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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10-18 17:43
ㆍIP: 58.xxx.124
각자 따로 함께 알아서 먹자
각자, 함께 따로, 알아서 먹자

        권영심  (2021 , 10 , 18 )

내가 살면서 까탈을 부리고 세심하게
판단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음식이나 식재료에 관한 정도랄까, 그 외 대부분은 그냥 모른체, 무덤덤하게
지나가고 나 자신의 취향에 관해서는
나 혼자만 까다롭다.
옷 보관이라든지 걸어놓는 방법, 세탁시
에도 혼자서만 무지 까다롭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하는 방법에 대해
일절 간섭하거나 고치려 들지 않는다.
함께 먹으러 갈 때도 내가 싫어하거나 못 먹거나 해도 그것을 표현해 본 적이
없고 핑계를 대고 빠지거나 구석에 앉아
밥과 반찬만 먹거나 한다.
한 끼 먹는 밥, 내가 못 먹어서 미안할
뿐이지 왜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한단 말인가?
오늘 모처럼 서울 모임에 가서 먹는 것 으로 소화불량이 되어서 돌아왔다.
요즘은 모이면 먹는 것이 가장 큰 부담
이었는데, 지난 달 부터 내가 의견을 내  었고 통과되어서 이렇게 하고 있다.
네 명씩 각각 다른 식당을 가게 하면서
기본 식사비를 주는 것이다

오늘 같은 경우, 회원 한 사람이 한 턱을
내는 것이어서 일인 20000원 씩, 80000원을 봉투에 넣어 받았다.
네 명이 마음을 맞추어서 무엇을 먹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되니 오히려
홀가분하고 정이 깊어지는 장점이 있기
도 했다.
네 명 씩 나누는 것도 회원들이 생각해 온 방법대로 하기로 했다.
친한 사람들끼리만 뭉치는 것을  방지 하기 위해서 였다.
지난 달은 가입한 순서대로 였고 오늘은
수부의 제안대로 같은 생일 달 끼리 모여 보았다.
이 의논을 하면서 서로 웃고 떠들고 , 나
름 재미있었다.
회장 말마따나 서로 의논한 것은 전화나
문자로 공유하면 되니 수 십 명이 한 곳
에서 떠들면서 따로 노는 것 보다 나은
점이 있었다.
한 식당에서 네 명 씩 나누어 앉아 대접
받지도 못 하고 아닌보살하는 것 보다
훨씬 나아서 오늘도 모두 회의를 마치고 나와서 흩어졌다.
나를 비롯한 네 명은 생일이 4월 2명, 5
월 2명이었는데 그다지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래도 서로 다정하게 웃으면서 식당을
고르고 있었는데 한 사람이 장어 먹자고 소리쳤다.
아... 그 놈의 장어 !!!
나는 아무 말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나는 장어 식당에 들어가면 밥만 먹고 20000원을 주고 급한 일이 생겼다는
핑계로 나올 작정을 속으로 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장어 안 먹는다고
말했고 그러자 또 다른 사람도 지금은
먹고싶지 않다고 했다.
6개의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나는 대각선으로 보이는 가게를 가리키
면서 쌈밥 어때요? 했다.
두 명이 좋다고 손뼉을 쳐서 우리는 쌈밥 집으로 갔다.
장어 아줌마의 표정이 안 좋았지만 나는
굳이 그런 기분을 살펴주진 않는다.
쌈밥집은 분위기가 쾌적하고 테이블 간
의 거리두기도 확실해서 더 마음에 들었
고 가격도 착했다.
우리는 각자 시키고 보쌈도 하나 추가
했다.
장어 아줌마는 앉자마자 장어 이야기를
계속했고 추가되는 금액은 자신이 다
낼 거였는데 돈 때문에 그런거냐고 묻기
까지 했다.

그런데 다른 여인이 이렇게 말해서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대낮에 여자 네 명이 장어 먹으러 가는
그림은 아니라고.
그래서 장어는 끝났는데 장어 아줌마의 투덜이가 4절을 넘어 무한 되풀이되어
음식을 먹는 건지 말을 먹는 건지 모를
지경이 되었다.
나와 다른 한 사람은 입을 닫고 또 한 사람이 변명과 해설과 대꾸를 해서 관전
재미가 있을 지경이었다.
시작은 쌈장이었는데 된장과 젓갈을
베이스로 해서 갖은 양념을 한 쌈장은
나름의 맛이 있었다.
그런데 쌈장이 틀려 먹었다로 시작해서
수육의 맛까지 전부 그녀에겐 아니었다
김치도 아니고 쌈도 아니고 고기도 아니
고 밥도 아니고... 원래 이렇게 심술궂은
사람이었나? 생각해 보았으나 그녀는
젓가락으로 맛없게 먹으면서 투덜이를
이어 갔다.
나는 맛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맛나게
먹었다.

식당을 나와서 우리는 카페를 찾았고
내가 먼저 찻값을 계산했다.
이건 사실 비밀인데 오늘 고백하게 생겼
지만 뭐, 이 정도야 어떠랴 싶다.
나는 고약한 심보 하나를 몰래 감추고 있는데 가당치도 않은 일로 떠드는 사람 을 계속 관찰하는 버릇이다.
그렇게나 불만을 해소하지 못 하고 끝
없이 이어가는 사람은 정말 관찰하는
재미가 진진하다.
먹은 것이 소화가 안될 정도로 불편해서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안 될 느낌이었으
니 내가 찻값을 내는 것은 당연했다.
그토록 맛 없는 쌈밥집에 가자고 한 사람이 나였으니 말이다.
맛있는 카푸치노가 투덜이를 진정시켰
는지 그녀는 더 이상 이어가지 않았으나
다음엔 꼭 장어를 먹으러 가자고 해서
결국 체하고 말았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생각해 보니 그녀는
정말 장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나 보다.
좋아하는 것을 그렇게 내보일 수 있는
심성이 부럽기도 하고 다음에 같이 팀이
되면 어쩔까 아는 근심도 살짝 생겼다.
저 잘난 맛이라는 게 있는데 있는 것이
좋지만 오늘은 많이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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