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윤경
ㆍ작성일	2019-03-09 19:50

ㆍIP: 124.xxx.63

말 하기 시작

♥ 말 하기 시작.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나 자신이 생각해도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40년이란 긴 시간과 세월이 물 흐르듯 흔적도 없이 사라 젔다고 생각 했는데, 어느 순간 따뜻한 흔적이 되어 쉼 없는 생각으로 덧 없이 흘러버린 세월들이 가슴 속으로 부터 흥건이 적셔오고 있었다. 인생의 달콤한 향기가 되어서 허공중에 사라졌던 삶들이 다시 생생하게 현실처럼 끊임 없이 되 살아나는 것 같았다. 그때의 삶으로 푹 빠저 들어 가고 있는 자신이 거짓말 처럼 행복하고 짜릿한 감정이 가슴속에서 작은 떨림으로 다시 살아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내 인생의 속박에서 벗어나 보석같이 귀중한 나의 마지막 황혼을 붉게 물 들이면서, 조건없는 사랑에 가슴 설레 이며, 역시 행복은 결코 누군가에 의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되씹어 본다. 이런 잊지 못할 고달프고, 고통스러웠고, 그리고 험난했고, 눈물로 얼룩진 세월들이 거센 파도에 밀려 소리없이 흘러간 시간들을 내 가슴 속에 수 많은 추억들로 체워준 아들들에게 고맙다고 따뜻한 말 한 마디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까지 잘 견디고 열심히 잘 살아 준 사랑하는 아들 들에게 앞으로 삶이 더욱 더 풍요롭고 행복한 미래 속에서도 고개를 들어 주위를 돌아 볼 줄도 아는 여유로운 삶이 되기를, 그리고 어느곳으로 가던지 가는 곳곳마다 아름다운 향기를 휘날릴 수 있는 믿음과 사랑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적어 본다.

다시 또 세번쩨 이사를 한 곳이 북쪽으로 가까운 팔레비 큰 길에서 조금 들어간 골목 안쪽에 있는 3층 집으로 이사를 와서야 어느 정도 안정을 가질 수가 있었다. 이 곳으로 오기 전 까지는 정말 많은 애로가 있었고 그 동안 힘도 들고 고통도 많았지만 이 집으로 이사 와서는 이상하게도 마음이 안정이 되면서 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아들이 6살이 들면서 갑짜기 어느 날 " 엄마야 " 라고 외치는 소리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정말 어느날 갑짜기 말문이 터진 것이다. 이런 현실을 보고 사람들은 기적이 일어 났다고들 말 하는 것일까.....?
신기 하고도 신기했다. 말 하는 것도 어른처럼, 처음부터 말 할 줄아는 아이처럼, 너무나 당연하다는 것 처럼 말을 자연 스럽게 하는 것이였다. 정말 그야 말로 일사천리로 줄줄 말을 하면서 노래 까지 ' 마징가 젯트 " 라는 노래를 가사 하나 틀리지 않고 다 부르고 서 있는 아들을 쳐다 보고 있는 우리 부부는 꿈을 꾸고 있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서로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신기했다. 동네에 같이 살고 계시는 아주머니들도 놀라서 한결 같이 " 야 정말 신기 하데이 어쩜 저렇게 ......... 어제까지만 해도 말을 한마디도 못하던 아이가 곧 바로 노래부터 하나 저 아이가 어떻게 된 건 아니가 응? " 하고 야단들이셨다. " 나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서 겁이 나요 " 라고 말는 했지만 정말 좋았다.
아주머니들이 하나 같이 " 환이 엄마 이제 얼굴좀 펴고 살아야 겠제, 오랫동안 너무 마음고생 많이 했데이," 하시고는 같이들 기뻐해 주시는 아주머니들이 너무나 고마웠다.
말 하지 않고 벙어리처럼 행동한다고 아이에게 짜증을 부렸던 자신이 후회 스러워서 아들이 보는 앞에서는 좋아라고 할 수도 없었다. 감정을 감추려고 무던히도 노력 했다. 나는 아무도 모르게 큰 길가 밑쪽에 물이 흐르고 있는 곳으로 나와서는 무엇이 그렇게도 좋았는지 기쁘고, 행복하고, 감격 스러워서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면서 평 평 울고 또 울었다. 너무 좋아도, 너무 기뻐도, 너무 행복해도 이렇게 눈물이 쏟아 지는 줄은 예전에는 미쳐 몰랐다.
아이들이 잠들어 있는 모습이 천사와도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금 까지 고통 받았던 수 많은 사건들이 한 순간에 마음속에서는 따뜻한 사랑의 교류로 이어지는 느낌이였다.
누군가 내게 말 했었다. " 관음보살 나무아미타불 " 을 매일 천 번씩만 외우면 소원이 이루어 진다는 말을 듣고 부터는 무슨 어려운 일이 생길때는 꼭 이 말을 외우면서 잠자는 것이 나의 일과 였는데 정말로 부처님은 이 죄 많은 여자를 버리시지 않으시고 자비와 은혜를 배푸셨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를 잉태할 때부터 시작해서 6살이 될 때까지 정신적인 고통 속에서의 일 들이 하나 하나 떠 오르는 이 시간이 내게는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시간들이었는지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한번은 말 시작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저녁에 가족들이 모여서 식사을 하고 다들 일어 서는데 작은아이는 일어나지 않고 그냥 씩씩 거리면서 앉아 있었다. 상을 치우려고 작은아이를 불렸다. " 지형아 빨리 일어 나야지 " 라고 " 왜 그러고 앉아 있니.?" 라고 말 했다. 아들은 " 엄마 일어 나지를 못 하겠어 " 라고 " 아니 왜 못 일어나.?" 아들은 말 했다." 배가 너무 불러서 움직일 수가 없단 말이야.?" 라고 그럼 어떻게 하니 ?라고 아들이 하는 말이 " 엄마 괜찮아 조금 있다가 아기하나 낳으면 배가 쑥 들어갈꺼야." 라고 뭐라고 아기를 낳는다고 ?
" 응 아기 낳고 일어 설거야 걱정 하지마." 라고 말 하는 어린아이 입에서 서슴없이 이런 말을 하면서 자기 배를 툭 툭 팅기면서 앉아 있는 모습이 우리 가족만 쳐다 보기는 너무나 아까운 장면이였다. 상상도 할 수없는 말을 눈도 깜박이지 않고 하는 작은아이의 당돌한 표정에 우리 부부는 입만 딱 벌리고 정신나간 사람처럼 쳐다 보고만 있었다. 큰 아이는 동생말을 듣고는 " 정말이야 " 하고는 뛰어가서 동생 배를 어루만지고 있는 두 아들을 바라보고 있던 우리부부는 그때서야 웃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정말 배가 아풀 정도로 웃고 또 웃었다. 이렇게 웃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남편은 급하게 소화제를 먹이고 앉아 있지 말고 일어 서서 뛰어 보라고 야단이였다. 아들은 오뚜기 처럼 데굴 데굴 굴렀다가는 일어나고 몇 번 반복 하더니 호흡이 가빠지면서 얼굴이 볼그레한 상태로 벌렁 누워 버리는 모습이 귀여운 곰 새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누워 있더니 벌떡 일어 나서는 아기가 나오지 않는다고 투덜 투덜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고 예뻐서 정말 우리집 귀중한 보물이라는 생각도 하면서도 걱정이 조금은 되는 것 같았다. 이런 것은 걱정 이라고 말도 할 필요도 없었고 행복한 걱정이라고 말 하고 싶다.
그리고 하루에 세끼를 먹어야 정상인데 우리아이는 다른 아이들 보다 두배 세배를 먹는다. 그러니 피부도 뽀얀 데다가 살이 쪄서 포동 포동하니 너무나 귀엽고 예뻐서 아무리 많이 먹는다고 해도 이런 것쯤은 즐거운 비명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한번는 나갔다가 들어오니 작은 아이가 울고 있었다. 나는 이유도 물어 보지도 않고 큰 아이를 야단쳤다. 형이 동생을 잘 보살 펴야지 자꾸만 울리면 되느냐고.......언제나 작은아이 울음 소리만 들였기 때문이다. 큰아이는 점잖고 착한 편이였다. 아무리 야단을 쳐도 아무 말 없이 울기만 하니 아들이지만 함부로 말 할 수도 없었다. 나의 아들이지만 말 없이 묵묵하게 항상 책만 들고 다니는 아들이 참 좋다. 하루는 아이들 목욕을 시키기 위해서 옷을 벗기는데 큰 아들 몸에 여기 저기 발갛게 자국이 나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굴리면서 아들 얼굴을 바라 보았다. 팔과 다리에 물린 자국이 여기 저기 아주 많았다.
아들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어디서, 학교에서, 라고 너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아들은 울기만 하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식식 거리면서 " 말을 해야 알지 " 라고 자꾸만 다구치니 어쩔 수가 없었는지 울면서 " 동생이 물었어요. ' 라고 기어 들어가는 목 소리로 한 마디 하는 우리 큰아들이 너무 불쌍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방으로 들어 와서 울고 말았다. 형이 책만 보고 자기랑 놀아 주지 않는 형에게 힘도 딸리고 형이 덩치도 크고 하니까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무조건 가서 물어 놓고는 자기가 먼저 울고 있었던 것이다.
큰아들이 말도 없이 항상 당하고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이것도 다 엄마인 내가 잘못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무 말도 큰 아들에게 할 수가없었다. 하루는 큰아들에게 조용히 말해 주었다. 너는 " 형 " 이야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형이 동생을 훌련 시켜서 두번 다시 물리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단단히 주위를 시켰다. 우리 큰아들이 머리는 참 좋았다.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터 인지는 몰라도 형 말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형이 시키는 일은 두말 하지 않고 다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부부는" 의 좋은 형제 " 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낄때가 많았다. 지금도 두 형제가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이 정말 보기가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면서 고통도 아픔도 다 엊 그제 같은데 언제 세월이 저 만큼 사라져 버렸는지, 모든 것은 한때고 한 순간이라는 생각에 이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는 법이구나 라고, 행복한 미소로 사랑하는 두아들에게 고마움을 전 하고 싶다.

★ 계속 이야 집니다
♥ 왕의 궁전.

[출처] ♥ 말 하기 시작.|작성자 뜬 구름 인생

류동열 2019-03-10 20:50	작가님 반갑습니다 글을 읽는 순간 저도 당혹했습니다 어찌 6년이란 시간이 갈 동안 한 마디도 못하는 ... 매일 아이를 대하면서 수 많은 고통과 혼란를 그리고 고뇌가 크셨겠습니까 그런데 한 순간 입이 열리고 아이로 부터의 "엄마야"라는 一聲은 가히 천둥 소리가 아닌가하는 글을 접하고 마치면서 가슴이 짜릿합니다. 작가님 평안하세요

김경렬 2019-03-12 02:38	박윤경 작가님! 마음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기적이 일어난 작가님의 가정에 축하를 보냅니다. 그 감격스러운 아들의 말문에 감동과 기쁨이 ~~ 고진감래의 참뜻을 새기는 글입니다.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부모와 자식,

병원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