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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5-02 16:58
ㆍIP: 223.xxx.155
먹고 또 먹고 못 먹을 것이 없네
먹고 먹고 또 먹고 , 못먹을 것 없네 6

          권영심

제 철 음식   (3)

내 주변의 지인들이 귀촌하는 가장 큰 이유가, 기본 먹거리를 건강하게 먹고 싶다는 것이더군요.  백세 시대도 지나 백 이십세 시대를 바라보는 요즘에, 무엇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스스로 알아가는듯 합니 다.  자신이 먹는 채소라도 직접 가꾸어 먹고 계절마다 나오는 나물이며 버섯 등을 캐서 먹으면서,놀랍도록 몸이 가벼 워지고 머리가 맑아졌다는 사람들이 여럿 있습니다.   순수한 먹거리가 인체 에 미치는 영향은 때로 어떤 사람에게는 기적을 안겨 주기도 하지요.

저 멀리 강원도의 산촌에 정착한 지인 부부는 자연의 순환을 알게 되었고 그 계절의 음식을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고 말하더군요.   토마토 한 알이라도 자신 이 익어야될 때 익고, 부추 한 가닥도 정확하게 제 시기에 나와서,

"내가 지금 제일이다,지금 나를 먹어야 해! "

하는 듯 해서 참 경이롭다고 합니다.
서양 속담에 토마토가 붉게 익으면 의사 의 얼굴이 새파래진다라는 속담이 있습 니다.  인간에게 완벽한 영양 덩어리인 토마토가 나오면 병원에 갈 일이 없어 의사들이 상심한다는 표현입니다.
요즘 토마토는 사철 볼수 있으나 원래
는 늦여름부터 초가을에 나왔었습니다.
이태리어로 토마토를 뽀모도라고 부르 는데 황금사과라는 뜻이지요.
에덴동산에서 자라던 황금사과라는 말이니 토마토의 효능을 얼마나 높게 봤는지 알수 있습니다.

조선에 토마토의 기록이 나타난 것은 1614년 지봉유설에 소개된 남만시, 일년감이 처음입니다.  사신이 중국에서 들여왔는데 원래 남만에서 가져 왔으므 로 남만시라고 불렀습니다.
색깔과 모양새가 감과 비슷하니 시라는 이름을 붙였겠지요.  과일이냐 채소냐로 지금까지 논란이 있는데 채소라고 하는 것이 옳습니다.   토마토의 효능은 정말 무지 많은데 소화와 피로의 개선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고 혈관장애 개선에도 도움을 줍니다.  동맥경화예방,혈압강하 항암효과,항산화효과 ,다이어트, 골다공 증 개선  등등... 정말 인간에게 이로운 식물입니다.  생으로 먹기보다 익혀서 먹는 것이 더욱 좋고 설탕보다 소금과 먹는 것이 흡수에 도움을 줍니다.

나는 몇 년 전 까지 이 토마토를 전혀 먹지 않았습니다.  토마토라는 단어만 떠올리면 토 나올 것 같고 끔찍하게 싫었습니다.  바로 우리 엄니 때문이었 지요.   울엄니는 장사하다가도 비가 많 이 내린 다음이면 다라이를 들고 과일도 가로 뛰었습니다.  그 때 시장 맨 아래 길 끝에 과일도가가 있었는데 비가 내린 다음 울엄니는 토마토를 다라이 가득 사서 무겁게 이고 왔습니다.
학교에 있다가도 비가 많이 오면 악! 토마토...할만큼 진저리가 쳐졌었지요.
그러나 가출하지 않는 다음에야 토마토 를 먹지 않을 방법은 없었습니다.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 아버지마저도 토마토먹기를 강권 했으니까요.  하나
씩 먹게끔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습 니까?   그러나 울엄니는 커다란 양푼 이에 토마토를 가득 썰어 설탕을 아낌 없이 섞어 휘휘 저어서 냉면 그릇에 가득 담아 내밀었습니다.  인천의 세숫 대야 냉면 그릇 만큼이나 큰 그릇에 가득 담긴 토마토를 상상해 보세요  ㅠ  ㅠ.   엄니는 거의 때릴듯이 우리를 다그 치며 먹기를 강요했고 꼼짝없이 다 먹어 야 했습니다.

한 해에 몇 번 씩이나 그런 일이 벌어 졌으니 토마토에 오만정이 다 떨어져서 음식에 곁들인 케첩도 싫어했지요.
왜 이렇게 먹어야 하느냐고 물으면 세상 에서 몸에 제일 좋은 과일이라고 하더군 요.   엄니의 그런 폭압에서 벗어 난 이 후 토마토를 몇 십년간 먹지 않다가 몸 이 아픈 이후부터 먹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방울토마토의 맛이 좋아서 먹기가 아주 수월합니다.  토마토뿐만 아니라 모든 과일이 제 철을 잃은 요즘 우리는 과일천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니 음식 천국에서 살고있다라는 표현 이 더 맞을지도 모릅니다.   인류가 있어 온 이래 이토록 식량이 풍부 한 때가 없었습니다.  전 세계가 고루 풍요롭다 면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현재도 인류의 30%는 절대 기아에 시 달리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엄청난 기근이 주기적으로 몰려와서 그 어떤 나라라도 굶주림이 없었던 때가 없었습 니다.  제 철 음식이 없이 모든 음식이 넘치도록 풍요로운 우리나라도 마찬가 지 였습니다.  다음 편에서부터 기근 때 먹었던 음식들을 한 번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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