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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10-29 19:02
ㆍIP: 58.xxx.124
아들과 딸
아들과 딸

       권영심 ( 2021 , 10 , 29 )

나는 아들 하나를 간신히 낳고 그후 가져 본 적이 없다.
딸 하나 더 갖고 싶었으나, 이 생에서 나
를 엄마라고 불러줄 아기는 아들뿐이다.
내가 아들을 낳을 때만 해도 무지하게
축하를 받았다.
특히 부모님의 기쁨은 말도 못 했다.
나는 지금도 가끔 아들에게 말하지만, 너는 태어나서 몇 년 동안, 일생 할 효도 를 다 했다라고 한다.
아들이 뭔가 내게 잘못하고 힘들어 할
때 ,위로로 건네는 말이지만 그것은 나의 진심이다.
아들이 태어나서 첫 손자를 안은 아버지
는, 그 후의 삼 년 동안 너무나 행복해
했고 엄마는 자신이 맡아 키울려고 했을
정도로 사랑했다.
아들이 머무는 곳엔 언제나 웃음과 기쁨
이 있었고, 그것은 내가 부모님께 하지
못 했던 효도였다.
아들과 함께 가는 곳에서, 언제나 아들 로 인해 자존감이 높아졌다.

동네에서 딸을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구박을 받고 불행한 여자들이 얼마
든지 있었다.
딸만 셋 낳고, 결국 시골의 시댁으로 , 강
제로 들어간 꽃님이 엄마는 지금도 너무
나 또렷하게 기억난다.
인천에 왔을 때 바로 앞 집의 아저씨는
집안의 왕이었다.
딸만 넷 낳은 죄로 그렇게 고개숙이고
살던 부인은 맏딸이 결혼하면서 위상이
달라졌다.
맏딸은 아버지를 철저히 배제했고 모든
배려를 엄마에게만 했다.
선물과 용돈도 엄마에게만 주었으나 그
때만 해도 그 아저씨의 기세는 꺽이지
않았다.
그러나 둘 째가 결혼하고 , 셋 째까지
갔을 때 전세는 완전 역전, 부인이 여왕
이 되었다.
세 딸은 사위들과 함께 끔찍이 엄마를
위했고 아저씨는 용돈 한 푼도 여왕에게
하사받아야 했다.

아저씨가 할아버지가 되어 손녀를 업고
다니는 모습은 동네의 소문꺼리였다.
지금 딸 넷은 엄마의 완벽한 친위대다.
주변의 모든, 딸 있는 엄마들은 딸들로
인해 너무나 행복하다.
아들이 전혀 부럽지 않다.
아들 셋으로, 기세등등하던 어느 지인은 지금, 아들들과 만나지도 않고 있다.
며느리들에 대한 원망이 너무 커서 도저
히 용서가 안 되는 것이다.
세 아들을 키우고 결혼시키면서, 그녀가
가졌던 희망사항은 사실 요즘의 모랄로
볼 때 말도 안 되는 요구였다.
아들의 집에 항상 간다든지, 이름있는
날엔 꼭 만나야 한다든지, 세 아들 내외
가 명절 연휴 동안 반드시 본가에 머물
러야 한다든지... 요즘 여자들이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기싸움을 하다 밀려난 것이다.
아들들이 엄마의 편이 되기를 거부한
것이다.
그 조종을 며느리들이 했다고 지인은 지
금도 분노속에 쌓여 지내고 있다.

결혼한 아들을 자신의 아들로 여기는
여자가 가장 정신 나간 여자라는 말은
너무나 옳은 말이다.
반면 요즘의 딸은 결혼하면 아들 하나를
친정 부모에게 데려다 준다.
그것도 너무나 자상하고 곰살맞고 효성
지극한 아들이 생기게 해서 부모를 웃음
짓게 한다.
주변의 경우를 보아도 그런 일이 너무나
많다.
가게에 오는 손님도 딸 둘만 있는데 키울 때는 조금 서운했는데 지금은 두
딸로 인해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주변의 지인들이 아들로 인해 속을 썩을
때 마다 두 딸에 대한 사랑이 더 커진다
면서 이 시대에 딸 없는 사람은 정말 불
행하단다.
잘난 아들이든, 못난 아들이든 아들이
효도하기 너무 어려운 시대이다.
과거의 시대엔 효자가 많았고, 지금도
존재한다면 ,거의 대리 효도에 지나지 않는다.

출가외인이란 허울 속에,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곳인 친정을 잊고 시댁, 시부모
가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현실에서 오로지 극진한 봉양으로 자신의 자리를 굳혀야만 했던 딸들이었다.
친정 부모를 생각하면서 눈물짓는것 만
으로도 시부모에겐 불효였다.
오늘날 부모에게 효도하려는 아들은 거
의 혼자 한다.
부모를 모시고 사는 이유로 부부는 떨어
져 살면서, 아내는 아이들을 키우고
남편은 시골에서 조석을 구완하며 산다.
오히려 처가 부모는 함께 살아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
오히려 부부 사이가 돈독해지고 아이들
도 더 사랑받으면서 자란다.
그러니 아들이 어찌 현대의 부모에게 복
이 될 수 있으랴?
잘난 아들은 처가에서 사랑받고, 못난
아들은 부모의 그늘에서 살면서 끌탕을
한다.
나도 한 마리 캥거루가 되어 아들을 주머니에 넣고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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