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윤경
ㆍ작성일	2019-11-08 00:03

ㆍIP: 14.xxx.57

동해로.

* 동해로.

나는 얼마 전에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젊은 시절의 흔적들을 부족하지만 책으로 엮어 보았다.

책이름이 바로 " 뜬 구름 같은 인생들 " 이다.

흐르던 물이 고이면 썩어지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연륜만큼 오래된 흔적이나 사연들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 속에 살아서 숨을 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썩지 않고 더욱더 찬란한 빛으로 밤하늘의 별들만큼이나 수많은 사연들이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의 아름다웠던 젊음도 오래는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그때의 보석같이 빛났던 젊은 날도 그리고 가슴조이면서 힘겨워 했던 나날들도 지금에 와서야 생각하니 모든 것이 다 잠시잠간 머물다가는 삶이였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 누구나 꽃잎처럼 고운 삶을 살고 싶겠지요. 하지만 말을 할 수 있고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우리라면 이렇게 아픔과 고뇌와 복잡한 세상에서 살면서 눈물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겠지요.

강물이 쉴 새 없이 흘러가듯이 우리 인생도 순풍에 돛을 단 듯 한 순조로운 길도 갈 수가 있겠지만 우리가 살아가는데 는 추운겨울도 있고 따뜻한 봄도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도 구름처럼 바람 따라 여기 까지 왔다는 것이 벌써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비록 지나온 세월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다시 되돌아 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 생각해도 가슴이 떨리면서 행복하다고 소리라도 치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제는 나도 노을빛으로 붉게 물들이는 황혼이라서 인지는 몰라도 노을 따라 넘어 가고 있다는 생각에 요즘은 왠지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서 어디엔가 무엇을 두고 온 듯해서 자꾸만 다시 뒤돌아보는 나를 발견하고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지난 이른 봄에 동해로 간 적이 있었다.

새벽 4시도되기 전에 남편은 나를 급하게 깨웠다.

남편은 사진을 찍기 때문에 항상 새벽 두세 시만 되면 집을 나서는 분이시다. 그런데 오늘은 자기 부인을 데리고 가기 위해서 너무 늦은 시간에 나서는 새벽길이다. 나는 가기 싫다고 인상을 찡그리면서 소리쳤지만 남편은 기어이 나를 데리고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집을 나섰다.

새벽에 나서니 몹시나 춥고 바람이 세게 불었다.

나는 입으로는 투덜거리면서도 속으로는 이렇게 칠흑같이 어둡고 추운데도 매일 이른 새벽만 되면 나 다니는 남편이 대단 했다. 그리고 돈 한 푼 생기지 않는데도 첫 새벽에 잠에서 일어나는 남편이 참 존경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남편은 새벽에 솟아오르는 해님( 일출) 을 찍기 위해서 항상 이른 새벽 두세 시만 되면 길을 나선다. 예고도 없이 불쑥 솟아오르는 해님을 찍기 위해서 열심히 동해로, 서해로. 남해로 바다가 있는 곳, 그리고 산이나 들이 어디에 있든지 간에 찾아다닌다. 물론 저녁노을 붉게 물들이는 늦은 시간까지 노심초사하면서 바다로 들로 산을 찾아서 돌아다닌다.

나는 자는 잠결에 남편이 다 왔다고 정겹게 말하는 소리에 눈을 반쯤 뜨고는 사방을 둘려보았다.

아직도 날이 완전히 밝지도 않았고 희끄무레한 날씨였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보았다. 남편은 잘 잤느냐고 말하면서 여기는 " 포항시 남구에 있는 장기 일출 암이 있는 군인초소 " 라고 말해 주었다.

남편은 오늘 날씨가 좋지 않아서 일출 찍는 것을 포기해야 겠다고 힘없이 말했다.

나는 차에서 내려 사방을 둘려 보았다. 이른 아침이라서 몹시 추웠다. 그리고 사방이 바다였다. 얼마전만해도 여기에는 민간인이 들어 올수가 없었던 곳인데 언제부터인가 군인들이 철수를 하고 전망대와 군인들 초소만 남아서 쓸쓸하게 항구를 지키고 있었다.

남편은 카메라를 정돈하면서 다른 장소로 옮겨야 되겠다고 말했다.

남편은 다시 차를 돌려서 포항시에 있는 남구 모포면 에 있는 항구로 왔다. 여기에도 남편과 같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진을 치고 모여 있었다. 하지만 사진이란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장엄하고도 아름다운 일출은 볼 수가 없다. 그러니 사진은 날씨가 받쳐주지 않으면 그림이 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남편은 다시 또 자리를 옮겨서 바다 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언덕에서 바다까지 내려가려면 엄청 힘이 들 것인데도 남편은 등에 카메라 가방을 매고 한손에는 크고도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또 한 손에는 카메라 발을 들고 내려가고 있는 남편의 뒤 모습이 꼭 독수리가 먹이를 앞에 놓고 날개를 펴고 날라 가는 것처럼 나의 눈에 크게 들어오고 있었다. 정말 대단한 묘기였다.

나는 언덕위에 앉아서 조심하라고 소리소리 치면서 밑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 참후에 남편은 소리 쳤다. 나 보고도 밑으로 내려오라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나는 도저히 무서워서 내려갈 수가 없다고 소리쳤다.

남편은 또 소리소리 쳤다. 빨리 내려오라고 …….

나는 할 수없이 엉덩이를 뒤로 하고는 너무 무서워서 엉금엉금 기여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겨우 밑으로 다 내려가니 큰 바위 작은 바위들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남편은 저 멀리 수평선에 큰 배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또 소리쳤다.

천천히 발을 조심스럽게 바위를 딛고 오라면서 나를 불안한 눈 빚으로 바라보고 서 있었다.

큰 바위들이 몰려있는 사이마다 바닷물이 밀려 들어오면서 크고 작은 파도가 높게 바위를 치면서 부서지고 있는 하얀 물줄기가 하늘높이 올라가고 있는 모습에 나는 와…….하고 소리치고 좋아라 하면서 조심스럽게 남편이 있는 곳 까지 와서야 후유하고는 큰 바위에 걸터앉았다.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니 바닷물이 밀려오면서 빈손으로 오지 않고 까만 미역을 몰고 오는 것 같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큰 바위 밑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큰 바위사이에 길고도 큰 미역이 흐물거리면서 물속에서 여자의 긴 곱슬머리처럼 출렁이고 있는 모습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나는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남편을 바라보면서 소리소리 쳤다. " 여보야, 여기 바위 사이에 미역이 걸려 있어요." 라고 남편은 환하게 웃으면서 건저 올리라고 소리쳤다.

나는 무서웠지만 바닷물이 밀려갈 때를 기다렸다가 얼른 바위밑쪽으로 내려가서 급하게 미역을 건져 올리는 순간 그만 발이 물속으로 빠져 들어 갔다. 그런데 엄청 큰 미역 이였다.

겨우 물속에서 건져 올리는데 미역이 얼마나 큰지 들어 올릴 수가 없었다. 미역귀 아랫부분에 9개의 길고 긴 미역줄기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너무 무거워서 들 수가 없었다.

나는 남편을 쳐다보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 여보야, 나 돈 벌었다,” 라고 미역을 가리키면서 예쁘지도 않은 얼굴에 활짝 웃는 모습으로 남편에게 자랑했다. 나는 너무 좋아서 손뼉을 치면서 기뻐했다. 남편도 환한 미소로 작은 눈을 깜박이면서 " 봐, 잘 내려 왔지! " 라고 말 하면서 " 서방님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겨요." 라고 말하는 남편과 나는 서로 마주 보면서 좋아라. 하면서 한참 웃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오늘은 정말 남편 따라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 속에서 이렇게 큰 미역줄기가 밀려오다니 정말 신기했다. 남편은 이제 그만 올라가자면서 카메라를 접었다. 나는 미역덩굴이 너무 커서 들 수가 없었다. 할 수없이 남편이 들고 가야만 했다. 남편도 미역줄기가 무겁고 길어서 땅에 질 질 끌면서 언덕을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내 몸 하나도 이 언덕을 겨우 올라갈 수가 있었다. 우리는 다시 남구에 있는 모포면 으로 돌아 왔다. 오전에 올 때는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날씨가 별로라서 다들 떠나들 가고 해변이 한산 하면서 조용했다.

우리는 주어 온 미역을 바닷물에 식기 위해서 해변으로 들고 왔다. 마침 그때 해변을 청소하시는 분들이 계셨다. 아저씨 한분이 우리가 들고 온 미역을 보시드니 깜짝 놀라시면서 어디에서 이렇게 좋은 미역을 건졌느냐면서 정말로 좋은 미역을 건졌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는 얼금얼금한 검은 긴 자루를 가져다주시면서 여기에 미역을 넣어서 가져가라면서 공짜로 튼튼한 자루를 주셨다. 정말 고마우신 분이셨다. 세상에는 참 좋으신 분들도 많다는 생각에 기뻤다.

그리데 쓰레기를 줍는 분들 중에는 할머니한분도 계셨다. 나는 왠지 자꾸만 할머니에게 눈길이 갔다. 저렇게 나이 드신 분이 어떻게 쓰레기를 줍나 하고 마음이 아리면서 불편했다.

할머니얼굴은 모진 세파에 시달린 흔적이 역력했다. 얼굴은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 왔는지를 말해 준다는 말이 있듯이 할머니의 축 처진 얼굴에는 노화로 인해서 세상살이가 그렇게 만만치는 않았을 것 같아 보였다. 고생 속에 세월이 묻어 있는 얼굴에 가는 주름도 많았지만 깊게 패인 주름으로 인해서 더욱 나이가 많아 보였다.

나는 할머니가 눈치 채지 못하게 자꾸만 곁눈으로 할머니 일거일동을 힐끔거리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저렇게 늙은 노인에게 쓰레기를 줍게 하다니 왠지 가슴이 아파오면서 이렇게 여행 다니는 것조차 죄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는 여기저기 쓰레기를 주워서 친환경 비닐봉지에 담으시기에 나도 할머니 따라서 쓰레기를 주워서 봉지에 넣으면서 그때서야 할머니얼굴을 정식으로 쳐다볼 수가 있었다. 할머니는 힘이 드시는지 큰 바위에 걸터앉으시면서 팔베개를 하고는 누어셨다. 그리고는 주름진 눈으로 멀고도 높은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계시는 것 같았다. 나는 자연스럽게 할머니 옆에 앉으면서 " 할머니 피곤하지 않으세요." 라고 말했다. 나는 해변에 널려있는 조약돌을 만지작거리면서 할머니의 하얀 머리가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또 말했다. " 할머니 연세도 많으신데 이렇게 힘든 일을 하세요." 라고 머뭇거리면서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할머니는 일어나 앉으시면서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 마디 하셨다. " 내가 몇 살로 보여" 라고 물었다. 나는 당황스러움에 안절부절 했다. 나의 눈에는 80도 훨씬 넘은 90세까지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가늘게 실눈을 뜨고선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빨리 말 하라는 표정과 눈치에 말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 80정도로 보이는데요." 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심통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시더니 두 눈을 감고는 " 호적상으로 55년생이요" 라고 투명 서럽게 말했다.

나는 너무 놀라서 순간적으로 나의 눈을 의심했다. 나보다도 한참 어린사람을 노인취급하면서 까지 가슴 아파 했는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죄송해요" 라고 한마디 하고는 주위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주워 담기 시작했다.

전병일 2019-11-08 09:40	작가님 안녕하세요 작품사진 대신 큰 미역선물을 받으셨네요 작품은 쉽게 나오질 않는것 같아요 저도 울릉도에 갔지만 일기 때문에 독도상륙을 못했고 중국황산에 갔었지만 일출을 못보았습니다 좋은작품 3대가 덕을 쌓아야만 볼수 있다는 말이 있지요 작가님 가끔은 남편분 따라 나서요 좋은 추억 많이 건질수 있으니까요 집필하신 동해로 잘배람하였습니다 뜬구름 같은 인생 출판 축하드립니다 건강하시고 향필하세요

석옥자 2019-12-21 23:44	박윤경 작가님! 안녕하세요? 모처럼 서제를 찾아 왔습니다. 수필을 어찌 그리 재미있게 엮어가시는지요? 감탄사!~~*** 미역도 자연산 그 할머니도 자연산~~ㅎ 요즘 60대가 얼굴 땡기고 다리고 해서 30대인지 정말이지 알리송 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 인생도 사계절과 다를봐 없습니다. 겨울 바다 덩달아 구경 잘 하고 갑니다. "뜬 구름 같은 인생들" 이란편 거듭 축하드립니다. 늘 고운나날 되십시요.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 정말! 자식들이란.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