을 모르고 몇 날을 고민하고 기도하다가 수녀님을 찾아가 서 고백하고 말았다.
수녀님은 새파랗게 질려서 고해할 것을
명했고 결국 엄마는 파문되고 말았다.
신자이지만 신자로서의 어떠한 일도 못
하고 성당 미사에도 금지를 당했다.
그 후 엄마는 첩이라는 소문이 퍼졌고
멸시와 경멸에 찬 시선들은 지금까지
함께 어울리던 신자들이 더 했다.
엄마와 아버지는 생활 근거지까지 옮겼
고 두 번 다시 성당에 나가지 않았다.
이후 한국의 특수한 사정을 이해한 교황
이, 남하해서 결혼한 신자들을 사면했으
나 엄마는 그 때문에 찾아온 수녀에게
욕을 퍼부었다고 했다.
이제 용서받았다는 소식을 알려주기 위
해 집을 찾아온 수녀를 박대하면서 차
수산나는 없다고 소리 질렀다고 한다.

심지어는 수녀에겐 물건도 팔지 않았다.
엄마는 성당 신자들의 그 냉혹했던 시선
들과 비아냥거림이 결코 용서가 되지
않았다.
나의 긴 이야기를 듣고 난 수녀님은 내
손을 잡아주면서 성당에 다닐 것을 권
유하고 나는 받아 들였다.
그러나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유아 영세 기록을 찾기가 너무 힘
들었고 영성체를 받기 위해서 명동 성당
으로 매주 가서 교리 공부를 했다.
그 과정에서 나의 이혼이 문제가 되기도
했고 우여곡절 끝에 첫 영성체를 받았는
데 그 소식을 들은 엄마는 모진 욕설과
함께 다시 교회에 나가라고 소리질렀다.
차수산나는 끝내 성당과 화해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났다.
엄마는 무학이긴 했지만 남다른 자존감
이 있었고 순결한 신심으로 믿던 종교의
모든 것에 깊게 상처입은 것을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그만큼 엄마는 전심으로 천주를 믿었다
고 할수있다.
배우고 싶은 욕구를 해소하지 못한 채
성당에 다니면서 위로받은 그 진정이
무참하게 짓밟혔다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성당에 다니는 신자들을 성당것들이라 고 묘하게 비틀린 어투로 말하면서 세상
에서 제일로 차가운 종자들이라고 늘
말했다.
나도 겪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 경계심을
심어주려 했으나 엄마는 늘 그런 것 처럼 나에 대해 많이 몰랐다.
나는 불필요한 타인의 시선이나 비아냥
을 완전 무시하는 사람이다.
이혼한 몸으로 성당의 직무들을 맡으면
서 많은 질시와 오해를 받았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생각과 시선일 뿐
왜 내가 그런 것에 흔들려야 한단 말인가
나는 나를 신뢰하는 신부님과 무언가의
뜻대로 성심을 다했고 그 시간들은 나의
황금의 나날들이었다.
그러나 느낌이 아주 사라지지는 않았다.
홀로 성당에서 꽃꽂이를 할 때 느껴지고
들려오던 소리와 움직임들...
성당이 하느님의 집이어서 그 어떤 악이
나 잡스런 기운이 침범을 못 한다면 엑소시스트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

나는 부산의 교적이 인천 성당으로
옮겨지고 얼마지나지 않아 한 여인이
찾아 왔다.
구역장이었고 매우 활발하고 리엑션이
뚜렷한 사람이었다.
우리집과 몇 집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살았는데 그녀의 집에서 열리는 기도회
에 참석하면서 너무나 놀랐다.
세 개의 방과 거실, 주방에까지 성물들 로 가득했다.
거실만 해도 벽 전면에 제단 처럼 만들
어 놓고 십여개의 성상을 놓은 앞에
과일이며 떡, 여러 개의 촛불이 있었다.
흡사 무당집의 제단과 같았고 올려 놓은
성물이 예수님과 마리아, 요셉이며 여러
성인들이었다.
그녀가 나를 크게 오해한 부분이 있는데
내가 천주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라고 여긴 것이다.
그러나 나는 성경 공부를 비롯해서 종교 학을 오랜 시간 공부한 사람이었고 정확한 전례를 알고 있었다.
믿음과 이단의 차이를 분명히 알고 있었
고 신자가 해서는 안될 것이 무엇인지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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