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은경
ㆍ작성일	2016-06-04 09:58

ㆍIP: 118.xxx.100

남동생,

* 세 여자 이야기를 사 보신 어머니께서 물으셨습니다.
왜 아들 얘기는 없냐고,

2남 5녀 중 저는 딸로는 막내입니다.
제 밑으로 남동생이 둘입니다. 남아 선호 사상이 높던 시절 딸 만 내리 다섯을 낳으셨으니 시댁에서 꽤나
시집살이했을 우리 엄마를 생각하면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가슴이시리기도 합니다.
얼마나 아들이 간절했을까, 천신만고 끝에 낳은 아들이니 얼마나 귀했을까, 아들을 낳으시고 안도의 숨을
쉬셨을 우리 엄마를 상상해 보면 저까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라는 심정으로 동생들을 새삼 보게 됩니다.

그렇게 얻은 첫아들이니 얼마나 좋으셨으면 아빠는 아들 목욕 시키라며 사다 주신 스덴으로 된 대야가
우리 집 가보처럼 지금도 아주 멀쩡히 쓰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무뚝뚝한 분으로 그렇게 세심한 분이
아니라고 모든 식구가 생각하고 있었으니, 딸의 입장에서는 무척 샘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귀하게 태어난 두 아들 덕에 우리 자매들은 모든 걸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진학부터 결혼까지 모두를 두 동생에게 양보 아닌 양보 해야만 하는 아주 자연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언젠가도 얘기한 적이 있듯, 여자는 최소한의 학문 만 필요하다고 하시던 아빠 셨는데,
두 남동생에겐 적용 기준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아들 바보셨지요, 심지어는 재수하는 것도 오케이~~~

딸들에겐 돈 없다시던 아빠가, 남동생이 결혼할 때는 상황이 아주 달랐습니다.
땅까지 팔아가며 결혼식을 치르시더니 전세 자금으로도 도움을 아끼지 않으시는 따뜻한 아빠의 모습을
보이시는 게 딸의 눈에는 이렇게 다를 수가? 참 생소한 아빠의 모습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작은 예에 불과 하지만 우리 집은 무엇이든 남자 우선의 남존여비 사상이 가득한 그런 집이었습니다.

심지어는 밥을 먹을 때도 차별을 받았습니다.
항상 밥상이 따로 차려졌고, 넘겨다 본 밥상에는 반찬 종류가 얼핏 봐도 10가지는 넘을 듯
그런 밥상엔 엄마, 아빠,두 남동생이 자리 잡고 있었지요, 특별한 건 없다 하지만 어린 시절 제 눈에는
늘 부러웠습니다.
딸만 내리 다섯을 낳으시고 얻은 아들이니, 얼마나 귀했을까 하는 이해는 철이 든 지금의 생각이지, 꼬맹이
제 눈에는 그런 차별이 이해되지 않는 상처로 남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다섯째 딸 저도 딸 막내였으니까요,

일곱 자식을 키우시며 힘도 많이 드셨을 거라는 생각은 저도 자식을 키우며 느낀 이해입니다.
올망졸망 그렇게 큰 우리는 모두 지금 나름 행복한 삶을 살며 지난 얘기에 웃음꽃을 피우곤 한답니다.
식구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자란 두 남동생은 어엿한 사회인으로 경제적으로도 자리 잡았습니다.
아들 낳았다고 목욕통까지 사 들고 오시며 좋아하시던 아빠는, 톡톡히 효도를 받고 계시기도 합니다.
아들 회사를 한 바퀴 도시는 낙에 행복해 하시기도 하답니다. 직원들이 -회장님- 으로 대접을 하니까요, ㅎㅎ

세 여자 이야기를 출간하고 난 후 엄마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책을 구매해서 읽으셨다시며, 축하한다고 아주 좋아하셨고, 대견해 하셨습니다.
책 안에 수록된 가족사를 읽으시고 지난 세월을 돌아보셨겠지요, 막내딸의 철 없던 불만도 아셨을 테고요,
얘기 끝에 " 왜 아들들 얘기는 하나도 없냐" 고 물으시기에, "엄마 아들이지 내 아들이야" 라고 했습니다.
옆에서 들던 시인님께서 "맞다 송 여사 아들이지, 이 작가 아들은 아니네" 아주 재치있는 순발력이라고 칭찬
하셨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는 두 아들이 나름 성공하여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모습이 자랑스러웠을 터,
자랑하시고 싶은 마음이 어찌 없겠습니까? 누나인 제 눈에도 든든하고 대견하다는 생각입니다.
왜 남동생 얘기는 세 여자 이야기에 없는지, 저도 모르게 어린 시절 차별받던 기억 때문은 아니라고
스스로 확신하지만, 미안한 생각에서 두 남동생에 대한 얘기를 회상해 봤습니다.
가족이 모이면 돈 들어가는 뒤 치닥거리는 으레 동생들 몫입니다. 어린 시절 사랑을 독차지하던
대가를 톡톡히 갚는 대견한 모습에 막내 누나는 흐뭇한 마음입니다.
우리 엄마, 송 여사 자식들 항상 언제까지 사랑하고 서로 보듬어 주는 따뜻한 가족이길~~~~

김경렬 2016-06-05 03:14	`이은경`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은경 작가님! 어머니의 마음을 배려 하시는 따뜻한 효심이 느껴지는 새벽입니다. 옛날 어른들의 남아 선호사상은 정도를 넘은 예가 허다 했답니다. 심한 예로 오빠와의 차별로 상처받은 어떤 부인은 한여름 폭염에도 머플러를 둘둘 목에 두르고 다녀요. 보는 사람도 더울지경이었는데 자기 보호 의식에서 나온 방법이었어요. 이 작가님은 문학을 하시는 분이라 다행입니다. 차별 속에서도 착하게 잘 소화하셨기에 이런 글이 나올수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분은 지금도 노모와 오빠를 미워하며 경제적 도움을 주는것을 복수의 일환으로 왜곡하고 있어 아타까운 모습이었지요. 작가님은 어찌 그 마음이 다를수 있었겠을까마는 다 수용하시는 이해심과 배려가 마음을 훈훈하게 해 주십니다. 세여자 이야기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시기 바랍니다.

백낙은 2016-06-05 08:52	`이은경`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은경 작가님. 안녕하세요. 옛날 우리가 어릴 때 우리 주변에 흔히 있었던 일들이 생각 나네요. 딸을 아무리 많이 나아도 아들을 낳지 못하면 소박을 당하기도 했지요. 우리는 4형제라 그런 것은 잘 모릅니다만 장남 우대 사상은 아주 심했답니다. 그래서 저는 굴 째지만 한 번도 형님을 거역하지 못했고 한 번도 싸워 본적이 없답니다. 내 나이 여든이 가깝지만 지금도 형님은 아버지 격이어서 어렵답니다. 세 여자 이야기가 요즘 많이 퍼지더군요. 축하드리면서 은안하심을 기원합니다.

이은경 2016-06-05 09:33	《Re》김경렬 님 , 잊지 않고 찾아 주시고 장문의 격려 말씀을 주심을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큰 언니 같기도 하고 어머니 같기도 한 작가님의 격려는 큰 힘입니다. 항상 글을 쓸때는 이런 글, 하는 면박이나 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지만, 이렇게 따뜻한 댓글로 격려하시는 분이 계시기에 용기도 얻습니다. 요즘은 세상이 꺼꾸로 바뀐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딸들 덕에 비행기 타는 분을 쉽게 보게 되거든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 좋은 추억으로 남는게 인생사 인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김경렬 작가님,

이은경 2016-06-05 09:37	《Re》백낙은 님 , 작가님의 외모에서 풍기는 멋으로 장남이시려니 했습니다. 형님이 계셨군요, 어릴때는 그렇더라도 나중에 크고 나면 다투는 형제를 흔히 봅니다. 작가님의 가풍을 짐작하게 됩니다. 아직도 어려우시다니, 수필방을 세심하게 이끌어 주시는 작가님의 노고에 늘 감사드립니다. 더운 여름이 성큼 우리앞에 있습니다. 더위 조심하시고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편달 부탁드립니다.

정찬열 2016-06-06 19:38	이은경 작가님! 태어나실때 고추를 꼭붙들고 태어나셨음 그 동생이 받는 복을 다받고 자랐을텐데 .. 뭐 웃자고 하는 소리입니다. 허나 그시절에는 대를 이을 남아 선호 사상이 간절하던 시절 아니였습니까 아들이 없으면 양자로 아들을 데려왔으니 그럴만도 하겠지요 작가님의"남동생" 글에 작가님의 가족사며 상처받고 자라신 작가님 마음을 이해가 갑니다. 달라진 요즘 딸을 낳아야 "금메달' 아라고 달라진 세상이 되어버렸지 않아요 6월의 문턱에서 늘 편안 하시고 행복하세요^^

출판 기념회 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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